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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2일 연중 제9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02 조회수1,352 추천수21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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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연중 제9주간 수요일 - 마르코 12,18-27

 

 http://www.catholic.or.kr/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진정으로 살아있다는 것은>


    우리 형제들이 애지중지하는 귀염둥이 강아지 한 마리가 있는데, 이름이 ‘삼식이’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고 있어 다들 걱정이 태산입니다.


    무엇을 주던 게눈 감추듯이 후다닥 먹어치우던 녀석이었는데, 초스피드로 자기 몫을 다 먹어버리고, 엄마 몫까지 빼앗아 먹던 녀석이었는데, 벌써 사흘째 저리 식음을 전폐하고 있으니, 형제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뭘 가져다줘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관심이 없습니다. 집안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가까운 동물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특별한 병명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큰 병원으로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려고 했습니다.


    어젯밤 자러갈 때는 은근히 걱정되더군요. 저렇게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내일까지는 살아있어야 하는데...그래야 큰 병원이라도 가볼 텐데...


    드디어 아침이 밝았습니다. 묵상이 끝나자마자 삼식이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삼식아! 불렀습니다. 집안에 드러누워 있었지만 살며시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힘이 별로 없었지만 꼬리도 흔들었습니다. 얼마나 고맙던지요.


    이아침 우리가 자리를 털고 다시 깨어났다는 것, 이 순간 아직 우리가 숨 쉬고 있다는 것, 그것은 보통 큰 축복이 아닙니다.


    숨결이 끊어진 생명체를 보셨습니까? 목숨을 다한 동물을 보셨습니까? 뻣뻣합니다. 끔찍합니다. 참혹합니다. 악취가 새어나옵니다. 거기에 더 이상 아름다움은 없습니다. 사랑도 없습니다. 희망도 없습니다.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가능성으로 충만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새롭게 아침을 맞이했다는 것은 새 출발의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 안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R)


    오늘 복음 말미에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산 이들을 위한 살아계신 하느님께서 이아침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새 생명을 너희에게 선물로 주노라. 어제를 잊고 새롭게 살아가거라. 죄로 얼룩진 과거는 내게 모두 맡기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 하거라.”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아, 그 어떤 모습이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사랑받기 충분하단다. 살아있는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내 기쁨이고 내 희망이며 내 행복이란다.”


    숨 쉬고 있다고, 목숨 붙어있다고, 다 살아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살아있기 위해서는 참으로 살아야 합니다. 참으로 산다는 것은 죽어야 가능합니다. 매일 매 순간 죽어야 가능합니다.


    알량한 내 자존심에 죽고, 평생 따라다니던 죄책감에 죽고, 어두웠던 지난 방황의 날들에 죽고, 오랜 상처에 죽고…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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