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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民心이 天心이다." - 6.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03 조회수373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6.3 목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1886-1887) 기념일

2티모2,8-15 마르12,28ac-34

 

 

 

 

 

 

"民心이 天心이다."

 

 

 

새벽 녘 대략적인 선거결과를 보며

‘민심이 천심이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국민은 어리석지도 바보도 아니었습니다.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고 바보 취급한

오만한 권력에 대한 심판이었습니다.

그 어떤 강대한 권력도 민심의 바다위에 떠있는 배와도 같아

민심이 이반하면 존속할 수가 없습니다.

 

 

‘민심은 천심이다.’

 

참 겸손케 하는 말입니다.

민심이 천심이요 천심이 민심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하느님 마음이고

하느님의 마음이 사람들 마음입니다.

동학의 ‘사람이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맥을 같이 합니다.

하느님의 뜻은 저 멀리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땅위의 사람들 안에 있습니다.

사람을, 민심을 하느님 대하듯 대하는

겸손한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도 없습니다.

 

민심은 천심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입니다.

바로 사람이자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인간의 원형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자각에서 건강한 긍지와 자부심이요 품위 있는 삶입니다.

예수그리스도는 바로 하느님과 인간 신비의 열쇠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또 우리를 발견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복음의 이해도 분명해집니다.

첫째가는 계명이 무엇이냐고 묻는 율법학자에

주님은 둘째 계명까지 덧붙여 주십니다.

사람이 빠진 하느님만 가지곤 안 된다는 것입니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오히려 예수님의 강조점은 둘째 계명에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느님과 사람을 분리할 수 없듯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분리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사랑 빠진 인간사랑은 맹목이고

사람사랑 빠진 하느님사랑은 공허합니다.

하느님 사랑의 자연스런 표현이 사람 사랑이요,

하느님 사랑에 뿌리내리고 있는 사람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이고 민심이 천심입니다.

이래서 하느님께 귀 기울이듯

사람들에게,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하느님이자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이렇게 사셨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시오.”

 

티모테오는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사도 바오로의 말씀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사람 사랑의 모범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님을 닮고자

끊임없이 미사와 성무일도를 바치며

예수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분께서는 다윗의 후손으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복음입니다.”

 

다윗의 후손인 ‘사람’이면서

동시에 부활하신 ‘하느님’이 예수그리스도란 고백이며

바로 이게 복음입니다.

이 복음을 위하여 죄인처럼 감옥에 갇힌 바오로이지만

주님과 하나 된 바오로의 영혼은, 하느님의 말씀은

감옥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진정 주님과 하나 되어 살 때 누리는 내적 자유임을 깨닫습니다.

 

“이 말은 확실합니다.

  우리가 그분과 함께 죽었으면 그분과 함께 살 것이고,

  우리가 견디어 내면 그분과 함께 다스릴 것이며,

  우리가 그분을 모른다고 하면 그분도 우리를 모른다고 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성실하지 못해도 그분께서는 언제나 성실하시니,

  그러한 당신 자신을 부정하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성실하신 그리스도 예수님과 함께 사는 것이 제일입니다.

참 사람이자 참 하느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닮아 가는 것이

구원의 첩경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에 덧붙여

불필요한 설전이나 논쟁을 벌이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합니다.

그런 것은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고

듣는 이들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유창한 언변이 아닌 바로 진정성 넘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이중계명과 더불어

사도 바오로의 다음 말씀을 명심하여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그대는 인정받는 사람으로,

  부끄러울 것 없이 진리의 말씀을 올바르게 전하는 일꾼으로

  하느님 앞에 설 수 있도록 애쓰십시오.”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앞에 부끄러움 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전하며 살라는 말씀입니다.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 된,

민심과 천심이 하나 된 복된 삶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우리의 품위를 회복시켜 주시어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게 하십니다.

 

“주님,

  당신의 길을 알려 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소서.

  저를 가르치시어 당신 진리로 이끄소서.

  당신은 제 구원의 하느님이시옵니다.”(시편25,4-5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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