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밥으로 오시는 하느님" - 6.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06 조회수331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0.6.6 주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창세14,18-20 1코린11,23-26 루카9,11ㄴ-17

 

 

 

 

"밥으로 오시는 하느님"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이게 하느님의 정의입니다.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성경 맨 처음 말씀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선물입니다.

성경 맨 마지막 묵시록 말씀입니다.

‘주 예수님의 은총이 모든 사람과 함께 하기를 빕니다.’

하느님 사랑으로 시작하여 주 예수님 은총으로 끝나는 구원사입니다.

주 예수님의 은총은, 하느님의 사랑은

지금도 끊임없이 우리에게 선사되고 있습니다.

 

하느님 없이, 예수님 없이, 미사 없이

무슨 맛, 무슨 기쁨,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는지요?

하느님의 아름다움은 미사의 아름다움이요

하느님 절정의 사랑은 미사를 통해 완전히 들어납니다.

사랑의 하느님은 성령강림대축일에 우리에게 성령을 가득 선사하셨고,

삼위일체 대축일에는 삼위일체 하느님으로 자신을 활짝 개방하셨으며,

오늘 성체성혈 대축일 미사를 통해

주님은 당신 자신을 우리 모두의 밥으로 내어주십니다.

‘밥으로 오시는 하느님’, 이 보다 큰 사랑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거룩한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저는 미사 자랑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정말 미사 없이는, 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평생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하느님 자랑, 예수님 자랑, 미사 자랑일 것입니다.

미사 잔치는 바로 하늘나라 잔치의 예표입니다.

세상 사막에서 거행되는 하늘나라 미사잔치는

흡사 사막의 오아시스, 생명의 샘과도 같습니다.

오늘 복음이 이를 분명히 합니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황량한 곳입니다.”

 

바야흐로 이런 황량한 광야 세상 한 복판이

바로 성체성사의 자리임을 깨닫습니다.

정말 이 광야 세상에 이런 미사잔치까지 없으면

무슨 힘으로, 무슨 기쁨으로, 무슨 희망으로 살 수 있을까요.

사랑의 주님은 사막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를

오늘 하늘나라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맞이하시어

  하느님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해 주시고,

  필요한 이들에게는 병을 고쳐주셨다.’

 

오늘 복음의 서두 말씀은

그대로 미사잔치에 참석한 이들을 환대하시는 주님의 모습 같습니다.

자신을 활짝 여시고

당신 생명의 잔치에 우리를 초대하시고 환대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바로 이사야 예언의 실현입니다.

 

“이 산위에서 만군의 주님, 모든 민족에게 잔치를 차려 주시리라.

  이 산위에서 모든 백성들의 얼굴을 가리던 너울을 찢으시리라.

  모든 민족들을 덮었던 보자기를 찢으시리라.

  그리고 죽음을 영원히 없애버리시리라.

  주님, 나의 주께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주시고,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벗겨 주시리라.”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이뤄지는 구원의 현실에

우리를 초대하신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너희 목마른 자들아, 오너라. 여기에 물이 있다.

  너희 먹을 것 없는 자들아, 오너라.

  돈 없이 양식을 사서 먹어라.

  값없이 술과 젖을 사서 먹어라.

  그런데 어찌하여 돈을 써 가며 양식도 못되는 것을 얻으려 하느냐?

  애써 번 돈을 배부르게도 못하는 데 써 버리느냐?

  들어라. 나의 말을 들어 보아라.

  맛좋은 음식을 먹으며 기름진 것을 푸짐하게 먹으리라.”

 

바로 주님의 이 초대 말씀에 응답하여

생명의 미사 잔치에 참석한 지혜로운 여러분들입니다.

주님의 다음 초대 말씀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세상에 이런 생명의 미사잔치 같이 좋은 잔치 어디 있겠습니까?

고해 인생을 축제 인생으로 만들어 주는 미사잔치요,

주님은 우리 모두 고해 인생을 살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인생을 살라 부르셨습니다.

 

 

하늘나라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신 주님은

우선 말씀으로 우리를 먹이시고 치유하십니다.

참 고맙게도 오늘 복음은 그대로 미사 구조와 일치합니다.

광야에서 군중을 맞이하신 주님은

우선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 말씀으로 삽니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친 것도

순전히 말씀의 지혜, 말씀의 힘이었습니다.

육신의 요구에 앞서 영혼의 요구가, 충전과 치유가 우선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이지 ‘일하고 기도하라’가 아닙니다.

수도원 일과표만 봐도

성전에서의 말씀과 기도로 영혼을 충전시킨 후에

식당에서 육신의 배고픔을 해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 역시 치유 이적, 구마 이적, 음식 이적에 앞서

언제나 말씀 선포가 우선이었습니다.

주님은 언제나 말씀으로 영혼을 먹이신 후

사랑의 기적을 베풀어 육신의 필요를 해결해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하시고

필요한 이들의 병을 고쳐주셨다 합니다.

말씀 안에 현존하시는 살아계신 주님이십니다.

똑같은 주님께서 이 미사 안에서 말씀이 선포되는 중에

우리의 영혼과 육신을 치유하십니다.

이래서 미사 구조도 성찬전례에 앞선 말씀의 전례입니다.

말씀을 먹어야 영혼도 살고 육신도 삽니다.

말씀을 먹어야 영혼도 치유되고 육신도 치유됩니다.

말씀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영혼의 영양실조에 따른 온갖 영육의 병들입니다.

 

 

말씀 전례 후에 봉헌 전례와 성찬전례입니다.

 

주님은 일방적으로 기적을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 모두를 주님께 봉헌할 때

주님은 당신과 더불어 하느님께 봉헌하심으로 기적을 베푸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단도직입적으로 제자들의 전적 봉헌을 요구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오병이어,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

가난하기 짝이 없는 봉헌입니다만

하느님께는 봉헌의 양이 아니라 봉헌하는 마음의 질입니다.

주님은 이들을 양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그것들을 축복하시며 봉헌의 기도를 바치십니다.

흡사 미사 중 다음 봉헌기도문이 연상됩니다.

 참 아름다운 기도문으로

제가 온갖 정성을 다해 간절히 바치는 기도문입니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땅을 가꾸어 얻은 이 빵을(저희가 포도를 가꾸어 얻는 이 술을)

  주님께 바치오니 생명의 양식이(구원의 음료가) 되게 하소서.”

 

창세기의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제, 살렘 임금 멜키체덱은

그대로 우리의 영원한 대사제 그리스도의 예표임이 들어납니다.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온 멜키체덱처럼

이 미사 중에 빵과 포도주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주님이십니다.

멜키체덱이 아브라함을 축복하셨듯이 주님은 우리 모두를 축복하십니다.

주님의 축복에 감격하여

그가 가진 모든 것의 십분의 일을 봉헌한 아브라함인데

과연 여러분은 얼마나 봉헌하는 지요.

 

봉헌에 따른 주님의 축복입니다.

거룩한 이 미사시간 빵과 포도주에 더하여 여러분 마음 모두를,

심지어 근심, 걱정, 불안, 두려움까지도 봉헌하십시오.

영혼의 대청소가 봉헌입니다.

봉헌이 클수록 주님의 축복도 큽니다.

제자들이 가진 것 모두를 상징하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봉헌 한 후 나눴을 때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 합니다.

‘기적이 사실이냐 아니냐?’로 불필요한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기적 이야기에 담긴 의미를,

성체성사의 풍요한 은총을,

봉헌의 축복을 묵상함이 좋습니다.

봉헌의 축복으로 하느님과 인간의 완전한 수직적 소통의 회복과 더불어

군중들 간의 수평적 소통이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뜻합니다.

바로 이런 공동체가 유토피아 하늘나라 공동체요

성체성사가 목표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 최고의 축복이자 은총은 주님의 성체성혈입니다.

주님의 성체성혈을 모시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잔은 내 피로 맺은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가장 오래된 초대교회 성찬제정과 축성기도문입니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는

시공을 초월한 미사경문이요 미사은총입니다.

세상에 미사보다 더 좋은 것 어디 있겠습니까?

매일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의 말씀과,

천사의 양식인 성체성혈을 모시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성체성사의 은총이 우리 마음을 예수성심 하느님 마음으로 바꿔주고,

영육의 치유는 물론 정화와 성화까지 이루어 줍니다.

세상 그 무엇도 우리의 무한한 영적 갈망을 충족시켜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

성체성사의 사랑만이 허무의 어둠을 몰아내고

영육의 목마름과 배고픔을 해결해 줍니다.

 

 

성체성사 없이는 교회도 없습니다.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살아가는 교회요 우리들입니다.

사막 세상에 생명의 오아시스, 사랑의 오아시스와 같은 미사입니다.

고해인생을 축제인생으로 바꿔 주는 성체성사의 은총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밥으로 오시는 주님은

모두를 봉헌한 우리들을 당신 생명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우리 모두 이사야와 함께 구원의 하느님을 고백합시다.

 

“이분이 우리 하느님이시다.

  구원해 주시리라 믿고 기다리던 하느님이시다.

  이분이 하느님이시다.

  우리가 믿고 기다리던 하느님이시다.

  기뻐하고 노래하며 즐거워하자.

  그가 우리를 구원하셨다.”

 

바로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이 하느님을 뵙고 모시는 하늘나라잔치 미사입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