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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08 조회수1,061 추천수17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6월 8일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Your light must shine before others,
that they may see your good deeds
and glorify your heavenly Father.
(Mt.5.16)
 
 
 
제1독서 열왕기 상 17,7-16
복음 마태오 5,13-16
 
지난 주 서울의 어느 본당에서 일일 피정 강의를 했었는데, 쉬는 시간에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성당 밖의 계단에 서서 밖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데, 중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여학생 세 명이 담을 향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상한 짓을 하려고 담 쪽으로 걸어가는가 싶어 계속해서 유심히 바라보았지요.

잠시 뒤, 이 여학생들이 차례로 담을 넘는 것입니다. 남학생들이 담을 뛰어 넘는 것은 종종 봐왔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겠지만, 여학생들이 넘는 것은 이 날 처음 목격했지요. 그런데 이 학생들이 담을 넘는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이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무림의 고수처럼 훌쩍 뛰어서 담을 넘는 것이 아니라, 간신히 기어 올라가고 또 간신히 내려오는 그 모습이 예쁘지 않고 무척이나 흉해 보였습니다.

아무튼 담을 넘는 모습은 가히 좋아 보이지도 멋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담을 넘은 다음에 이 학생들의 모습에 웃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모두가 차의 사이드 미러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머리와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쓴다면 처음부터 담을 뛰어넘지를 말아야지요. 가장 흉한 모습으로 담을 넘는 것은 선택하면서도 반대로 자신의 외모에는 특별히 신경 쓰는 그 모습이 상당히 뜻밖이었습니다.

물론 이 학생들은 분명히 그 누구도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서 담을 넘었겠지요. 그러나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이렇게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자신들의 행동을 수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몰랐을 것입니다.

하긴 우리들도 이러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요. 만약 누군가가 보고 있다면 나쁜 행동을 하겠습니까?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죄를 과감하게 행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보이는 부분은 죄를 짓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우리는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누구도 보지 않는다 해도 하느님께서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하느님 무서운 줄을 알고 늘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짠 맛을 간직하고 있는 소금과 밝은 빛은 이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존재 자체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살아야 함을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남들이 볼 때만 소금과 빛으로, 남들이 보지 않을 때에는 아무렇게나 막 살라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주 하느님께서 다 보고 계시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늘 소금과 빛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이제는 버리고, 언제 어디서나 소금과 빛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주님의 참된 자녀라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스피노자).




인생이란 바둑판(이재철, ‘요한과 더불어’ 중에서)

전문 바둑 기사에 대해 늘 이해할 수 없던 것은, 어떻게 단 한 수의 착오도 없이 복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복기란 바둑이 끝난 뒤 양 대국자가 서로의 잘잘못을 되짚어보기 위해 방금 둔 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되풀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문 기사들은 250~300여 개에 이르는 많은 돌의 순서를 정확하게 기억하면서 복기합니다.

한 바둑 전문인을 만났을 때 궁금증을 털어놓았습니다. 그의 대답은, 의미 있는 돌을 놓으면 누구든 복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바둑알을 그곳에 두는지 의미를 생각하면서 두면, 복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복기는 단순히 돌을 둔 순서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돌이 지닌 의미를 연결하는 작업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까지 돌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바둑을 둔 적이 없었습니다.

의미 있는 돌만 살아남는다는 것, 이것은 바둑판에만 국한된 법칙이 아닙니다. 인생이란 거대한 바둑판이요, 우리가 사는 매일매일은 바둑판 위에 두는 돌과 같기에, 얼마나 살았느냐에 상관없이 결국엔 의미를 지닌 날만 살아남은 것입니다.
 
 
 
My sweet Lady - John Den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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