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간과 성체강복 Q : 본당에서 한 달에 한번 꼴로 '성시간'을 갖는다. 성시간은 전례인지 신심행사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무엇에 해당되는 것이고, 규정된 예식 순서는 있는가? 또 여러 행사 등으로 인해 시간이 적당치 않으면 미사 후 '성체강복'을 하기도 하는데, 성시간 때에 하는 성체강복과 무엇이 다른가? A : 성시간, 성체강복, 성체조배 등 성체와 관련된 모든 신심행사들, 그리고 준성사에 속하는 미사 없는 영성체에 해당되는 공소예절과 봉성체 등은 모두 미사 전례의 성찬례와 관련이 있다. 미사는 일반적으로 성체축성이 이루어지고 거기서 영성체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성체를 미사 외에서도 보존하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여러 형태의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는데, 성체강복, 성시간 등이 여기서 유래한다. 먼저 미사 성찬례의 영성체는 자기 미사에서 축성된 성체를 영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며,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편의를 위해 감실에 보존된 성체를 함께 사용하거나 신자들에게는 감실에 보존된 성체만을 영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그날 미사에서 영성체할 제병은 알맞게 준비하고 축성하여 교우들에게 그날 축성한 것을 영하도록 사목자가 배려할 필요는 있다. 일반적으로 성체를 보존하는 목적은, ① 노자성체를 위해서 이다. 곧 임종자들을 위한 노자성체를 위해 긴급하게 사용할 동기로 성체를 보존하는 일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병자를 위한 병자 영성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임종자와, 주기적으로 병자에게 영성체를 시켜주는 것은 교회의 오랜 전통이며, 성찬례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로 이루어지는 교회의 본질적인 정신을 실천하는 일이 된다. ② 미사 없이 말씀 전례와 함께 하는 공소 예절을 통해 갖는 영성체를 위해서이다. 물론 이 경우 성체 보존의 안전성과 실효성, 필요성 등의 조건이 충분히 갖추어져야 한다. 사제 아닌 성체분배권자의 직무도 갖추어져야 한다. 이것은 병자 봉성체 때 말씀 전례를 함께 거행하며,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교우들에게도 영성체를 시켜주는 것을 볼 때 여기서 발전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병자 영성체는 성체를 모셔가서 시켜주는 경우이고, 공소 예절을 위한 영성체는 그곳 경당에 성체를 보존하고 모셔두는 경우이다. ③ 성체신심을 위해 성체를 보존한다. 성체 신심은 우선 '성체 현시'를 들 수 있다. 성체를 현시해 두고 조배하도록 마련하는 것이다. 곧 빵의 형상으로 계시는 그리스도를 직접 찾아 뵙고 기도 드리며 묵상하는 자리이다. 그리스도의 현존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그분과 일치하도록 신자들의 정신을 이끌어주는 것이다(성체신심 예식서 82항 참조). 성체 현시를 마칠 때 성체강복이 이루어진다. 그 외에도 성체 신심은 '성체 행렬', '성체 대회' 등을 통해 더 크게 드러내기도 한다. 성체 현시에 관한 예식은 성체신심 예식서에 잘 나타나 있다(79-100항 참조). 그만큼 교회는 성체현시를 통한 성체신심을 고양시키고 장려하고 있다. 그런데, '성체 현시'는 단순히 성체만 보이도록 내어놓고 강복만 주는 것이 아니다. 성체를 현시하는 동안 기도와 성가와 독서 등 말씀 전례를 거행하여 기도에 열중하는 교우들이 주 그리스도만을 생각하도록 인도한다(95항 참조). 성체를 현시하고 성무일도의 일부를 함께 바칠 수도 있다(96항 참조). 그리고 마칠 때는, 성체께 관한 성시나 성가를 부르고 분향한 다음, 주례자가 기도하고 성체강복을 한 뒤 성체를 다시 감실에 모신다(97-100항 참조). 따라서 강복과 함께 하는 성체 현시는 '준전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시간'은 이 성체 현시의 예식에 예수 성심 신심을 덧붙여 거행하는 경우이다. 성시간은 말씀 전례와 성체 기도문, 그리고 강복은 동일하지만, 예수 성심 신심에 따라 주님과 한 시간 함께 깨어 기도 드린다는 의미를 강조하여 예식을 꼭 한시간 가까이 채우려고 노력한다. 또 '하느님 찬미경' 같은 예수 성심에 관한 기도문이 추가되어 있다. 예수 성심께 대한 신심이 성체 현시 예절에 추가됨으로 인해 성시간은 '신심행사'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시간을 거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성체현시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성체 신심과 더불어 충분히 권장하고 강조할 만한 사항이다. 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에는 성시간의 그 한시간이라는 관념에 매일 필요는 없다. 또 시간이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로 미사 후에, 아무런 예절 없이 잠깐 성체 현시한 다음 기도문 외고 성체강복을 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미사를 통해 충분히 성체와의 일치를 이루었으며, 더 이상 강복이라는 단순한 행위에 감실에 계시는 성체까지 거동하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체 신심 예식서도 성체 현시를 할 때에는 꼭 말씀 전례를 거행할 것이며, 강복만을 주기 위한 성체 현시는 금한다고 말한다(89항; 성체공경 훈령 66항 참조). 따라서 성체현시를 통한 성체강복을 주도록 마련하고, 또 성체현시를 할 때에는 꼭 말씀 전례를 거행하여 주님과 일치하도록 신자들을 잘 인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미사 외에서 이러한 성체신심의 행사들을 통하여 교우들이 성체께 더욱 친밀하고 가까이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례생활, 제6호(2002년 1월 1일), 나기정 다니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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