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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13 조회수698 추천수15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6월 13일 연중 제11주일
 
 
 
 
I tell you, her many sins have been forgiven
because she has shown great love
(Lk.7.47)
 
 
 
제1독서 사무엘 하권 12,7ㄱㄷ-10.13
제2독서 갈라티아 2,16.19-21
복음 루카 7,36-50
 
어렸을 때 무슨 일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큰 실수를 한 것은 분명했습니다. 어머니에게 크게 혼날 일이었지요. 저는 겁이 났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지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니 용기가 나지 않았고, 모른 척 하기에는 저의 잘못이 너무나 컸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너무 졸려요.”라고 말한 뒤에 곧바로 제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설마 잠자고 있는 저를 깨워서 혼내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혼날까봐 코까지 골아가면서 자는 척 했습니다. 차마 밥 먹으러 갈 용기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정말로 아픈 것 같았고 잠도 마구 쏟아져 오는 것입니다. 얼마 뒤, 어머니께서 올라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괜찮아. 일어나서 밥 먹자.”

그 순간 저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졸음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용서라는 것은 이렇게 힘을 솟게 하는 것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용서는 하느님의 또 다른 속성이기 때문에, 그 속성을 받은 순간 힘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을 보면 죄인인 여자가 예수님 앞에 나아가 울며 눈물로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카락을 닦아 줍니다. 그리고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바릅니다. 이 행동이 당시의 관습에서 볼 때 오시는 손님을 향한 최고의 예우라고 하지요. 사실 남녀가 유별했던 그 당시에 이러한 행동을 하는 여인의 모습은 무척이나 낯선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통해 진심으로 용서받았기 때문에, 이 여인은 감사해서 눈물을 흘리며 최고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내가 용서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남에 대한 용서는 너무나도 엄격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서 빈정대는 바리사이처럼 자기 스스로의 기준에 어긋나면 죄인이고 그래서 용서받을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용서는 하느님의 또 다른 속성입니다. 따라서 나 역시 용서한다면 하느님의 모습을 따르는 것이 되어, 하느님의 더 큰 은총과 사랑을 받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용서할까요? 너무나도 미운 사람, 오랫동안 미워한 사람이 있습니다. 미워하는 그 순간부터 내가 죄의 노예가 되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미워하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하지요. 그런데 이런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까요? 어떻게 그를 용서하고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바로 내가 용서 받는 모습으로 그를 용서하면 됩니다. 내 마음을 들춰보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거짓과 위선, 분노와 질투, 고집과 이기심, 미움과 욕심 등등……. 차마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도 이런 나를 주님께서는 끊임없이 용서하고 또 용서하십니다.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의 모습은 어쩌면 나의 숨겨져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용서받는 나를 기억하면서 남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용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죄 역시 용서받을 수 있으며, 주님께 감사의 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속성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며, 하느님께 믿음을 두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용서하는 사람은 복음에 등장하는 그 여인에게 하셨던 예수님의 그 따뜻한 말씀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이 말씀을 듣는 내가 될 수 있도록 ‘용서할 수 없다’라는 생각은 과감하게 버리고, ‘용서해야 한다’는 사랑의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용서에는 기적의 힘이 있다. 용서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한다. 용서보다 내면의 상처를 더 잘 치유하는 약은 없다.






용서에 대해 (안젤름 그륀, '머물지 말고 흘러라' 중에서)

용서는 분노가 시작하는 곳이 아니라, 끝나는 곳에 있습니다. 우리를 모욕하던 자가 여전히 우리 안에 존재한다면, 상처는 치유될 수 없습니다. 칼이 꽂힌 채로 상처가 아물 수는 없습니다. 분노는 모욕한 이를 몰아내는 힘입니다.

분노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당신을 모욕한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그제야 당신도 그 역시도 상처 입은 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자신이 아프기 때문에 당신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Yiruma - Wait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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