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향유에 취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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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10-06-14 | 조회수382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루카 7,36ㅡ50
그 고을에 죄인인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바리사이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왔다. 그 여자는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서 예수님 뒤쪽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
오늘 나의 고을에 사랑하는 사람이 오셨답니다. 오늘 오시면 또 언제 오실지 모릅니다. 그분이 와서 그 집에 계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기엔 선뜻 내키질 않습니다.
오늘따라 매무새가 더 초라합니다. 사람들의 눈총 때문에 사람들을 기피한지가 이미 오래인 나. 어디를 나서기가 늘 꺼려집니다.
발걸음이 저절로 그리로 달려갑니다. 그럼에도 벌써 여러 시간 근처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용기를 더 내 보렵니다. 사람들에 둘러싸인 곳을 뚫고 들어갑니다. 손에는 어느새 향유가 들려져 있습니다.
내 몸에서 언제나 풍긴다는 냄새,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나를 피해갑니다. 벌써 오래 전에, 아주 어릴 때에..... 철없이 저지른 잘못들을 사람들은 이제껏 낱낱이 기억합니다. 내게도 상처인 그 잘못들을 사람들은 심심하면 파헤칩니다. 그래서 상처에선 새 살이 나올 사이도 없고 아물 시간도 없어, 늘 피가 흐르고 진물이 나고 고름이 솟습니다.
그때부터 향유를 가지고 다니던 습관이 생겼습니다. 상처에서 흘러 나오는 냄새를 가릴 수 있을까 싶어, 귀한 향유를 구입하여 마련하고 있던 것입니다. 바로 이런 때를 위해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것입니다.
나는 그분의 뒤쪽께로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그분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분 가까이 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흐릅니다. 눈물이 자꾸 흘러 그분의 발이 적셔지는 것도 몰랐습니다. 황급히 알고, 머리카락으로라도 눈물 자국을 지우려고 했을 때 먼지로 더럽혀진 그분의 발이 눈에 띄었습니다.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다니신 흔적, 명예를 멀리하고, 안이함을 피하느라 항상 떠돌아야 했던 피로한 발. 그 발에도 온통 굳은 살이 박히고, 물집이 잡히고 진물이 나고 피가 흐릅니다.
아, 나는 그분에 발에 입을 맞춥니다. 그분의 발이 가엾어 입을 맞춥니다. 가지고 온 향유를 그분의 발에 발라드립니다. 나의 더러움을 가리려던 향유를 나로 인해 더러워진 그분의 발에 붓습니다.
그런 내 머리 위로 향유가 부어집니다. 내가 가져간 향유보다 더 향기로운 향유가, 어렵게 구한 향유보다 더 귀한 향유가. 내가 부어드린 양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만한 양의 향유가.
온 몸이, 온 주위가, 그분이 부어준 향유의 폭포수에 취합니다.
용서의 향기, 사랑의 향기가 너무나 그윽하여 다시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의 피부 위에서 미끄러져 땅바닥으로 흐르지 않고 나의 존재 깊이 스며드는 향유입니다.
이제는 누구도 나를 보고 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서로 다가오려고 다툴 것 같습니다.
감사의 눈물이 또 흐릅니다. 쉴새 없이 흐릅니다. 평안히 가라는 그분의 목소리가 나를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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