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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향유에 취해서...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14 조회수369 추천수5 반대(0) 신고

 

 

 

루카 7,36ㅡ50


 

그 고을에 죄인인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바리사이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왔다.

그 여자는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서  예수님 뒤쪽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

 

 

 

오늘 나의 고을에 사랑하는 사람이 오셨답니다.

오늘 오시면 또 언제 오실지 모릅니다.

그분이 와서  그 집에 계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기엔 선뜻 내키질 않습니다.


오늘따라 나의 차림새는 왜 이렇게 엉망이고,

오늘따라 매무새가 더 초라합니다.

사람들의 눈총 때문에 사람들을 기피한지가 이미 오래인 나.

어디를 나서기가 늘 꺼려집니다.

 


그래도 오늘 오시면 또 언제 오실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발걸음이 저절로 그리로 달려갑니다.

그럼에도 벌써 여러 시간 근처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용기를 더 내 보렵니다.

사람들에 둘러싸인 곳을 뚫고 들어갑니다.

손에는 어느새 향유가 들려져 있습니다.


 

내 몸에서 언제나 풍긴다는 냄새,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나를 피해갑니다.

벌써 오래 전에, 아주 어릴 때에.....

철없이 저지른 잘못들을 사람들은 이제껏 낱낱이 기억합니다.

내게도 상처인 그 잘못들을 사람들은 심심하면 파헤칩니다.

그래서 상처에선 새 살이 나올 사이도 없고 아물 시간도 없어,

늘 피가 흐르고 진물이 나고 고름이 솟습니다.

 

그때부터 향유를 가지고 다니던 습관이 생겼습니다.

상처에서 흘러 나오는 냄새를 가릴 수 있을까 싶어, 

귀한 향유를 구입하여 마련하고 있던 것입니다.

바로 이런 때를 위해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것입니다.

 

 

나는 그분의  뒤쪽께로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그분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분 가까이 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흐릅니다.

눈물이 자꾸 흘러 그분의 발이 적셔지는 것도 몰랐습니다.

황급히 알고, 머리카락으로라도 눈물 자국을 지우려고 했을 때

먼지로 더럽혀진 그분의 발이 눈에 띄었습니다.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다니신 흔적,

명예를 멀리하고, 안이함을 피하느라

항상 떠돌아야 했던 피로한 발.

그 발에도 온통 굳은 살이 박히고,

물집이 잡히고 진물이 나고 피가 흐릅니다.

 

아,

나는 그분에 발에 입을 맞춥니다.

그분의 발이 가엾어 입을 맞춥니다.

가지고 온 향유를 그분의 발에 발라드립니다.

나의 더러움을 가리려던 향유를

나로 인해 더러워진 그분의 발에 붓습니다.

 

 

 

그런 내 머리 위로 향유가 부어집니다.

내가 가져간 향유보다 더 향기로운 향유가,

어렵게 구한 향유보다 더 귀한 향유가.

내가 부어드린 양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만한 양의 향유가.

 

온 몸이,

온 주위가,

그분이 부어준 향유의 폭포수에 취합니다.

 

용서의 향기,

사랑의 향기가 너무나 그윽하여

다시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의 피부 위에서 미끄러져 땅바닥으로 흐르지 않고

나의 존재 깊이 스며드는 향유입니다.

 

이제는 누구도 나를 보고 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서로 다가오려고 다툴 것 같습니다.

 

감사의 눈물이 또 흐릅니다.

쉴새 없이 흐릅니다.

평안히 가라는 그분의 목소리가

나를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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