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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따로 없다>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15 조회수502 추천수3 반대(0) 신고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따로 없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우리나라 지체장애우, 정신장애우는

400만∼500만 명이라 한다.

인구 10%쯤 되는 모양이다.


수녀, 수도자, 좋은 뜻을 가진

많은 사람이 그 장애우들을

돌보고 섬기고 있다.


적지 않은 가정이 장애를 가진

자녀를 한없이 애틋하게 사랑한다.

그 자녀로 하여 사람사랑이라는 복을 받는다.

우리 아파트 골목에도 그런 부모가 산다. 


온전한 사람, 부족한 사람,

건장한 사람, 병약한 사람이 있을지언정,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구별은 잘못이다.


사람은 잘나고 못나고가 없다.

자기가 잘낫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자기가 못낫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큰 착각이다.


사람은 너나없이 귀하디귀하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 아버지의 똑같은 아들딸,

왕자공주라 한다.)

나는 너보다 잘나지도 않고 못나지도 않았다.

너도 나보다 잘나지도 않고 못나지도 않았다.

나도, 너도,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다.

너 없이 내가 없고, 나 없이 네가 없다.

나, 너, 우리는 한 몸, 한 공동체다.


400만∼500만 장애우들도

내 몸, 네 몸, 우리 몸이다.

너, 나, 우리 모두 지체들마냥

서로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면서

핏줄로 이어져 한 몸을 이루고 있음이 사실이다. 

 


<다시 길을 떠나며>-수경 스님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납니다.

먼저 화계사 주지 자리부터 내려놓습니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인생은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초심 학인 시절, 어른 스님으로부터 늘 듣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중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칠십, 팔십 노인분들로부터 절을 받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은 자신이 없습니다.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비록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원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제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습니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제 모습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제 자신의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살면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위선적인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납니다.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습니다.

제게 돌아올 비난과 비판, 실망, 원망 모두를 약으로 삼겠습니다.


번다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습니다.


2010년 6월 14일

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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