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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꺼번에 세 가지 고마움을 안겨준 아이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15 조회수362 추천수3 반대(0) 신고
           한꺼번에 세 가지 고마움을 안겨준 아이
 
 
 
 
 

아파트에서 살다보면 로비에서 간발의 차로 엘리베이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바쁜 상황이든 아니든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순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버리면 참 얄밉고 약이 오르기도 합니다. 그게 위층에서 불러올린 경우가 아니고 로비에서 누군가 타고 올라가는 경우라면 누군지 모를 그가 괜히 미워지기도 하지요.

한번은 로비 안으로 들어선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려서 “아이쿠!” 소리를 하며 또 한 번 ‘간발의 차’를 실감할 순간 다시 문이 열리더군요.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사내아이가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고맙다, 야. 내가 오는 걸 어떻게 알았니?”

내가 이렇게 감사를 표하자 10층에서 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그 아이가 어깨에 멘 책가방을 추스르며 대답했습니다.

“아저씨 오시는 걸 보구 기다리다가 잠깐 손을 놓았더니 문이 닫혀서 얼른 다시 눌렀어요.”

아저씨? ‘아저씨’라는 호칭에 나는 이상하게 힘이 솟는 것 같았습니다.

“이야, 초등학생인 네가 어른도 지니기 어려운 소견을 지녔구나. 참 기특하다, 야.”
“저번에 아저씨가 가르쳐 주셨잖아요?”
“내가?”
“네.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같이 탈 사람이 없나, 한번 뒤를 돌아보고 타야 한다구요?”
“아, 내가 그랬구나. 생각난다, 야. 그런데 네가 그걸 다 기억하고 그렇게 실행까지 하니 고맙다, 야.”

하며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 주니 녀석은 기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8층에서 먼저 내리자 녀석은 깍듯이 인사를 했습니다. 이틀 후 녀석을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또 녀석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엊그제는 네가 참 고마웠다. 날 아저씨라고 불러준 것도 고맙고, 내가 가르쳐준 걸 잊지 않고 실행한 것도 고맙고, 또 나로 하여금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해준 것도 고맙고….”

그러자 녀석은 “감사합니다.”하며 꾸뻑 머리를 숙이고는 롤러스케이트를 굴려 먼저 로비를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녀석에게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엘리베이터를 탈 때 현관 밖을 한번 둘러보는 것은 남에 대한 배려도 되고, 마음의 여유를 길러주는 일도 되고, 또 전력 낭비를 줄이는 일도 되니 바로 일석삼조가 된단다.”

내가 했던 그 말을 상기하면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그 아이를 떠올리며 나도 늘 녀석을 ‘본받기로’ 다짐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 대전교구의 13일치 <대전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10.06.15 15:57 ㅣ최종 업데이트 10.06.15 15:57
태그/ 아파트 , 엘리베이터
출처 : 한꺼번에 세 가지 고마움을 안겨준 아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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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꺼번에 세 가지 고마움을 안겨준 아이




 아파트에서 살다보면 로비에서 간발의 차로 엘리베이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바쁜 상황이든 아니든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순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버리면 참 얄밉고 약이 오르기도 합니다. 그게 위층에서 불러올린 경우가 아니고 로비에서 누군가 타고 올라가는 경우라면 누군지 모를 그가 괜히 미워지기도 하지요.
한번은 로비 안으로 들어선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려서 “아이쿠!” 소리를 하며 또 한 번 ‘간발의 차’를 실감할 순간 다시 문이 열리더군요.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사내아이가 버턴을 누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고맙다, 야. 내가 오는 걸 어떻게 알았니?” 내가 이렇게 감사를 표하자 10층에서 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그 아이가 어깨에 멘 책가방을 추스르며 대답했습니다. “아저씨 오시는 걸 보구 기다리다가 잠깐 손을 놓았더니 문이 닫혀서 얼른 다시 눌렀어요.”
아저씨? ‘아저씨’라는 호칭에 나는 이상하게 힘이 솟는 것 같았습니다. “이야, 초등학생인 네가 어른도 지니기 어려운 소견을 지녔구나. 참 기특하다, 야.” “저번에 아저씨가 가르쳐 주셨잖아요?” “내가?” “네.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같이 탈 사람이 없나, 한번 뒤를 돌아보고 타야 한다구요?” “아, 내가 그랬구나. 생각난다, 야. 그런데 네가 그걸 다 기억하고 그렇게 실행까지 하니 고맙다, 야.” 하며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 주니 녀석은 기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8층에서 먼저 내리자 녀석은 깍듯이 인사를 했습니다.  
이틀 후 녀석을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또 녀석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엊그제는 네가 참 고마웠다. 날 아저씨라고 불러준 것도 고맙고, 내가 가르쳐준 걸 잊지 않고 실행한 것도 고맙고, 또 나로 하여금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해준 것도 고맙고….” 그러자 녀석은 “감사합니다.”하며 꾸뻑 머리를 숙이고는 롤러스케이트를 굴려 먼저 로비를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녀석에게 “엘리베이터를 탈 때 현관 밖을 한번 둘러보는 것은 남에 대한 배려도 되고, 마음의 여유를 길러주는 것도 되고, 또 전력 낭비를 줄이는 일도 되니 바로 일석삼조가 된단다.”라고 했던 내 말을 상기하며,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그 아이를 ‘본받기로’ 다짐하였습니다.


*<대전주보> 2010년 6월 13일(연중 제11주일) 치 제5면 | 20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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