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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실과 겸손" - 6.1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17 조회수307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6.16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열왕기 하2,1.6-14 마태6,1-6.16-18

 

 

 

 

 

"진실과 겸손"

 

 

 

얼마 전 행사에 참여했다가 돌아오던 중 문득,

사람들의 얼굴이 가면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 세련되고 부드럽고 우아하고 편안한 얼굴들이었지만

피상적인 대화가 웬 지 공허했고 언뜻 사람의 얼굴들이 가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참 얼굴들을 보기 어려운 시절입니다.

사람들에게 좋게 보여야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기 위해

본의 아니게 가면을 쓸 수뿐이 없는 세상 같습니다.

 

허영과 위선의 가면입니다.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진실과 겸손이지만 멀어질수록 위선과 허영, 교만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진면목은 진실과 겸손입니다.

온갖 먹을거리를 키워내는 흙을 보면

참 고맙고 저절로 ‘진실하다’ ‘정직하다’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재미있는 게 ‘흙’과 ‘사람’과 ‘겸손’의 관계입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이 흙을 빚어 숨을 불어넣어 사람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라틴어를 봐도

'사람(homo)'과 '겸손(humilitas)'은 흙(humus)'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흙같이 겸손하여 사람이요 흙 같은 겸손이 최고의 덕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흙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

흙을 닮아 진실하고 정직하고 겸손할 수뿐이 없습니다.

이래서 기도하고 일하라는 우리 분도회의 수도가훈이 참 고맙습니다.

끊임없이 하느님을 향해 기도하며 몸으로 일하기에

진실하고 정직하고 겸손한 우리 수도승들이요,

사실 이런 삶에는 거짓이나 위선, 허영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 나체의 몸 역시 참 진실하고 정직해 보입니다.

어제는 문득 샤우어 하는 중, 몸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평생을 온갖 시련을 겪어내며 정직하고 진실하게 견뎌낸 몸입니다.

큰 체구 같아도 작고 가난한 몸들이며,

희노애락(喜怒哀樂)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몸,

생노병사(生老病死)를 벗어날 수 없는 가난하고 약한 몸입니다.

하여 몸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에,

몸이 있어야 일도하고 기도도 하고 사랑도 하기에

‘사람은 몸’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예전 목욕탕에서

사람들과 나체의 몸들로 함께했을 때의 편안함도 생각납니다.

이런 말 그대로의 편안함은

모두가 가리지 않고 진실하고 정직하게 몸으로 들어냈을 때의 평등감과 더불어

같은 몸을 지닌 인간이라는 동질감 때문일 것입니다.

옛 사막 수도승의 한 일화가 생각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구원 받을 수 있습니까?”

“가서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어라.”

몸처럼 진질하고 정직하라는 뜻이 함축된 말로

구원은 바로 몸 가까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참으로 정직하고 진실한 흙과 몸입니다.

몸을 가리고 머리를 기르면서 거짓과 위선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의상이 날개라 옷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머리 스타일에 따라 사람의 인상도 달라집니다.

요즘 유행하는 성형수술 또한 일종의 가면과도 같습니다.

내적으로 빈곤할수록 가면을 쓰게 되고 외적인 것에 신경을 쓰기 마련입니다.

거의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입니다.

늘 수도복에 삭발을 즐기는 수도승들,

허영이 거짓이 위선이 들어설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함입니다.

 

흙과 몸처럼 마음도 정직하고 진실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진실과 정직, 겸손이지만

하느님께 멀어질수록 위선과 허영, 교만입니다.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모든 행위들

그대로 가면을 쓴 위선적 허영의 행위들이요

주님은 이런 위선자들을 질타하시며

제자들만이라도 진실하고 겸손할 것을 촉구하십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비단 자선, 기도, 단식의 수행에만 해당되는 진리가 아니라

우리의 전 영적 삶에 해당되는 진리입니다.

거짓과 허영, 위선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하느님 앞에서 진실하고 정직하고 겸손한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삶을 사는 이들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이요,

진정 내적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참 부자들입니다.

사람들을 향할수록 갖가지 거짓과 허영, 위선의 가면들이지만

하느님을 향할수록 진실하고 정직하고 겸손한 참 나의 얼굴입니다.

과연 가면을 쓰지 않고 참 나의 얼굴로 사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요.

 

오늘 예언자 엘리야,

참 제 얼굴을 지닌 진실하고 겸손한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늘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면서 하느님만을 들어냈지

자신을 들어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엘리야와 엘리사, 참 사제지간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리를 미련 없이 제자 엘리사에게 물려준

엘리야의 겸손했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어 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다음 대목이 겸손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생생한 희망의 표지가 됩니다.

 

“그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걸어가는데,

  갑자기 불 병거와 불 말이 나타나서 그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그러자 엘리야가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다.”

 

하느님은 평생 순종과 겸손의 삶을 살았던 예언자 엘리야에게

승천으로 보답하셨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통해

우리의 모든 가면을 벗겨 주시고

당신을 닮아 진실하고 겸손한 당신의 사람들로 만들어 주십니다.

 

“주님께 희망을 두는 모든 이들아, 힘을 내어라.

  마음을 굳게 가져라.”(시편31,2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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