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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여운 세상/김상조신부님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19 조회수352 추천수2 반대(0) 신고

 

가여운 세상

 

“어느날 나그네가 길을 떠납니다.


길을 가다가 하루 묵으려고
어느 집에 머뭅니다.

 

해는 서산에 걸리고 나그네는

봉당에 앉아 주위를 살핍니다.

그때 마당에 무언가 석양빛에

반짝 빛나는 것이 보입니다.

 

저런, 마당에 옥구슬이 떨어졌군 하고,

그걸 주워 주인에게 돌려줄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집의 거위도 햇빛에 반짝이는 구슬을 본 모양입니다.

 저녁에야 집주인은 옥구슬이 없어진 것을 깨닫습니다.

 

옷고름에 매단 노리개 속에 넣어둔 구슬을

어딘가에 흘렸다는 생각보다

 누군가 훔쳐갔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죠.

 

나그네는 사람들에게 묶이고,

날이 밝으면 관가로 끌려갈 참입니다.

 나그네는 자기 옆에 거위를

함께 묶어달라고 말합니다.

 

다음날 아침 나그네 옆에 묶인 거위가

눈 배설물에서 옥구슬이 나왔습니다.

진작에 말했으면 지난밤 풀려났겠지요.

 

그러나 거위가 사람들의 성급한 성정에

목숨을 잃고 말았겠지요.

톨스토이의 소설엔 그보다

끔찍한 얘기가 나옵니다.

 

어느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여인숙에 듭니다.

그날밤 여관 주인이 누구에겐가 살해되고

그가 살인 누명을 쓰게 됩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해도

나그네는 먼 곳에 있는 감옥에

평생 갇혀 있게 됩니다.

청춘을 감옥에서 다 보내고 머리까지

허옇게 센 노인이 되었을 때

그 감옥에 진범이 들어와

그 사람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여인숙 주인 살해사건을

자기가 저질렀다고 말합니다.”

(08.5.1. 문화일보)

 

두 나그네가 다 억울한 일을 당하였지만

결국 누명을 벗게 된 이야기다.

하지만 누명이 벗겨지기까지 그들이 당한

“손찌검”은 없어지지 않는다.

 

나쁜 놈, 못된 놈, 죽일 놈 등등…

성서에서 예수님이 사람들을 보고

불쌍히 여겼다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목자 없는 양과 같은 군중들을 보고,

예리고의 소경 두 사람을 보고,

갈릴래아에서 나병환자를 보고,

죽은 라자로 때문에 우는 사람들을 보고,

오늘 처럼 외아들을 잃은 과부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드셨다고 한다.

 

인간의 동정심은 대부분의 경우,

그냥 동정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값싼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예수님의 마음에 일으켜진 동정심은

그대로 축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참으로 값진 것이다.

 

값싼 동정심이라고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정작 곤란한 지경에 빠졌을 땐

아무리 값싼 동정이라도 힘이 된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어느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나를 동정해 주는 이가 있다면

그렇게 고맙고 반가울 수가 없을 것이다.

 

동정하지도 않고

동정받지도 않는 사회는

그만큼 메마른 사회다.

 

“내가 만일 한 가슴의

 찢어짐을 막을 수 있다면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에밀리 디킨슨,

-나의 삶,중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

 슬픔이 없는 세상을 원했기에 예수님은

자주 측은한 마음이 드셨고 그래서 가끔씩 우셨다.

"억울한 사람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하는 가여운

세상을 만들지 말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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