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골룸바의 일기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22 조회수414 추천수2 반대(0) 신고

저희 남편 요셉이 어느날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지구는 매일 돌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지구와 함께 돌고 도는데,
저라는 사람은 따라 돌지 않고, 혼자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는 것입니다.
세상과 융합이 되지 못하는 사람... 어쩌면 그런 사람이 제가 맞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제 기억이 시작되던 그시점 부터,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제가 서야할 곳을 늘 불편하게 여겼던것 같습니다.
세상이라는 곳이 저에게는 그러하였습니다.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사는 그런 기분 말입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성당에 가면 온몸을 감싸는 그 평안함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것이 있다면 그 평안함 이리라 늘 갈망하며 살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리라 막연히 믿었던 모양입니다.

어디를 가든, 내 수호천사와 하느님이 동행하신다 믿었기에,
늘 중얼중얼 홀로 이야기를 건냈습니다.
학원에 가던, 집에 있던 내 옆자리의 의자는 늘 예수님 자리라 남몰래 빼어 놓고,
혼자서 밥이라도 먹을때면, 첫숟가락 떠서 하느님, 성모님, 수호천사 먼저 먹여드리느라,
팔떨어지게 들고 기다렸던 기억도 납니다.
밤에 나갈일 이라도 생기면 동네에 반짝이는 수없이 많은,
교회의 붉은 십자가... 그 십자가 하나하나에 인사하며 웃어드렸던,
저라는 참 이상한 아이...

제나이 25살이던때,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곳에 발걸음을 하였습니다.
성령 세미나가 있었는데, 그때 저는 비로소 천국을 만났습니다.
늘 갈망하며 소원하였던 곳...
내 몸에 꼭 맞는 옷이 태어나 처음으로 입혀진 그곳...
그토록 보고싶고 사랑했던 저의 하느님을 만난것 입니다.

하느님은 저에게 '옷' 이었습니다.
세상 그누구도 제게 입혀주지 못했던 내게 꼭 맞는 옷...
그분이 저의 하느님 이셨습니다.

그분 이라는 옷이 입혀지니,
날개가 돋혀 날아 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성령이 왜 바람 인줄 아시나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 오르게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제 옷이 되어 주시고,
성령께서 당신의 바람으로 저를 휘어감싸시자,
제 영혼이 그 바람을 타고 끝없이 훨훨~ 날아 올랐습니다.

이 땅에서의 아픔과 상처는 이미 나의 발 아래,
저 먼곳에 있는 보이지 않는 티끌보다 작은 점이었습니다.
그 바람을 타고 저는 난생처음 자유라는 것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성령께서 왜 불 인줄 아시나요.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뜨겁운 불을 놓아 주시기 때문입니다.
작은 불씨는 조금 타다 말고 이내 곧 꺼져버리지만,
뜨겁고 열렬히 놓아주신 성령의 강한 불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크게, 더 크게 번져나가 내 주변 그 어디까지도 무한대로 불사릅니다.
그날 이후, 제 가슴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안고 살아 갑니다.

저의 하느님을 처음 만났던 그순간...

첫번째로, 살아계신 하느님을 보았습니다.
막연했던 하늘 어딘가의 하느님이, 내 코 앞에 서 계심을 보았습니다.
두번째로, 나 라는 사람을 너무도 사랑하고 계신 그분의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세번재로, 내 일생동안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언제나 함께 하셨던 그분의 동행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늘 마음이 급합니다.
당장 내일이면 죽을 사람처럼,
저의 하느님을 더 갈망하며 희망합니다.
가슴에 놓여진 불길은 날이 갈수록 더욱 커져만 가는데,
이 불을 나누어 놓아줄 곳이 세상에는 너무 부족합니다.
어렵게 놓아져도, 이내 곧 꺼뜨려 버리는 곳이 바로 이 세상인것 같습니다.

차갑고 냉랭한 이땅에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만 바라보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말씀 하시는 좁은문이 바로 그길입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마태오 7,6.12~14)

커다란 문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수 있도록 크고 넓게 만들어졌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간다 해도,
모두 수용할수 있을 만큼 그 사이즈가 늘어나기까지 하는 아주 간사한 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로 이르는 문은 아주 작고 좁습니다.
그 작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문앞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양보도 해야할것 입니다.
서로 다툼이나 분쟁이 생긴다면 결국 아무도 통과할수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사이즈 입니다.
작고 좁은 사이즈의 문이니 내 몸도 그렇게 작아져 있어야 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시간 공들여 몸을 맞추어야 할것입니다.
더 작아지고, 작아질수록 하느님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는 쉬워질 것입니다.
내 몸을 낮추고, 작아지는 일...
그렇기에 오늘 주님께서는 좁은문을 드러내시기에 앞서 말씀하셨습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은 최종 목적지인 하느님의 좁은문을 통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묘책입니다.
나를 낮추고, 하느님과 이웃을 높이는일...
나는 낮아지고 작아질수록 좋습니다.
그분의 좁은문을 통과할 희망이 날로 커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 입니다.
명확한 답이 있고, 그 묘책과 지름길이 풍성한,
하느님의 길에 이미 들어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길을 걷다 넘어졌을때 다시 일어서는 힘입니다.
그 힘은 바로 성령께서 가지고 계십니다.
그분의 도움을 적당히 받아서도 안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만 받아서도 안됩니다.

충만한 성령안에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뜨거운 가슴으로 이 길을 완주하고,
마침내 하느님의 좁은문 앞에서도 위풍당당 자신있게 통과해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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