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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짜 사람'으로 살아가기" - 6.2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23 조회수392 추천수8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6.23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열왕기 하22,8-13;23,1-3 마태7,15-20

 

 

 

 

 

 

"'진짜 사람'으로 살아가기"

 

 

 

얼마 전 읽은 내용이 생각납니다.

 

골동상점에서 어느 분이 도자기를 사면서 주인과 주고받은 말입니다.

 

“도자기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별합니까?”

 

“그건 간단하지. 우선 그 골동을 사다놓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걸세.”

 

“예?”

 

순간 그 구매자는 그 의미를 깨달았다 하며 다음 같이 설명을 덧붙입니다.

 ‘도자기를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으면,

   결국 싫증이 나는 것과 싫증이 안 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싫증이 나는 것은 가짜일 공산이 크다.

  아무리 지켜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인 것이다.’

 

어찌 도자기뿐이겠습니까?

 

사람, 그림, 음악, 작품 등 모든 분야에 해당되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사람이 진짜 참 사람이고,

아무리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명화가 진짜 참 그림이고,

아무리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은 명작이 진짜 참 작품이고,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은 음악이 진짜 참 음악이라는 말입니다.

맹자에 존구자명(存久自明),

즉‘오래되면 스스로 밝아진다.’ 라는 말이 있으니,

참 된 모든 대상에 적용되는 명언입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개의치 않고

항구히 참 사람 되어 살 때 저절로 빛나는 삶입니다.

 

아무리 세월 흘러도 빛바래 퇴색하기는 커녕

늘 새롭고 좋은

주님과의 관계, 부부 관계, 친구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진짜 사람들'입니다.

아침 성무일도 독서(1사무17,5-18,9.20-30)에서

요나단과 다윗의 우정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요나단은 다윗을 자기 목숨처럼 아꼈다(1사무20,17ㄱ)' 라는 대목에서

그 깊은 우정관계를 통해 두 사람 다 '진짜 사람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직도 남편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는

이정희(민노당 국회의원)님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역시 아름다운 부부관계의 '진짜 사람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평생 정주하며 공동생활을 하는데도

서로 싫증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 수도승들 역시

'진짜 사람들'임이 분명합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참 사람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본래의 참 나를 잊고

참 내가 아닌 거짓 나를 살아갑니다.

어떤 영성대가들은

나를 ‘참 나’와 ‘거짓 나’, ‘외적 나’와 ‘내적 나’로

나누기도 합니다.

거짓 나가 참 나 인줄 착각하고

자기도 모르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이지요.

 

“너희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옷차림을 하고 너희에게 오지만, 속은 게걸든 이리들이다.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거짓 예언자들이 상징하는바 ‘거짓 나’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의 열매들은 모두 마음의 표현입니다.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습니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결코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거두어들일 수 없고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거두어들일 수 없습니다.

 

너무나 자명한 진리 말씀입니다.

한 마디로 사람이, 마음이 좋아야,

생각과 말, 글, 그림, 노래, 행동의 열매들도 좋다는 것입니다.

참 사람의 얼이, 영성이 배어있기에

감동을 주고 아무리 보고, 읽고,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참 좋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참 좋은 작품들입니다.

어김없이 말과 글, 행동, 작품으로 나타나는 마음의 열매들입니다.

최근 ‘시’라는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였던

윤 정희(데레사)님의 인터뷰 기사 중 마지막 문답이 생각납니다.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을 생각하고 있는가?”

 

“좋은 감독, 좋은 시나리오가 온다면 언제든 응할 것이다.”

 

여기서 우선 꼽는 것이 좋은 감독,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누구나 선호하는 좋은 사람, 좋은 작품, 좋은 것입니다.

하여 하느님 창조하신 본래의 ‘참 좋은 나’를 회복하는

평생수행보다 더 중요한 수행도 없음을 깨닫습니다.

창세기에서 하느님도 세상을 창조하실 때 마다

‘하느님이 보시니 참 좋았다.’라 묘사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래서 진선미 하느님이라 합니다.

우리 분도수도자들을 ‘하느님만을 찾는 사람들’이라 정의하는데

바꿔 말해 ‘참 나를 찾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탐구와 참 나의 탐구는 함께 가기 때문입니다.

진정 하느님만을 찾아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겸손하고 순수한, 참 좋고 아름다운 내가 됩니다.

 

‘참 나’를 찾아

자유롭고 행복하고 정체성 또렷한 삶을 살고 싶은

공통적 갈망의 사람들입니다.

하여 영적지도자의 궁극목표도

거짓 나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사랑하고 참 나를 알도록

인도해주는 것이라 합니다.

사실 성인들은 환상의 '거짓 사람'을 꿰뚫어 '참 사람'을 본 분들입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승인 토마스 머튼이

언젠가 시내를 외출했을 때의 깨달음이

참 아름답고 신비롭고 깊어 소개합니다.

 

“나는 모두를 사랑하고 있고

  그들은 나의 것이요 나는 그들의 것이라는 갑작스러운 깨달음에

  나는 전율했다.

  우리가 전적으로 낯선 이들일지라도 우리는 서로 이방인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수도원이라는

  특별한 세상의 분리된 거룩함의 꿈에서 깨어나는 것과도 같았다.

  분리된 거룩한 존재의 전 환상은 하나의 꿈이었다.

  …하느님께 감사, 하느님께 감사,

  나는 다른 이들과 같고 오직 다른 이들 중 하나의 사람일 뿐이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모두 태양처럼 반짝이면서 걷고 있었다.

  거기에 이방인들은 하나도 없었다.”

 

순간적 신비체험을 통해 환상의 가면이 벗겨지면서

성속일여(聖俗一如)의 심오한 진리를,

수도승인 자기도 하나의 인간임을,

모두가 태양같이 빛나는 ‘참 사람’임을 깨달은 토마스 머튼입니다.

사람들 안에서 ‘가짜 사람'을 꿰뚫어

‘진짜 사람’인 그리스도를 발견한 성인들입니다.

 

평생수행에 항구할 때 하느님을 닮아

거짓 나는, 위선의 가면은 점점 사라져 좋고 아름다운 참 나의 실현입니다.

하느님을 닮은 참 나가 되는 것,

바로 이게 수도자는 물론 믿는 모든 이들의 궁극 목표입니다.

이래서 말씀과 계명 실천에 항구할 것을 권하는 주님이십니다.

1독서 열왕기 하권의 요아스 임금은

주님의 집에서 계약 책인 율법서를 발견하고

너무나 큰 기쁨에 주님의 집에 모든 백성들에게 큰 소리로 읽어

그들에게 들려줍니다.

바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정체성의 뿌리와도 같은 율법서입니다.

그런 다음 임금은 기둥 곁에 서서,

주님을 따라 걸으며,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그분의 계명과 법령과 규정을 지켜,

그 책에 쓰여 있는 계약의 말씀을 실천하기로 주님 앞에서 계약을 맺습니다.

 

늘 계약의 말씀을 준수할 때,

정체성 또렷한 이스라엘 백성으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득 생각나는 게

우리의 교육현실이요 정체성 교육의 빈약함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예전 초등학교 교과의 순서는 도덕, 국어, 국사 순이었습니다.

참 사람을 목표로 한 도덕 교육이요,

정체성을 견고히 하기 위한 국어, 국사 교육인데,

도덕 교육은 유명무실해지고

국어 대신 영어가 강화되고

국사는 고등학교에서 선택으로 바뀌었다니

실용주의에 눈 먼 교육 당국자들의 무지가 참 개탄스럽습니다.

 

참 나를 살 때 정체성 또렷한 행복한 삶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 은총으로

환상의 거짓 나를 벗겨 주시어

겸손하고 순수한 참 좋은 나를 살게 하십니다.

 

“헛된 것을 보지 않게 제 눈을 돌려주시고,

  당신 길을 걷게 하시어 저를 살려 주소서.”(119,3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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