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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잎처럼......, / 전두환은 무사하다>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27 조회수551 추천수6 반대(0) 신고
 

<꽃잎처럼……, / 전두환은 무사하다>


지난 5월 23일이든가

김준태 씨와 함께 노무현 기일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다음

증심사 쪽으로 가서 박해강 씨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술이 취해서 어쩐지 모르고

집에 왔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박해강이 지은 소설 일곱 권이 있었다.

다섯 권은 ‘꽃잎처럼’이라는,

5.18을 소설로 형상화해 놓은 책이었다.


5.18을 주제로 한 소설로는

임철우 씨가 다섯 권으로 쓴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시간대 별로 5.18을 조감할 수 있고

개별체험을 넘어설 수 있어서 좋았다.

박해강 씨의 5.18소설은

1권과 2권 앞 부분이

이야기를 끌어갈 인물들

출신과 고단한 삶을 묘사하고,

그 다음부터는 윤상원, 김상윤,

윤한봉, 박관현, 김상집, 김영철,등이

실명으로 나온다.

소설의 주인공은 앞 부분에서 묘사한

인물들과 같은 처지인 민중 자신이다.


나는 5.18 당시 37세였다.

나는 전남대학교 앞에 살고 있었다.

5월 15, 16, 17일 전남대학교 정문 앞을 서성거렸다.

학생들과 전경들이 대치하고서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5월 18일에는, 광천동에서 단독주책을 여러 채 짓고

있는데, 시내에서 고등학교 동창 몇이 와서

시내가 온통 전쟁터가 되었다고 전해주었다.

그날부터 나는 자전거로 시내를 쏘다니고

매일 통행금지 시간을 넘겨서 아무도 없는

아스팔트 길 한가운데를 걸어서 집으로 오곤 했다.

부모님과 마누라가 일찍 들어오지 않는다고 아우성이었다.

우리 집 골목에서도 사람이 죽었다 했다.

하루는 불안해서 부근 귀퉁이에 사는 매형 집으로

부모님과 마누라와 아이들과 함께 피난을 갔다.

뒤에서 총을 쏠까 무서워 황급히 피했다.

집을 비워놔서 안되겠기에 혼자서 집으로 와서

자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오셨다.

우리 회사 운전기사 두 명은 총을 들었다.


도청광장에서는 매일 집회가 열렸고

들불야학에서 발행한 투사회보가 뿌려졌다.

그 투사회보에서는 막바지에 사망자를

500명쯤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생때같은 아들을 잃고 미쳐서 온 시내를

뒤지고 다닌 이모 말로는

시체를 가득 실은 트럭이 수도 없이

꼬리를 물고 어디론가 가더라고 했다.

500명이 아니라 수천 명이 죽었으리라고 했다.

외국에 있던 외사촌 교수 형님 말로는

2천 명 이상이 학살당했고 했다.    


그런 만행과 학살을 자행한

전두환 일당은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아직도 떵떵거리며 잘도 살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일당도 자기가 저지른 학살만행을

참회하고 감옥에서든 어디에서든

속죄를 하고 살아야 구원을 받을 터인데

안타깝고 불쌍하기만 하다.

우리나라가 아직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는

분명한 증좌다.



 

<순하고 선하게 살아라>-장진희 

[가난이 살려낸 것들-11]


하늘을 거스르지 말고 땅을 해치지 말라는 조상들의 지혜, 지상에 살면서 지향했던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가마솥에서 퍼낸 뜨거운 물 한 방울도 마당에건 수채에건 함부로 버리지 않았던 우리 할머니들, 풀뿌리 하나와도 지렁이 한 마리와도 그렇게 서로 존중하며 살았습니다. 살아갈수록 아프게 그리운 모습입니다.


요새는, 특히 도시에서는 순하고 선하게 살았다가는 굶어 죽기 십상이어서 그 가치는 이미 빛을 잃고 오히려 단단히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도 한결같이 똑똑하고 머리 좋고 말 잘하고 기세등등하고 사나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만든 세상이 순하고 선할 리 없습니다. 좋은 세상일 리 없습니다.


순이 아줌마 이름에 들어 있는 '순할 순(順)'자... 순이 아줌마는 그 바람대로, 늘 하늘의 뜻을 묻고 땅을 살피며 사는 사람입니다.

  

순이 아줌마네는 집에서 벌을 키웁니다. 많이도 아니고 딱 한 집 먹을 꿀을 낼 정도로만 키웁니다. 그런데 이 한봉은 양봉이 가장 무섭습니다. 양봉 하는 사람들이 근처에 있으면 양봉 벌이 한봉 벌을 다 죽여 버리기 때문입니다.


순이 아줌마는 이 벌이 하늘의 뜻을 알리는 영물이라고 합니다.


"아, 이상하지? 동네 초상이 날라고 하믄 벌이 벌써 알아. 벌이 머리에 하얀 띠가 둘러져 있으면 영락없이 다음날 초상이 난당께."


순이 아줌마는 벌들이 머리에 하얀 띠를 두르고 나오면 얼른 집안 일을 갈무리 해놓고 동네 초상 치를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글고, 진짜로 희한한 건, 동네서 누가 분봉을 해달라고 해서 해주잖어? 근데 동네서 인심을 잃은 집이거나 우리 집하고 사이가 안 좋은 집에서 분봉을 해가믄 절대로 그 집에서는 벌이 안되드라고. 다 나가불등가 도로 우리 집으로 다 와부러."


순이 아줌마는 미물의 움직임을 통해서 하늘의 뜻을 알아차립니다.

친하게 지내던 동네 아저씨가 돌아가셔서 우리가 막걸리 한 병을 들고 산소에 가던 날 순이 아줌마는 그 집 아줌마랑 산소 둘레에서 풀을 매주고 있었습니다. 절을 하고 고개를 드니 옆으로 다가온 순이 아줌마.


"아! 와줘서 고맙디야. 이거 봐. 아직 거미가 나올 때가 아닌데도 이 거미 기어다니는 것 좀 봐. 세상에... 두 마리네. 자네들 복 받것네. 죽은 사람이 이라고 응감을 해주니......"


순이 아줌마에게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은 따로가 아닙니다. 육신이 썩어 없어질 뿐이지 영혼은 같이 사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영혼은 지상의 생명들을 통해 그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순이 아줌마의 일기


그렇게 순하고 선하게 사는 순이 아줌마... 도시로 나간 아들들이 늘 걱정입니다. 가난한 산골 살림에 변변히 가르치지는 못했지만 착하기 짝이 없는 아들들이 나이가 들어도 장가를 못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아들들은 힘겨운 도시 생활 중에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집에 와서 이런저런 농사 일을 돕습니다. 다리가 아픈 아버지 대신 경운기를 몰고 밭을 갈고, 비닐을 씌우고 고추를 땁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요새 여자들 눈이 삐었지. 뭐이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 되었어. 저런 사내와 결혼을 마다하다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는 순이 아줌마가 공책과 연필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얼굴이 붉어지며

"나 이것 좀 봐줘어" 하시는데, 공책에 빼곡히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일기입니다.


"아, 울 아들이 나한테 이런 걸 쓰라네. 엄마 같은 사람이 일기를 써야 한다고, 지가 알아서 인터넷인가 뭔가 하는데 보낸다고 나한테는 그냥 되는 대로 쓰기만 하라는 것이여. 근디 아무래도 뭐이가 맞는지 어짠지 알 수가 있어야제."


띄어쓰기가 문제고, 맞춤법이 문제겠습니까? 입에서 발음되는 대로 적어놓은 그 일기에는 그야말로 당신의 삶과 생활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대보름 무렵 어느 날의 일기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설, 추석 명절 못지 않게 어김없이 쇠던 영등제 얘기가 적혀 있습니다. 정월 초하루부터 정재에 지푸라기로 만든 영등할매를 모셔 두고 스무하룻날 영등할매가 올라가기까지 하늘의 뜻을 살피던 얘기입니다.


이 영등제 동안, 영등할매가 딸을 데리고 오면, 바람이 불고 그해 농사는 흉년이 든답니다. 또 며느리를 데리고 오면 비가 오고 그해 농사는 풍년이랍니다. 집안 식구 누군가 아프면 절대로 그냥은 안 낫고, 보리 이파리를 뜯어다가 영등할매에게 잘 빌어야 낫는답니다. 그때는 이 영등할매가 가장 무서웠기 때문에 그렇게 잘 모시다 잘 보내드리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답니다.


아! 이 분들 돌아가시면 그 심성, 그 지혜, 그 사람살이...... 이제 누가 알고 지켜갈지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순이 아줌마의 아들이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엄마의 삶을 간직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그 엄마의 그 아들입니다.


순이 아줌마가 글 쓰는 데 절대로 주눅들지 않도록 응원을 단단히 해주었습니다. 띄어쓰기, 맞춤법 다 괜찮다고, 그냥 지금처럼 그대로 쓰시라고...... 당신이 쓰면서 헷갈려 하는 몇 가지만 조심스레 알려 드렸습니다.


순이 아줌마의 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텔레비전을 켜면 '땡전뉴스' 시절 같은 대통령 얘기, 국회 얘기, 사기꾼들 얘기가 뉴스 첫머리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순이 아줌마가 본 세상 얘기가 제일 먼저 나오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장진희 /무주에서 7년동안 농사짓고, 진도로 옮겨와 텃밭을 일구며 섬마을에서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과 필리핀 등 국제결혼한 엄마들과 그 자녀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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