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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걷게 되신 노친과 종종 외식을 즐깁니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27 조회수326 추천수9 반대(0) 신고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21)

    

 
                                            암을 이기신 87세 노친




올해 87세이신 노친이 지난해 6월 서울성모병원에서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임파선에도 암이 있고, 여생은 6개월 정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종양내과를 피하고 완화의학과를 선택하여 호스피스 병동에 열흘 정도 있다가 퇴원한 후부터 우리 부부는 식이요법을 시행하였습니다. 말이 쉬워 대체의학이고 식이요법이지, 그것은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온 가족의 큰 노고와 정성의 집합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친은 9월 23일 폐가 깨끗해졌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비로소 노친께 확실한 병명을 말씀 드렸지요. 나날이 좋아지시는 노친을 보며 우리 부부는 자못 의기양양해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11월 1일 갑자기 노친께 일어서지도 못하는 증상이 생겼습니다. 다시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으로 모신 다음 정밀검사를 시행했는데, 노친은 너무 지친 탓인지 돌아가실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간호수녀님이 임종이 임박한 환자 보호자들에게 실시하는 교육에 나도 참석하면서 지레 눈물을 흘려야 했지요.

그러나 희망을 놓지 않고 노친께 웅담과 흑마늘 엑기스를 집중적으로 복용시킨 다음 관장을 하게 해서, 변비 현상으로 일주일 이상 보지 못했던 숙변을 모두 배설케 하니 회생의 기미가 보이게 되었습니다.

최종 진단은 암세포의 ‘골반 전이 및 골절’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상태가 좋아져서 11월 31일 태안의 서해안요양병원으로 옮겨올 때는 여생이 2개월 정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요양병원에서도 회복보다는 고통을 감소시켜서 비교적 편안히 여생을 마치시게 해드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말을 들었지요.

하루 세 번씩 요양병원을 다니며 노친을 보살폈습니다. 노친께 조금도 섭섭한 마음을 갖지 않게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 암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감소시켜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병원에 가고 올 적마다 운전을 하면서도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골절이 아니라 엉덩이뼈에 붙은 암세포 때문에, 바로 그 암세포 부위가 골절되었으니 87세 노인이 다시 걷는다는 것은 의학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 터였습니다.

그런데 노친은 다시 걷게 되었습니다. 3월 말 화장실에 모시고 가느라 휠체어에 태울 때 내 두 팔의 힘이 덜 드는 것을 느낀 순간의 기쁨, 그 후 4월 초 보조기구를 잡고 다시 걷는 모습을 처음 보던 날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제 노친은 외출도 하시고,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 때는 투표도 하셨습니다. 나는 병원 가는 일을 하루 두 번으로 줄였고, 가끔 점심때 노친을 모시고 나와 외식도 하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곤 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2010년 6월 27일(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제2036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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