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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꾸로 산 세월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30 조회수558 추천수2 반대(0) 신고
휴정(休靜) 서산대사(西山大師)가 저술한 대표적인 선(禪) 수행 지침서인 <선가귀감(禪家龜鑑)>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바라건대 모든 수행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깊이 믿어서 스스로 비굴해지지도 말되 스스로 자만해져서도 안 됩니다.
이 ‘마음’은 본래 평등하고 보통 사람과 성인(聖人)의 구분이 본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미혹됨(迷)과 깨달음(悟), 보통사람과 성인의 구분이 있게 됩니다.
선사(禪師)의 격려와 가르침으로 인하여 어느 순간 홀연히 참된 내[眞我]가 부처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단박(頓)의 깨달음’입니다.
이것이 ‘스스로 비굴해지지 말라’는 이유이니 ‘본래 한 물건(一物)은 없다.’라는 것과 같습니다. 깨달음으로 인하여 잘못된 습관을 끊게 되고 보통 사람을 바꾸어 성인이 되게 하는 것이 ‘점진적(漸)인 수행’입니다. 이것이 ‘스스로 자만하지 말라’는 이유이니 ‘때마다 부지런히 잘못된 습관을 떨쳐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굴해진다(屈)’는 것은 가르침을 배우는 사람들의 병이고 ‘자만한다(高)’는 것은 선(禪) 수행을 하는 자들의 병입니다.
가르침을 배우는 사람은 선 수행의 방법에 깨달음에 들어가는 비결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배움에만 몰두하여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의 구분에 특별히 집착하며 참선 수행을 닦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남의 보배만 헤아리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서고 비굴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선(禪)을 수행하는 사람은 가르침을 통한 방법에,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거나 끊어버리는 바른 길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기에, 비록 나쁜 습관이 생길지라도 참회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므로, 선(禪) 수행의 결과의 정도가 비록 미천(微賤)할지라도 가르침에 대한 자만함(法慢, 잘 모름에도 자만함)이 많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거만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마음을 닦기로 결심한 사람은 스스로 비굴해지지도 말아야 하며 스스로 자만해지지도 말아야 합니다.
평하여 말하자면, ‘비굴해지지 말되 자만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은, 간략하게 말하자면 깨달음을 향한 첫 마음이라는 원인에 결과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 곧 수행의 제일 첫 단계를 반드시 믿어야 한다는 것이고, 크게 말하자면 보살이라는 수행의 결과는 수행의 원인이 되는 근거들을 완전히 섭렵해야 얻어진다는 것, 곧 수행의 가장 마지막 단계(五十五位)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願諸道者 深信自心 不自屈 不自高 
此心平等 本無凡聖 然約人 有迷悟凡聖也 因師激發 忽悟眞我 與佛無殊者 頓也 此所以不自屈 如云本來無一物也 因悟斷習 轉凡成聖者 漸也 此所以不自高 如云時時勤拂拭也 屈者 敎學者病也 高者 禪學者病也 敎學者 不信禪門 有悟入之秘訣 深滯權敎 別執眞妄 不修觀行 數他珎寶故 自生退屈也 禪學者 不信敎門有修斷之正路 染習雖起 不生慚愧 果級雖初 多有法慢故 發言過高也 是故得意修心者 不自屈 不自高也 
評曰不自屈不自高者 略擧初心因該果海 則雖信之一位也 廣擧菩薩果徹因源 則五十五位也 
 
비뚤어진 자아(自我)가 강하면 나쁜 습관으로 굳어진다. 필히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을 것이다. 본래의 마음은 이타적으로 사랑하면서 사는 것일진대 거꾸로 산 셈이다. 이 습관은 때[垢]가 되어 제2의 피부가 되어 있을 정도로 두텁게 굳어져 있기 때문에 좀처럼 깨트리지 못한다. 또 제2의 피부가 되어있어 그것이 때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범인(凡人)들이다. 그래서 속죄하지 못하는 우리들에 대하여 서산대사는 깨달을 때마다 나쁜 습관을 떨쳐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적인 생각이 습관이 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나쁜 습관은 부모로부터 받은 가정교육, 이기심 등으로부터 생긴 것이며 가톨릭에서는 이를 ‘죄’라고 한다.
서산대사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깨달음으로 인하여 잘못된 습관을 끊게 되고 보통 사람을 바꾸어 성인(聖人)이 되게 하는 ‘점진적(漸)인 수행’이라고 했다.
가톨릭이란 말도 ‘보편적’이라는 뜻으로, 나는 ‘일상생활에서 잘못을 깨달아 바로 잡아 가는 종교’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일상생활에서 잘못을 뉘우쳐 새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부활(復活)이다.
따라서 하늘나라는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있는 것이다.
 
성녀 아빌라의 대 데레사(St. Teresa of Avila)는 <완덕의 길>에서
“여러분은 받은 은혜와 마음속의 즐거움을
여러분을 깨우쳐 줄 수 있는 분께 이야기하고 숨기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아무리 높은 관상(觀想)이라도
기도는 ‘나를 앎’으로써 시작되고 끝나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하고 말했다.
성녀는 서산대사의 말을 간단하게 요약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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