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주변에 인쇄물 복사해 주는 집이 하나 있다. 나보다(내가 이제 67세다.) 한 살 더 잡수신 분이 아들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신다. 가게는 아들 몫이라 한다. 이 분은 전남대학교에서 임시직으로 몇 십 년을 일한 덕분에 교수들 논문집을 인쇄해서 제본해주고 복사도 해 주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신다. 이 분과 나는 가끔 머리고기 한 접시 시켜놓고 소주 한 병을 시켜 마신다. 술값은 8,000원이다. 그분은 내가 형님으로 모시기로 한 분이다. 참으로 착한 분이다. 이 분이 20년 넘게 좋은 글을 모아놓은 것을 보여주면서, 책으로 만들어 식구들과 친구들에게 돌리겠다 하신다. 나한테도 한 권 주시겠다는 거다. 읽어보니까 정말 좋은 글모음집이다. 불경도 좋고 성경도 좋지만, 그 글들도 그에 못지않다. 우리 진심을 담아 쓴 구도(求道)의 글들은 불경과 성경을 이어받은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경과 성경은 완결된 책이 아니다. 내가 형님으로 모시기로 한 그분처럼 착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자체, 모든 사람이 서로 아끼고 섬기면서 자연과 더불어 ‘함께사는세상’을 일구어나가면서 써 놓은 삶의 이야기, 생활글이 바로 그런 불경이요 성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형님, 그 형님 같은 숱한 사람들은 MB, 국회의원 대부분, 잘 나간다는 우리나라 1%(50만 명) 특권층보다 천배 만배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그런 분들은, 어떤 모양으로든, 어떤 경로로든, 다른 사람 것을 빼앗거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우리 공동재산인 세금을 허투루 낭비하거나 빼돌리지 않는다. 나아가, 그분들은 식구들, 친구들, 가까이 살거나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