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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오, 주여!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05 조회수384 추천수3 반대(0) 신고
낮 열두 시가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오후 세 시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이는 번역하면,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
(마르코 15:33-34)
 
누구나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심정을 느낄 때가 있다.
하늘이 캄캄해지고 광야에 혼자만 외롭게 내동댕이쳐져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심지어는 하느님으로부터도 버려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십자가 위의 예수님께 그런 때가 왔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소리쳐 부르건만 구원은 멀리 있습니다.
저는 물처럼 엎질러지고 제 뼈는 다 어그러졌으며
제 마음은 밀초같이 되어 속에서 녹아 내립니다.
저의 힘은 옹기 조각처럼 마르고 저의 혀는 입 속에 들러붙었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죽음의 흙에 앉히셨습니다.
제 뼈는 낱낱이 셀 수 있게 되었는데 그들은 저를 보며 좋아라 합니다.”
(시편 22:2, 15-16, 18)

예수님께서는 피와 외로움의 값을 치르시고서야 몸과 마음이 황량함을 느끼는 고도의 고독을 느끼실 수 있었다. 온갖 고통과 굴욕과 외로움을 무릅쓰고도 당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그리하여 당신은 태고의 외로움에 머무셨다.
 
2007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이 말했다.
진짜 죄는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실제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을 차선책으로 삼고 사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핑계를 대면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세상과 타협하며 하느님의 손을 놓는다.
우리는 내면의 깊은 곳에서는 존경을 받으면서 또 명예를 실추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의 진리와 화합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부터도 도망치기를 바란다.
진리를 거역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부끄러워서 하느님의 현존을 살짝이 혼자서 만나기를 바란다.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 갑자기 대단한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진리와 함께 하면 하느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과 하나가 되고, 진리를 거역하면 혼자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역으로 자신은 진리를 따라 살고 있는데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진리를 거역하거나 무시하고 살면 외롭게 느끼기 마련이다.
김재진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
인생이란 다 그런 것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 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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