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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뻐꾸기 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16 조회수422 추천수2 반대(0) 신고
    시인 소슬비 님이 들려주신 ‘뻐꾸기 소리’에 그만…


 

며칠 전에 <8개월의 여정 끝에 귀가하신 노친>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세 분이 ‘답글’을 주셨습니다. 그중 마지막 답급인 ‘시인소슬비’ 님의 글에서 뜻밖에도 ‘뻐꾸기 소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시인소슬비 님의 답글을 소개해 봅니다.  


시인소슬비

어제는 고구마 밭의 풀을 뽑았는데...뻐꾹 뻐꾹 뻐꾸기 소리에 그만 엄마가 생각나 울어버렸답니다. 마음을 다해 효도하세요. ....*^^* 10.07.11 13:40


그 글에서 ‘뻐꾸기’ 울음소리를 접하는 순간 제 가슴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한참 동안 망연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지요.

불현듯 언젠가 ‘가족 메일’ 안에 뻐꾸기 소리를 담았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2001년쯤부터 40여 명의 피붙이 겨레붙이 인연지기들에게 ‘가족 메일’이라는 이름의 글을 종종 전송하는데, 언젠가 뻐꾸기 소리를 함께 보냈던 일이 아슴히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그리움의 충동으로 그 메일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유월의 뻐꾸기 소리를 듣네>라는 이름의 글을 제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2007년 6월 4일에 전송한 메일이었습니다.

꽤 긴 메일 중의 ‘뻐꾸기’ 소리 부분을 소개해 봅니다.
나로 하여금 ‘뻐꾸기 소리’를 다시 듣고 상기하게 해주신 시인소슬비 님께 감사하며, 시인소슬비 님을 비롯한 여러분과 ‘뻐꾸기 소리’를 공유하기 위해서….
  

올해도 유월의 뻐꾸기 소리를 듣네
  "지요하"<jiyoha@naver.com>    
  07-06-04(월) 22:31:17   07-06-04(월) 22:58:11


(전략)


★올해도 유월의 뻐꾸기 소리를 듣고

오늘도 남산리-장명수-장산리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해 걷기 운동을 하면서 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었네.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이상한 향수 같은 것을 느끼게 되네. 감미로운 그리움과 슬픔 때문에 괜히 눈물이 날 것도 같고...

언젠가 뻐꾸기 소리에 대한 기록을 ‘가족 메일’에 담았던 것 같은 기억이 나서 문서 방에서 옛날 메일을 찾아보니, 2004년 6월 2일의 편지에 뻐꾸기 얘기가 있었네. <유월, 뻐꾸기 울음 속에서>라는 이름의 메일인데, 그 글의 뻐꾸기 대목을 옮겨보겠네.

【어느새 5월이 다 가고 6월이 됐는가 했더니 또 금세 하루가 지나고 2일일세. 모든 시간은 순간이고 찰나일세. 순간과 순간이 이어져서 시간이 되고 세월이 되고 억겁이 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조차도 순간인 것을…. 인생이 비몽사몽간의 찰나라는 것을, 그리고 그 허무를 잘 느낄수록 ‘신의 창가’에도 다가가 서게 되고, 이승을 초월하는 저 영원한 시간의 주인을 좀 더 잘 볼 수 있을 것도 같네.

6월은 한해 반도막의 끝 부분일세. 이 6월이 지나면 금년도 반도막이 냉큼 부러져버린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스산해지는 마음일세. 시간의 흐름에서 오는 스산함에다가 뭔가 내 일들을 알속 있게 이루지 못하는 데서 오는 당혹감 같은 것이 지레 나를 곤혹 속으로 몰아넣을 것도 같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하느님께 더욱 의지하고 정신 차려야지….

이른 아침 동네의 가로등들을 끄러 나갔을 때 백화산 어느 등성이에선가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가 가슴을 짠하게 하더군. 어렸을 때부터 5월에서 6월 사이 보리 누릇누릇 익어 가는 시기에는 아침마다 꼭꼭 듣곤 했던 뻐꾸기 울음소리가 나날이 부박해져 가는 자연 환경 속에서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고맙고 반가운지….

뻐꾸기의 탁란 습성과 알에서 갓 깨어난 벌거숭이 어린것이 주인 새의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놀라운 장면이 한 순간 연상되긴 했지만, 그래도 먼 곳에서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잠시 잊었던 어떤 아련하고도 포근한 농경민족의 정서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것도 같아서 짐짓 화단 가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이나 그 소리를 들었네.

그러다 보니 이 정다운 소리를 멀리 미국으로, 안양으로, 안산으로, 대전으로, 또 어디로..뿔뿔이 나뉘어져 살고 있는 모든 피붙이들에게 들려주었으면 좋겠다는 공연한 생각도 하게 되더군. 어린 시절 어느 아침 아버지와 함께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마리지’ 고개 넘어 한 농가에 가서 미리 사놓은 묵은 콩을 나누어 지게로 지고 오던 날의 풍경, 아버님의 모습도 아슴히 떠올라서 또 한 순간 눈물이 핑 돌더군.】


2004년 6월 2일의 ‘가족 메일’ 안에 담긴 뻐꾸기 소리를 기억하고 찾아서 2007년 6월 4일의 가족 메일에도 옮겨 담았는데, 또 그때로부터 3년 세월이 바람같이 흘렀군요. 시간은 바람이요, 세월은 유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봅니다.  

순간이요 찰나인 인생에서 가장 귀중하고 가치 있는 일은 ‘신의 창가’에 서서 저 하늘의 별빛을 보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100715/목, 가톨릭 카페 <빈들> ‘삶과 믿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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