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골룸바의 일기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0 조회수516 추천수3 반대(0) 신고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마태오 12,46-50)

 

제가 학생때의 일 입니다.
집에 혼자 있는데, 힘차게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 급한 용무가 있는것 같아, 후다닥 뛰어 내려갔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쑥한 차림의,
한국인 아주머니 두분께서 환한 얼굴로 서계셨습니다.
가슴에는 '여호와의 증인' 임을 알려주는 책자가 들려 있었고,
저는 아이쿠~ 싶어, 어찌 둘러대야 옳을까 머리속이 복잡해 졌습니다.

그분들은 다짜고짜 성경을 줄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잠자코 듣고 서 있자니, 이사람들 저를 놓아 줄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매몰차게 끊어 버리자니, 그것도 마음이 편치가 못할것 같았습니다.
그분들은 줄기차게 성경을 읽고 계셨고,
제 머릿속에 순간 번뜩이는 지혜!!!
망설임 없이 그분들께 외쳤습니다.

"저는 성모님을 사랑합니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는 선에서 제 의사를 가장 확실하게 전달할수 있는 외침,
이리라 생각을 하였던것 입니다.

그러자 그분들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오늘의 복음말씀 (마태오 12,46-50) 을 달달달 외워 읊어대는것 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성서에는 신약이 없는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약을 줄줄이 외워 읊어대는 통에 난감했습니다.

그분들의 주장은 이러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라고 말씀하신것을 학생은 듣고도 그런 어머니에게 의미를 부여하느냐는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듣고보니 참 이상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들,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해 저러고 있으면서,
또 성모님을 부정하려는 순간에는,
마치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들어올려 대는 꼴이 참으로 우스웠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저 사람들, 어떤 신앙인들보다 박식하고 생각이 깊다 스스로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반박에 반박만 거듭하느라,
자신들이 정말 중요하다 여기는 요점조차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이었구나...

실제로 저는 그때당시 성모님의 충만하신 은총속에 날마다 즐거웠던 때였습니다.
54일 구일기도에 재미를 붙여서,
매일밤 묵주를 손에서 내려 놓을줄 몰랐던 어린 시절 이었고,
하루도 쉬지 않고 54일씩 연달아 몇번을 기도했는지 모를때 였으니,
성모님께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당신의 짙은 장미향기로 함께하고 계심을 알려 주셨던 때였습니다.

저를 막무가내로 반박하며,
갑자기 예수님의 이름까지 들먹이는 저들이 참 미워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들께 말하였습니다.

"저는 성모님이 참으로 좋습니다.
 성모님은 제게 꽃향기를 뿌려 당신께서 저와 함께하고 계심을 알려 주십니다."

저를 찾아 오셨던 두명의 아주머니들중 리더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주도하셨던 한분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갑자기 횡설수설 하시며, 자신의 올케도 천주교 신자 인데,
그 올케분도 묵주기도를 할때마다 향기를 맡는다고 하더라는것 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외쳤지요!
'저런~ 저런~ 넘어오시는구나! ㅎㅎㅎ'

그분들은 결국 제게 형식적으로 책자 하나만 남겨 놓으시고는,
황급히 돌아 가셨습니다.
그리고 두번다시 저희집에 찾아 오지 않으셨습니다.
보통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에게 뽑힌 주소는,
신자들 번갈아 가며 들쑤셔 놓는게 일반적인데,
두번다시 그분들을 뵙는일이 없어졌습니다.

저는 오늘의 복음말씀을 들을때 마다,
그때 만났던 그분들이 생각 납니다.
부디 올케분께서 그분을 어둡고 추운 음지에서,
따스한 아버지의 빛속으로 손잡고 끌어내셨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제가 처음 성경책을 펼쳐들고 줄줄 읽어내려갔던 때를 떠올립니다.
어린나이 였기 때문에, 모르는 말이 대부분 이었고,
물론 이해조차도 되지 않았지만,
'나는 하느님을 이제부터 제대로 알고야 말겠다!' 는,
불같은 의지로 무조건 읽어 내려갔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눈으로, 귀로, 머리속으로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렇게 한번을 다 읽었을 무렵 신기하게도 마음속에 정리가 되는 체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성경책을 들었을때는,
분명 같은 책인데, 전혀 다른 하느님을 만날수 있었습니다.
읽을때 마다 나에게 새롭게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만날수 있게된 것이지요.

그때그때 처한 나의 상황에 따라,
하느님에 대한 나의 사랑과 이해의 정도에 따라,
알고싶어 하는 나의 마음에 따라...
하느님은 그렇게 성서를 통해 제게 말씀하셨고,
사랑을 노래해 주셨던것 입니다.

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작은 '몸짓' 하나,
사소한 '해프닝' 하나,
흘리신 '말씀' 하나...
어느것 하나도 그냥 행하신것이 없으십니다.

그 안에는 '무한한 진리' 가 숨겨져 있는것 입니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전 생애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그 숨겨진 진리를 풀어내어 주십니다.
저는 이것을 '숨은 그림 찾기' 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숨은 그림 찾기와 다른것이 있다면,
복음의 숨은그림은 사람이 정해 놓은 정답이 없고, 끝이 없다는것 입니다.

만일 그안에 사람이 정해 놓은 정답이 있다면,
오늘,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은 그 여호와의 증인 아주머니들이 말씀하셨던것 처럼,
'인정머리 없는, 제 어미도 몰라보는, 나자렛의 한 청년!' 으로,
남아 버리셨을것 이고, 그것으로 이미 모든 공이 물거품되어 끝났을것 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살아계신 하느님과 같이,
하느님의 말씀또한 복음을 통해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아계십니다.
말씀속에 '숨' 이 있고, 그 '생명' 이 있으니,
우리는 말씀과 함께 매순간 숨쉬며, 소통해야만 살수 있는것 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토록 보고싶고 그리우셨던,
사랑하는 어머니를 눈앞에 두고도,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과감히 잘라내어 버리십니다.
이는, 쟁기를 잡고 뒤돌아 보시지 않기 위함이셨을것 이고,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세상의 모든 끈을 놓아버리신다는 강한의지를 다지기 위함이셨을것 입니다.

예수님과 성모님...
그 착한 마음씨로 얼마나 가슴의 눈물을 흘리셨을까요...
어쩌면 이모든 것을 이해해줄 어머니셨기에...
돌아가시는길 애절한 눈맞춤으로 인사를 대신 하셨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자간의 사랑을 볼수 있는,
오늘의 이 복음말씀이 저는 참 좋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복음을 악용하는 사람들 더이상 없어야 하겠습니다!!! ^^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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