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골룸바의 일기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1 조회수521 추천수3 반대(0) 신고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마태오 13,1-9)

 

지난여름에 만들었던 여러개의 화단중에,
제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화단이,
바로 '사철 베고니아' 화단 입니다.
꽃시장에 가서 가장 멋지게 모양이 잡힌 예쁜이들로,
엄격히 선별해 데려와서 가장 좋은 땅에 자리를 잡아 주었지요.

사계절 빨강꽃을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꽃밭이 되었는데,
어느날 베고니아 화단에 재앙이 닥쳐왔습니다.
화단 바로 옆에 커다란 야자나무가 있었는데,
야자잎이 시들어 벗겨지는 과정에서,
그대로 베고니아 화단으로 추락해 버리는 사고가 벌어진것 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사고를 목격한 사무엘이 제게 달려와 말했습니다.
"엄마! 엄마 꽃이 다 구겨져버렸어!!!"
꽃이 구겨지다니, 그게 무슨소리냐며 나가 보았더니,
그렇게 예쁘던 꽃밭이 쑥대밭이 되어 버린것이었습니다.

가슴이 아팠지만, 살아 있는 꽃을 위해서 부러지고 뽑힌 꽃들을,
자르고 뽑아 정리해줄수 밖에 없었습니다.
풍성하던 베고니아 꽃밭은 핵폭탄을 맞은듯,
그렇게 휑~ 한 꽃밭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동안은 쳐다보기도 속이 상해 화단 앞을 일부러 지나다니지 않았습니다.
빈곳은 돌아오는 여름에 새로 채워 넣어 주자...
스스로 위안삼으며, 일부러 외면하며 지냈던것 이지요.
몇주나 지났을까...

우연히 집에 놀러왔던 손님이 베고니아 화단을 구경하던중,
땅속에서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며,
화단에 씨를 뿌려 놓은것이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런적 없다며 놀라 뛰쳐 나가 보았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다 뽑혀 없어진줄 알았던 곳에서,
새싹이 올라오고 있는것 이었습니다.
아직 봄이 온것도 아닌데, 한겨울에 이게 웬일이람...
제겐 봄소식 보다 더 반갑고 기쁜소식 이었습니다.
돌아올 여름에는 사고전의 화단모습을 갖출수 있을것이라는,
기대와 부푼 희망이 그날 하루종일 저를 웃게해 주었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에 허락하신 '생명력' 에 대해 깊은 묵상을 할수 있었습니다.
이 땅위의 모든 생명은,
무엇이든 작은 '씨앗' 으로 시작이 됩니다.
비록 그 시작은 작고 힘없는 '씨앗' 이지만,
'비옥한 땅' 에 자리를 잡고, 힘차게 뿌리를 내리기만 하면,
그 어떤 시련속에 부러지고, 뽑히며, 다치더라도,
다시 살아날수 있는 힘을 갖는것 입니다.
그 힘이 바로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허락하신 '생명력' 이구나... 깨달았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씨앗이 '어떤 땅' 에 뿌려지느냐 입니다.
저의 베고니아가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할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그 땅이 '비옥'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화단을 가꾸기에 앞서, 좋은 비료로 미리 손질을 해 두었던 땅이었고,
꽃을 심으면서도 영양제를 따로 공급해 주었던 땅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햇빛과 바람이 가장 잘 통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기름진 땅이었기에,
다 죽어가던 힘없는 잔뿌리 하나가 새생명을 다시 품어낼수 있었던 것이지요.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에서,
씨가 뿌려지는 땅의 종류를 여러가지로 나누어 말씀하십니다.
뿌려지는 '씨' 의 종류는 '하나' 인것으로 보이나,
그 씨를 품어 키워내는 '땅' 의 종류는 '여러가지' 로 나누어 말씀하신것 입니다.

여기에서 '씨''하느님의 사랑' 이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될수도 있겠지만,
말씀또한 하느님의 사랑안에 속해있기에,
저는 이 비유안에서의 씨앗을, '하느님 사랑의 씨앗'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씨가 뿌려지는 '땅' 은,
우리 '사람' 입니다.
어떤 땅에 뿌려지느냐가, 바로 어떤 사람에게 뿌려지느냐와 같다는 말이지요.

그럼 다시 정리해서,
'하느님 사랑의 씨앗이 어떤 사람에게 내리느냐에 따라,
 수확때에 거두어들일 열매의 양이 달라진다.'
라는 말씀이 될것입니다.

여러가지 땅의 종류만큼 다양한 것이 바로 우리 사람들의 스타일 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비록 네가지로 크게 나누어 비유하셨지만,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스타일은 너무도 많고 또한 천차만별 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좋은땅' 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생명의 씨앗을 받아 품기에 가장 알맞은 좋은땅은 과연 어떤땅 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옥한 땅이 아닐까요.
비옥하다는 말은 바로 '기름진' 땅을 말합니다.
매마르고 흩어지는 흙으로 이루어진 땅이 아니라,
걸고 기름진 비옥한 땅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있어 비옥한 땅은 어떤 사람을 말할까요.
기름진 비옥한 사람은 분명 성령의 '기름' 을 가득 품은 사람.
바로 '성령충만' 한 사람일것 입니다.

하느님의 열매를 풍성히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성령충만' 입니다.
성령께서 풍요로운 열매를 맺을수 있도록,
끊임없이 우리를 재촉하십니다.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어당기시며,
'하느님의 열매' 를 가득히 맺을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주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비옥한 땅을 예로들어 비유하심은,
'성령으로 가득 채워진 우리 안에,
 하느님 사랑의 씨앗을 뿌려 풍성한 열매를 맺기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기름진 땅에 곧 성령으로 채워진 사람안에,
뿌려지는 하느님 사랑의 씨앗이,
성부 아버지의 빛과,
성자 예수님의 돌보심과,
성령의 바람으로 키워져,
그 뿌리를 내리고 새싹이 피어 올라,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 꽃으로 자라나,
마침내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어,
우리를 키워내신 하느님께 기쁨이 되어드리는 우리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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