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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가라지의 유용성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4 조회수653 추천수17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16주간 토요일 - 가라지의 유용성


 

벼를 심고 꾸준히 계속 해 주어야 하는 것이 ‘피사리’입니다. 벼와 함께 자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피’라 부릅니다. 그것을 꾸준히 뽑아주지 않으면 벼가 먹어야 할 양분을 그것들이 다 빨아먹습니다. 그것들은 워낙 양분을 많이 먹어서 나중에 자라고 나면 벼들보다 훨씬 크게 자랍니다.

그러나 크게 자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면 때가 이미 늦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주 크게 자라기 이전에는 피와 벼가 구분이 잘 안 된다는 것입니다. 농부들이 피사리 해 놓은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벼를 뽑아 놓은 것인지 피를 뽑아 놓은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습니다.

저도 피사리를 여러 번 해 보았는데, 아무리 주위를 해도 뽑아놓고 보면 벼가 몇 개씩 함께 뽑혀있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어떤 때는 피를 뽑으면 옆에 있던 벼까지 함께 딸려 올라오기도 합니다. 논은 질고 뿌리가 서로 엉켜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피를 뽑다가 멀쩡한 벼를 뽑아버린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 것을 보다 못한 저의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넌 피사리 하지 마라!”

 

오늘 복음에서는 밀과 가라지가 나옵니다. 여기에서도 밀과 함께 자라는 녀석이 가라지입니다. 일꾼들이 가라지를 뽑겠다고 할 때 주인은 뽑지 말고 내버려두라고 합니다. 자칫 밀까지 상처를 주거나 뽑아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라지를 다 뽑아버리더라도 멀쩡한 밀 하나가 뽑히는 아픔을 원하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 영혼에 대한 사랑을 잘 표현해줍니다.

“넌 피사리 하지 마라!”

 

사실 영혼에게 있어서는 악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더 유익합니다.

제가 로마에 처음 왔을 때 어떤 이상한 모기에게 팔뚝을 여러 방 물렸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모기 종류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팔이 아플 정도로 부었고 그것이 가라앉은 이후에도 진물이 계속 나왔습니다. 약을 발라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진물은 거의 2년 동안 나왔고 저는 여름에도 짧은 팔을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찮은 모기에게 물려도 그렇게 고생하는 이유는 제 안에 그것에 대한 항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어렸을 때 한국에선 그런 모기에 물려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터키에 갔더니 수도에서 나오는 식수로 양치질을 해도 사람들이 다 바이러스 때문에 설사를 하고 배앓이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국민들은 물에 들어있는 그 바이러스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 물을 어려서부터 마셔서 그들에겐 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이 처음부터 매우 깨끗한 공기에서 크기 때문에 아토피나 기관지 문제 등의 면역력이 매우 약하다고 합니다. 이는 온실 속에서만 자란 꽃은 야생에서 자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예방 주사란 것이 그 몸속에 병균을 넣어서 항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어느 정도의 병균을 접하는 것은 나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영적으로도 태어날 때부터 원죄에 물들어 약하게 태어납니다. 그러나 하늘나라엔 영적으로 완전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아담과 하와와 같이 하느님을 배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담과 하와가 겪었던 과정을 이 세상에서 미리 겪고 더 완전해져서 하늘나라 들어오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 하느님께서는 우리 곁에 악이 존재하도록 허락하시는 것입니다. 죄를 짓기 위해 일부러 악에 접근하는 것은 교만이요 그것 자체가 죄이겠지만, 자연적으로 우리에게 닥쳐오는 악들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셨고 또 유익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삶이 너무 힘들고 안 좋은 일만 일어나서, 하느님은 안 계시다고 합니다. 선하신 분이 어떻게 나쁜 것을 주실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녀를 위하는 부모라면 공기 청정기만 돌릴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보통 공기와도 접촉하게 해야 하는 것처럼, 온실 속에서만 키우는 것이 사랑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오히려 우리가 매일 지고 가야 할 십자가를 주시지 않는다면 오히려 하느님이 안 계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유다도 이런 면에서 다른 제자들에게 유익했던 사도였습니다. 좋은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다면 어떻게 인내와 용서와 기도를 배울 수 있겠습니까? 물론 가라지는 심판 때에 하느님께서 알아서 처리 할 것입니다. 미리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 옆에 있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까지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더 강해지고 있음을 깨달으면 됩니다. 그것이 가라지를 통해 밀에게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 사랑한다는 말은 >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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