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숲 "
동편 해 산을 넘으면
달아나는 어두움
게으른 혼 산 안개도 서두른다.
무자비한 포은에 준비 못한 대지는 대안 없이 끓고
끝없는 출혈에 시든 잎사귀
발목까지 늘어진 풀 잎
철저히 유린당해도 해지면 숨 쉬리라
속으로 숨긴 자존만 더위를 마신다.
참회도 잊은 벌목꾼
베어낼 나무는 산정으로 달아나고
눈 가린 수종 개량 목 풀 더미 속에서 잠을 잔다.
큰일 낸 아카시아
게슴츠레 흘린 군침이 너부러졌는지
길을 가면서 겨울 산을 보면 안다
늘어난 민둥산
/ 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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