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든지, 애인을 만들든지 해라>

아들들하고 의기투합해서 소주를 좀 마셨다.

집에 와서 일을 하려고 의자에 앉았는데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타일공 일이 끝났다고 술을 한잔 사란다.

오라고 해서 호프집에 앉았다.

후배는 나보다 훨씬 책을 많이 있었을 것이다.

후배가 하는 말이, 자기는 전두환 치하에서

술이 억병으로 취한 상태에서

담양군 고서에 세워진 전두환 비석 글씨를

몇 시간에 걸쳐 쪼아서 없애버린 통에

잡혀가 유치장에 갇혀 있는데,

술이 깨서 생각해보니, 이제 죽었다 싶어

엄청난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었단다.

그런데 유치장 앞에 놓여 있는 잡지에서

알피니스트가 죽음을 각오하고 정상에 오르는

이야기를 읽는 순간 죽음을 초탈하여

마음이 편안해지더란다. 

후배는 올해 환갑쟁이 총각이다. 

후배 하는 말이, 외로워 죽겠단다.

여자 생각도 간절하단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

혼자 사는 50대 여자 가운데서

서로 따뜻하게 아껴줄 여자를 찾아

결혼을 하든지, 애인을 삼든지 하라고 했다.

그 친구가 좋은 말씀 명심하겠다 했다.

내가 잘 한 말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