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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골룸바의 일기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04 조회수416 추천수4 반대(0) 신고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마태오 15,21-28)

첫아이 사무엘을 낳아 키우면서 좌충우돌 초보엄마의 스토리는,
책으로 써도 수십권은 나올만큼 파란만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제 주변에 마지막으로 출산을 했던 사람이,
25년전 제동생을 낳으셨던 저희 엄마뿐이셨으니,
정보를 얻기 위해 의지할 곳은 오직 인터넷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라는것이,
어디 정보수집만으로 채워질수가 있겠나요.
어느정도의 이론적 도움만 받을 뿐이지,
직접 겪으며 배우는 살아있는 체험만이 '엄마' 를 만들수 있다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처음에 아이를 낳아서 첫돌이 되기까지의 일년이란 시간은,
마치 꿈을 꾸듯 지나간 시간 이었습니다.
밤새 잠한번 이어서 자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던것 같습니다.
잠투정의 달인이었던 사무엘을 갖은 방법을 다 써서 겨우 재워 놓으면,
침대위에 내려 놓는 순간 아이는 눈을 '번쩍!' 하고 뜹니다.
잠귀 밝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이였으니,
저의 고초는 이루 말로다 할수 없을 만큼이었지요.

첫돌이 지나 두돌까지의 일년은,
먹고 자는 것에서 얻은 자유를,
아이의 '고집' 에 고스란히 내어 주어야만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만의 자아가 형성이 되고, 많은 것을 배우며 습득해가는 과정이었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정신적인 피로감을 떨쳐버릴수가 없던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사무엘이 세살이 되자,
어느새 자기만의 인격과 자아가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래서 '세살 버릇 여든간다' 라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고집불통에 자기밖에 모르던 아이가,
이제는 넓은 마음으로 자신보다 엄마를 더 먼저 챙기고 배려해 줍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주고 받을수도 있게 되었으며,
구지 따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확인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무엘이 '말귀' 를 알아 듣기 시작하면서 부터가 '기적의 시작' 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아기들은 자기를 중심으로 이 지구를 돌립니다.
남에대한 배려와 개념이 전혀 없다는것 이지요.
세상의 모든 사람은 그와 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옵니다.

그런 사람이 '말귀' 를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기적' 을 일으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따르기 시작합니다.
다소 불완전 하지만, 세상이 자기자신만을 위해 돌고있다는 착각을,
내려놓고 성숙해 지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다, '말문' 이 트이면 또다른 '기적' 을 일으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것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말로 표현하며 '소통' 을 하기 시작합니다.
원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설명할수도 있게 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 하는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수 있게됩니다.

그렇게 상대방과 소통을 하게되고,
나아가 이 세상과 소통을 하게 됩니다.
그안에서 옳고 그름을 분별할수 있게 되고,
옳은 신념으로 노력하며 원하는 것을 성취할수 있게되는것 입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하느님의 이야기를 맹목적으로 듣게 됩니다.
이것이 교리를 배우는 첫단계가 될것입니다.
그 안에서 '나' 라는 사람이 변하지 않고,
오직 '나' 를 중심으로 이 지구를 돌리게 된다면,
우리는 개념없이 울며 보채는 갓난 아기와 다를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 라는 알을 깨고 나와,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때를 맞이하게 된다면,
우리는 '말귀' 를 알아듣는 기적을 체험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말귀를 알아듣게 되면,
그 말씀에 나의 생각과 행동을 온전히 따르게 됩니다.
다소 고집스럽고 이기적이었던 '나' 라는 존재가,
하느님을 중심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말씀에 귀기울여 살다보면,
반드시 '말문' 이 터지는 기적을 체험하게 됩니다.
막무가내로 울며 보채는식의 의사전달이 아닌,
성숙된 하느님과의 '대화' 를 할수 있게 되는것 입니다.

성숙된 '대화' 는 서로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줍니다.
모든 일의 시작이요, 그 일을 이루기위한 가장 기본적이며 근본적인 단계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모든일을 '하느님과 함께' 시작할수 있게 되는것 입니다.

서로의 소통이 원활해 지게되면,
구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만나게 됩니다.
하느님과 우리는 '영과 영' 으로 만나게 되는데,
하느님의 영이 바라시는 것을 우리의 영이 느낄수 있게 됩니다.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믿음 그리고 사랑을 체험할수 있게 되는것 입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루카 11,1-13)

이 복음말씀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가장 구체적인 방법을,
주님께서 직접 알려 주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세상의 것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는 '하느님' 을 얻기 위해 우리가 행해야할 방법인 것입니다.

우리는 적당히 기도하고, 노력하면 이 문이 열리리라...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습관처럼 앉아서 정해진 시간을 채우며 빈말을 되풀이 하는 기도보다,
단 오분, 십분 동안만 이라도 '하느님의 영''나의 영' 이 만나는,
귀한 시간을 갖는것이 눈앞의 닫혀진 문을 열리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것입니다.

이러한 '청함' 이 있은 후에는,
나의 청함을 들으신 하느님께대한 '믿음' 이 있어야합니다.
그 다음, 그 '믿음' 에 따른 '행동의 노력''찾음' 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 행동은 '문을 두드리는' 것과 같이 '구체적 찾음' 이어야만 하는것 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가나안 여인이 마귀들린 딸을 위해 예수님께 자비를 구합니다.
한결같이 냉랭하시던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의 '믿음' 을 보시고,
여인의 딸을 구해주십니다.
(마태오 15,21-28)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정말 예수님께서 이토록 감탄하실만한 여인의 '믿음' 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여인의 딸을 치유하기 위한 믿음으로 보이나,
실제로 이 여인은 '하느님' 을 얻었고, 하느님 안의 '세상' 을 얻었습니다.
이 여인앞의 커다란 '문' 이 열리는 순간이었던것 입니다.

이 여인은 문을 열기위해 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였습니다.
'청함' 이 있었고, 그 청함에 따른 '믿음' 이 수반 되었으며,
'찾음' 의 노력과, '두드림' 의 구체적인 행동의 실천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것이 하나가 되어 하느님앞에 봉헌이 되자,
마침내 여인이 열고자 했던 문이 열렸고,
'하느님의 문' 까지 열리는 기적을 체험하였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얻기위해 청하고, 찾으며, 두드립니다.
하지만, 한단계 뛰어넘어 하느님을 얻기 위해,
오늘 복음말씀의 이 여인처럼 노력해야 합니다.
'믿음' 을 가지고, 이모든 단계를 차근히 밟아 나갈때,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문' 이라는 가장 큰 문을 열어 주실것 입니다.

하느님을 얻은자는 세상을 다 얻은것과 같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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