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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교회에서 광복절은 해마다 '여벌'인가?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07 조회수346 추천수2 반대(0) 신고
          한국교회에서 광복절은 해마다 '여벌'인가?
            [교회는 누구인가]



    

  천주교회 대축일과 광복절

8월은 한중간에 ‘광복절’이 자리하는 달이다. 광복절은 우리 민족이 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이고, 그 해방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그 해방과 광복은 어둡고도 무거운 그림자를 지니고 있다. 민족 분단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질곡의 역사가 시작된 날이기에, 아직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은 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또 친일 세력이 주축이 되어 민주주의를 탄압한 오랫동안의 독재를 눈물겹게 겪어내긴 했지만, 일제 통치가 남겨놓은 '식민지 근성'을 포함한 갖가지 폐습들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했기에, 그리고 친일 청산과 민족정기 복원은 여전히 불투명하기에 아직 우리는 진정한 해방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견해도 있다.

광복절인 8월 15일은 가톨릭교회 4대 축일 중의 하나인 ‘성모승천대축일’이다. 세계교회의 잔칫날이기에 가톨릭 신자들은 이날 모두 성당에 가서 ‘의무대축일’ 미사를 지낸다. 전례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찬미와 공경으로 집중된다.

성모승천대축일과 광복절이 겹쳤으니 한국교회는 분명히 축복받은 교회다. 교회 대축일과 국경일을 해마다 동시에 기념하니 다른 나라 가톨릭 신자들이 부러워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광복절은 성모승천대축일의 그늘에 늘 가려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 대축일과 국가 최대 기념일인 광복절이 겹친 그 특별한 ‘은총’ 속에서도 한국교회에서 광복절은 해마다 '여벌'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교회의 특성상 성모승천 기념이 주가 되어야 하지만, 그런 전례 가운데서도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신자들에게 해방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치는 일에 교회가 얼마나 마음을 써왔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 서울 남산, 최초 태극기 게양 / 1945년 8월 15일 서울 시민들이 남산 국기게양대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8.15 해방은 온 국민의 기쁨이었지만, 천주교회로선 친일 전력으로 인해 혼란한 시간이기도 했다. 교회는 이날이 ‘성모승천대축일’이라는 이유로 “해방이 성모님의 은총이었다”고 말했다.  
  태그/ 최초 태극기 게양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절실

한국교회의 공식 기도문 중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가 있다. 교회는 일찍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추구하는 기도문을 마련하고, 특별히 6월과 8월에는 이 기도를 많이 바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성’을 보여주지 못해왔다. 성당에 따라 이 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하더라도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 까닭에 신자들 가운데는 그런 기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또 신자들 가운데는 절절하고도 아름다운 그 기도문 내용을 시큰둥하게 여기거나 이상한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어느 때보다도 올해는 더욱 그 기도가 필요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착실히 쌓아왔던 남북 화해 분위기와 실질적 교류는 최악의 상태로 파탄 나버렸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져 가고 있다.

지난 7월 6일 정부는 쌀 재고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쌀을 연간 36만 톤씩 가축 사료용으로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쌀 재고량은 적정 재고량 72만 톤의 두 배에 가까운 140만 톤에 이르고 있고, 창고비용으로 연간 4200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 ‘밥은 하늘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쌀을 개·돼지의 사료로 처분하면서 굶주리는 북한의 동포들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1990년대 중후반 남한의 무관심으로 수많은 북한 동포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갔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들 중에서 가장 고통받았던 층이 바로 어린아이들이었다.

천주교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로 구성된 대북지원단체 ‘평화3000’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2006년 평양시 장충동에 콩우유 공장을 건립하여 하루에 1000L씩, 5000여 명의 어린이들에게 콩우유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발표 이후 정부와 사회의 분위기상 대북 인도적 지원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평양상주사무소 개설을 위한 실무 준비단의 방북 신청마저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념보다 복음정신 중요... 인도적 지원 허용해야

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종교, 이념과 인종을 떠나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인간애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행위다. ‘평화3000’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부의 정치적 논리나 입장에 의해 흔들릴 수 없으며, 우리 민족의 미래인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포기할 수 없다”고 천명했지만,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하는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교회와 하느님을 믿고 따르고자 하는 이들이 기아로 고통을 겪는 동포들을 돕는 일은 그대로 복음정신의 구현임을 믿는다. 예수님이 비유로 들려주신 ‘착한 사마리아인’의 행동임을 확신한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개신교 장로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여러 가지 ‘전과’를 가지고 있을망정 하느님 신앙에 기초하여 좀 더 박애적인 시야를 가지고 민족의 화해 분위기를 더욱 키우고 다져나가게 되기를 기대했다. 그가 그리스도 신앙인으로서 남북문제에서도 예수님의 눈과 마음으로 임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기대했던 것이다.

이제 남북문제는 미래가 더욱 불투명하고 암담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때일수록 그리스도 신자들은 더욱 유연한 눈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천주교 신자들은 일찍이 교회가 마련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열심히 바쳐야 한다. 기도문 내용을 음미하다 보면 그리스도 신자로서 어떤 눈과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인간들의 잣대와 편견을 앞세우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 교회는 이념보다 복음정신이 더욱 중요함을 부단히 가르쳐야 한다. 오늘도 우리를 부당하게 짓누르는 것이 무엇인지, 함부로 좌와 우를 가르고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그리스도 신앙인들에게 어떤 족쇄인지를 말하고, 또 그 족쇄를 극복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방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하여 교회 안에서부터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를 살려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가톨릭뉴스-지금여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0.08.07 09:05 ㅣ최종 업데이트 10.08.07 09:05
태그/ 천주교 대축일, 광복절
출처 : 한국교회에서 광복절은 해마다 '여벌'인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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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 막시모, 소설가, 대전교구 태안성당 신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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