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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8일 연중 제19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08 조회수702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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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연중 제19주일 - 루카 12,32~48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복음 선포의 중심에 선 환자>

 

 

    아주 특별한 본당이 있었습니다. 신자들의 영성생활은 너나 할 것 없이 출중했습니다. 그 누구도 불평불만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범적인 신앙공동체였습니다.

 

    그 본당에 잠시 일손을 도와주러 간 손님 사제가 그런 ‘특별한 분위기’에 의아해하자, 주임신부님은 한 여교우 집을 방문하라고 권고하셨습니다. 본당의 특별한 분위기는 모두 그녀 덕분이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그 여교우를 처음 대면한 사제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앓고 있는 병은 보통 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설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통증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통증이 끔찍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은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애로움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여교우는 사제를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제가 겪고 있는 슬픔과 병을 통해서 저를 구원해주시는 하느님께 충분히 감사를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만 하느님의 구속 사업에 협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녀를 방문하고 나온 그 사제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저는 병을 앓고 있는 이 교우가 제 강론이 필요 없을 정도로 복음 선포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제는 바로 헤링 신부님입니다. 그 역시 생의 거의 대부분을 병고와의 투쟁에 몸 바쳤던 사람이었습니다. 끔찍한 고통을 굳건한 신앙으로 잘 극복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역시 큰 수술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받았습니다. 한번은 수술 후 생사여부가 불투명한 대수술을 목전에 두고도 평온한 얼굴인 헤링 신부님에게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어떻게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가 있습니까?”

 

    식도암 수술이었기에, 그는 말로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조그마한 서판에다 이렇게 썼습니다.

 

    “순전히 은총 덕분입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계속 은총 안에 머물러 있지 못하면 이 행복은 즉시 사라질 것입니다.”(베른하르트 헤링 저, ‘나는 네 눈물을 보았다’, 가톨릭 출판사 참조)

 

    언제 하느님께서 데려가실지 전혀 예측 못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굳건한 신앙을 간직한 채, 평온하게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아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분명히 그분들은 자신들의 병고로, 자신들의 생활로, 자신들의 얼굴로 복음을 선포하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지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고 당부하고 계십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잘 준비한다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특별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일상을 벗어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대단한 것을 준비하라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저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말씀이겠지요. 고통이 있는 사람은 그 고통 잘 견뎌내는 일이겠습니다.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은 그 슬픔을 잘 이겨내는 일이겠습니다. 십자가가 무거운 사람은 그 십자가를 끝까지 잘 지고 가는 일이겠습니다. 어떤 처지에서든 항상 감사드리는 일이겠습니다. 그것이 구원받는 일입니다. 그것이 치유되는 길입니다.

 

    오늘 힘겹게 살아가시는 분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은총이 역경을 뒤따른다는 진리를 말입니다. 고통의 육중한 짐이 없이는 절대로 은총의 정상에 도달할 수가 없습니다.

 

    고통을 당하지 않고서는 은총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인간은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하느님 본성에 긴밀히 참여할 수 있고, 하느님 자녀의 영광과 영혼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선물의 분량은 노고의 분량에 비례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십시오.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는 오직 하나뿐입니다. 십자가 아니고는 천국에 오를 수 있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이 세상을 떠난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세상 떠나는 마지막 날 하고 싶은 바로 그 말 한 마디를 오늘 표현하며 살아가십시오.”

 

    고마워요, 사랑해요, 감사해요, 최고예요, 미안해요, 용서해주세요...

 

    꽃이 되어 새가 되어(나태주)

 

    지고 가기 힘겨운 슬픔 있거든

 

    꽃들에게 맡기고

 

     부리기도 버거운 아픔이 있거든

 

    새들에게 맡긴다

 

    날마다 하루해는 사람들을 비껴서

 

    강물 되어 저만큼 멀어지지만

 

    들판 가득 꽃들은 피어서 붉고

 

    하늘가로 스치는 새들도 본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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