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오늘의 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08 조회수340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제19주일      ① 지혜 18,6-9 ② 히브 11,1-2.8-19 ㉥ 루카 12,32-4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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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믿고 그대로 순종’했던 사람들이 오늘 독서에 등장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귀로 듣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말씀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자기 삶을 온전히 투신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꿈과 희망과 미래를 하느님께 두었으며, 하느님의 말씀이 자기 삶에서 이루어지기를 열망하고, 자기가 받은 말씀을 항상 기억하고 곰곰이 되새기면서 ‘살아 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깨어 있는 종’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루카 12,37) 주인이 올 때까지 깨어 있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겪으며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되겠지만, 주인만을 바라고 기다리며 ‘깨어 있는 종’은 행복하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1986년 남편이 2만여 볼트에 감전되어 철탑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머리로 들어간 전기가 온몸을 휘젓고 나갔기에 속도 겉도 성한 곳이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남편은 생사의 기로를 헤매다 간신히 깨어났지만 입에 넣어 주는 음식을 삼키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며, 평생 앉을 수도 없다는 최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남편의 사고는 공사업체의 잘못된 시공으로 인해 누전 차단기를 내렸는데도 전기가 차단되지 않아 일어난 사고였지만, 공사업자들은 그 잘못을 기억을 잃은 남편에게 다 뒤집어 씌웠습니다.

사고 후 1년이 지나서야 기억력이 돌아온 남편은 그 사실을 알고 그들을 미워하고 원망하다가 급기야 그들을 죽이고 싶은 극도의 분노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분노와 한을 품은 채 고통 속에서 여섯 달 정도를 지내던 어느 날, 아무런 죄도 없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셔야 했던 예수님을 묵상할 기회가 왔습니다. 고상에서 예수님은 극심한 고통으로 몸이 아래로 축 처져 간신히 매달려 계셨는데, 그런 예수님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남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습니다.

그 다음날 남편은 그들이 보상금 문제와 부양해야 할 가족 때문에 사고를 은폐한 것 같다면서 그들을 용서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로 남편은 날마다 성경을 읽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으며,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움직임에 불과한 운동이었지만 하루에 환자복 대여섯 벌이 땀으로 젖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척수가 심하게 손상되어 평생 앉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던 남편의 건강이 점차 호전되기 시작하더니, 다친 지 2년 만에 목발에 의지하여 걸을 수 있었고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용서란 참으로 마음먹은 대로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그 뒤에도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분노와 원망으로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나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는 말씀을 자기 삶 속에서 이루기 위해, 그 말씀을 씹고 또 씹으면서 용서하기 위해 오랜 시간 몸부림을 쳤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공사업자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남편을 보자 귀신을 본 듯 옴짝달싹도 못하고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에게 다가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드디어 남편은 자기 삶에서 ‘용서하라’는 말씀을 살아 냈습니다.
성경의 수많은 말씀 중에 단 ‘한 말씀’을 이루기 위해 남편이 흘린 피눈물과 애환을 저는 보았습니다. 말씀을 이룬 뒤 남편이 누리는 평화와 행복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을 따라 저도 그렇게 살아 보려고 시도해 보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그동안 숱하게 부도수표만 남발했던 한심한 종이지만, 매일 아침 ‘새로운 시작’으로 초대하시는 주님의 자비가 있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날마다 ‘다시 시작’합니다. 아직 ‘한 말씀’도 살아 내지 못했는데도 저는 행복합니다.

ㅡ 성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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