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골룸바의 일기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18 조회수418 추천수3 반대(0) 신고

어젯밤에 사무엘 유치원에서 부모님 미팅이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을 초대해 그동안 아이들이 열심히 만들은 작품도 감상하고,
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누며 서로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럴때 준비해 가는 음식이라면,
한국에 김밥이 있듯이, 이곳에는 피쉬&칩 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먹기좋게 회뜬 생선 한토막에 두꺼운 튀김옷을 입혀,
감자칩과 함께 튀겨낸 이곳 국민메뉴라 할까요.

몇주전 유치원에서 날아온 편지 한통에,
부모님 미팅시간에 피쉬&칩을 싸오라는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부모님들 부담스러울까봐 아마도 유치원에서 통일한듯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요리는 집에서 만드는게 아니라,
어느 동네이든 바로 사서 테이크아웃 할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입니다.

내심 잘되었다... 했지요.
샌드위치라도 만들어 가야 하나 싶었는데,
손쉽게 살수 있는 메뉴로 통일을 해주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미팅전날 사무엘을 데리러 유치원에 갔을때,
선생님이 제게 따로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다들 피쉬&칩을 가져오기로 하였는데,
사무엘네는 어떤것이든 원하는것을 가져오라는것 이었습니다.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채웠습니다.
'앗! 뭔가 한국적인 색다른 음식을 바라나?
 아님... 피쉬&칩이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까 해주시는 배려인가?...'

집에 돌아와 요셉과 의논을 했습니다.
요셉은 뭘 걱정하느냐, 남들처럼 피쉬&칩을 사가면 된다.
힘들게 뭐 만들려고 하지마라는 이야기를 했고,
저는 안된다! 김밥이라도 싸가야 할것 같다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메뉴는 '유부초밥' 으로 정해졌습니다.
요셉과 제가 서로 반반 양보해서,
그나마 만들기 쉬운 메뉴로 정해졌지요.

오후내내 열심히 유부초밥을 준비해서,
커다란 도시락 하나에 가득 채워,
뿌듯~한 마음으로 사무엘과 요셉을 앞세워 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가는 순간,
앗! 무언가 잘못 되었구나... 한번에 알아차렸습니다.

저마다 둘러 앉아 한명도 빠짐 없이 피쉬&칩을 먹고 있었습니다.
아빠들은 와인까지 나누어 마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그와중에 저희셋! 참아 유부초밥을 꺼내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사무엘반에 중국아이들도 몇 있고, 한국 여자아이도 한명 있는데,
어젯밤 그자리에 모인 동양인 가족은 오직 우리셋, 우리가족뿐 이었습니다.
이런 배신자들... 꼭 올것처럼 해놓고 오지 않은 중국부모가 생각이 나서,
내심 얄밉기까지 했습니다.

선생님의 의도는 동양인 가족이 몇 있으니,
각자 나라의 간단한 식사를 나누고 서로 체험하고자 하는것 이었습니다.
더불어 자기들 음식인 피쉬&칩이 입맛에 맞지 않는데,
억지로 요구할수 없기도 하였을것이고요.

선생님은 저희가족이 들어가자,
계속 와주어서 고맙다는 말씀만 반복하셨습니다.
아마 저희가족도 불참을 할것이다 생각하셨던 모양이었습니다.

어찌되었든, 교실 빼곡히 둘러 앉은 사람들 틈에서,
유일한 검은 머리셋...
그것도 모자라 모두 같은 음식 먹고 있는 와중에,
참아 유부초밥 도시락을 꺼내들을 수가 없어서,
제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요셉과 사무엘 옆구리를 쿡쿡 찔러 속삭였습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온것처럼 하고,
 도시락은 끝나고 집에가서 먹자!..."

요셉말 안듣고 초밥싼 것에대해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릅니다.
요셉은, "괜찮아! 집에가서 맛있게 먹으면 되지!" 라며,
싱글벙글 사무엘과 놀아주기 바빴지만,
저는 내내 '난 왜 하는일이 이모양이람...' 속상했습니다.

"그들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마태오 20,1-16)

오늘 주님께서 포도밭 주인과 일꾼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일꾼의 마음''사람의 마음' 일것입니다.
처음 일하러 가기로 했을때 합의한 금액은 한 데나리온 이었습니다.
그들에게 한 데나리온은 하루종일 포도밭에서 일한 댓가로 큰 부족함이 없었기에,
주인과 그렇게 합의 하였던것 입니다.
만일 많이 부족하다 생각하였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든 액수를 더 높였었겠지요.

그런 그들의 마음에 불만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그 불만의 시작은, 자신들보다 늦게 도착해 조금밖에 일하지 않은 다른 일꾼들과,
자신들의 품삯이 같음을 알고나서 부터입니다.
이는 다른 누군가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젯밤 제가 야심차게 유부초밥을 준비해서 뿌듯한 마음으로 들고 갔으나,
끝내 꺼내 먹지 못하고 올수밖에 없었던것 또한,
다른 사람들과 '비교' 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남들이야 어쨌든, 나는 내 준비한 몫을 충실히 이행 했으면 그만이었을 일을,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인지라 행여 내 아이의 모습이,
나로인해 우습게 보이지나 않을까...
이 많은 사람들 틈에 우리 가족이 동물원 원숭이 같아 보이지나 않을까...
음식을 준비하며 내심 뿌듯하고 설레였던 마음이,
손바닥 뒤집듯 한순간 초라함과 후회스러움으로 변하였던것 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 들들 볶으며 살아갑니다.
기쁘고 좋은 일이 생겨 행복한 마음이 들다가도,
나보다 더 좋아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금새 또 나는 잘해야 이만큼 이구나... 좌절하는것이 우리들 입니다.
그런일이 반복되다보면, 어지간히 기쁜일 앞에서는,
행복한 마음 조차 들지 않게 됩니다.
과연 이런 삶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삶일까요...

주님께서 제게 이런 장면을 보여주신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저기 저멀리 보이는 화려하고 눈부신 도시의 불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가는 길은 푸르른 풀밭이었는데,
그 풀밭에는 너무도 아기자기한 예쁜 들꽃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두눈은 오직 저 화려한 도시의 불빛만을 향해있었습니다.
그런 그 사람은 안타깝게도 예쁜 들꽃은 한송이도 보지 못한채 걷고 있었습니다.
보지 못하니 발로 짖밟으며 앞으로만 나아갔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웠던 것은, 내 발밑의 작고 소중한 행복을 놓고도 알아 보지 못하니,
저 도시의 불빛은 점점더 그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나보다 늦게 와서 조금밖에 일하지 않고도,
나와 같은 몫을 받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불만을 품기에 앞서,
우리는 우리가 이미 받은 몫에 감사할줄 알아야 할것 입니다.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마태오 20,1-16)

오늘 복음에서는 투덜대는 아침 일꾼들에게 주인이 너무나 냉철하게 대꾸합니다.
그러나 이 주인은 결코 야박하고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일이 없어 놀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 자신의 포도밭에서,
일자리를 내어준 큰마음의 주인이었습니다.
조금밖에 일하지 않은 사람들 까지도 모두 공평한 품삯을 챙겨줄만큼,
마음이 따뜻한 주인이었습니다.
그런 좋은 주인이 이렇게 차갑게 말하였던 것은,
'처음과 마음이 바뀐' 아침일꾼들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만일 그들이 주인의 깊은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주인께 깊은 믿음과 신뢰를 먼저 보였더라면,
주인은 결코 그들에게 줄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끝내지 않았을것 입니다.
아마도 그 주인은 이렇게 말했을것 입니다.

"오늘은 이미 합의한 대로 한 데나리온만 주겠지만,
 네가 맞은 몫의 충실함과 나에대한 믿음을 네가 보여주었으니,
 앞으로 나의 포도밭에서 언제든지 일할수 있도록 내가 허락해 주겠다.
 오늘 나의 마음을 헤아려 나의 뜻에 따라준 너에게 고맙구나!"

적어도 제가 만난 우리의 주인이신 하느님은 이러하십니다.
우리의 주인이 이러하신데, 우리는 무얼 걱정하며 살아가나요.
하느님은 당신께 충직한 일꾼들을 결코 잊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 전해드린 우리의 작은 마음과 정성 하나까지도 그분은 결코 잊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첫마음' 그대로를 간직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처음' 과 같을때 부동의 '첫째' 가 되는것 입니다.
첫마음을 변질시킨 아침일꾼들 처럼 다른 무엇과 혹은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며,
그 첫마음을 잃게 된다면, 우리는 '꼴찌' 의 길을 가야할수 밖에 없는것 입니다.

하느님은 결코 잊지 않으십니다.
부동의 첫째가 되어 그분께서 주실 모든 몫을 다 받아 행복할 권리가 있는,
하느님의 자녀... 바로 우리들 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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