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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22일 연중 제21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21 조회수676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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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연중 제21주일-루카 13,22-30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언젠가 반드시>

 

 

    또 다시 예수님의 부활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작은 부활’인 축복의 주일 아침입니다. 우리는 매 주일, 다른 무엇에 앞서 주님 부활을 경축해야 합니다. 주님 부활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주님 부활의 신비를 크게 외쳐야 합니다.

 

    왜냐하면 부활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보여주신 당신 사랑의 정점이기 때문입니다.

 

    눈부신 부활의 아침마다 우리는 주님과 우리 사이에 오고갔던 ‘첫사랑’을 떠올려야 할 것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웅덩이에 빠져 짐승처럼 절규하던 우리를 향해 구원의 손 내밀어주셨던 생명의 주님,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쪼그리고 앉아있던 우리에게 성큼 성큼 다가오셨던 희망의 주님, 머리칼보다 많은 죄의 덫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던 우리에게 자유를 주셨던 해방의 주님...

 

    이런 주님 앞에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어쩔 수 없이 감사요, 찬미요, 환희요, 기쁨입니다.

 

    탁월한 영성생활을 충만히 누렸던 한 평신도의 체험입니다. 그는 한때 세상의 재미에 푹 빠져 정신없이 살아왔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건을 계기로 그는 스스로 자신의 지난날들을 정리합니다. 그리고는 완전히 하느님께로 돌아섰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변한 사람을 보고 주변 사람들 가만있지 못합니다. 다들 한 소리씩 합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저 양반 갑자기 왜 저러지? 뭘 잘못 먹었나?”

 

    그는 당시의 고충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예수님께 헌신하기로 다짐한 지 약 한 달이 지나자 나는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가 되었다. 나는 배신감을 느꼈다. 나는 하느님께 대들었다.

 

    “주님, 저는 제 삶을 당신께 바쳤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친구들을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무슨 처사가 이렇습니까?”

 

    친구들은 갑자기 변한 저를 도무지 이해하거나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제게 이런 말을 남기고 다들 떠나갔습니다.

 

    “너는 변했어. 우리는 더 이상 너하고 어울리고 싶지 않아. 잘 먹고 잘 살아라!”

    (스콧 한, ‘영원토록 당신 사랑 노래하리라’, 바오로 딸 참조)

 

    좁은 문, 생명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처음 직면하는 어려움일 수 있습니다. 좁은 문을 선택한다는 것, 그리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는 것, 사실 말이 쉽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넓은 문 쪽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세상의 것들은 그 빛깔이 얼마나 고운지 모릅니다. 얼마나 우리들의 시선을 끄는지 모릅니다.

 

    ‘좁은 문’, 참으로 큰 희생을 요구하는 문입니다. 큰 인내를 요구하는 문입니다. 큰 포기를 요구하는 문입니다. 큰 사랑을 요구하는 문입니다. 큰 대가를 요구하는 문입니다.

 

    그러나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질 하느님의 상급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초월할 것입니다.

 

    오늘 비록 우리가 아직 어려서, 아직 젊어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데 번번이 실패하곤 하지만, 기를 쓰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던 어느 날,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우리 모두 가뿐히 좁은 문을 통과하리라 믿습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오늘 제게 있어 ‘좁은 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참을 묵상해봤습니다.

 

    저희 같은 수도자들에게 ‘좁은 문’은 다름 아닌 공동체생활이었습니다. 끝까지 공동체를 떠나지 말고 공동체의 성실한 일원으로 남는 것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쓰는 일이었습니다.

 

    나의 성장은 반드시 형제의 성장과 동시에 이루어지며, 내가 변해야 형제가 변하기에, 어떻게 해서든 내가 머무르는 이 공동체에서 뼈를 묻을 각오를 하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힘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날이 갈수록 공동생활이 힘들어집니다. 남아있는 길이 지나온 길보다 훨씬 험난하고 힘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로 형제들을 직면하기도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몸담고 있는 이 공동체를 다른 무엇에 앞서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깊이 사랑하며, 이웃과 더불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성화의 길로 나아가려는 몸부림이야말로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라고 확신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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