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8.21 토요일 성 비오 10세 교황(1835-1914) 기념일

에제43,1-7ㄷ 마태23,1-12

"섬기는 사람"

얼마 전 어느 피정자매의 참신한 질문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신부님 강론 집에 ‘평범한 사람’이 되라 했는데

  누가 평범한 사람입니까?”

고맙게도 즉시 답변이 떠올랐습니다.

“겸손한 사람입니다.

  자기를 알아 제자리에 충실한 사람이 겸손한 사람이자 진실한 사람입니다.

  겸손과 진실은 함께 갑니다.”

자기를 몰라 제자리를 벗어날 때 허영이요 교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지탄의 대상인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이 바로 그러합니다.

말만하고 실행하지 않으며,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온통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입니다.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은 길게 하고,

잔치 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는 스승이라 불리기를 좋아합니다.

삶의 중심이 없는 주체성이 결여된 외부 지향적 허영의 사람들입니다.

뭔가 외적으로 특별해지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내적공허의 반영입니다.

허영의 반대는 진실이고 교만의 반대는 겸손입니다.

진정 자기를, 제자리를 알 때 진실이요 겸손입니다.

반대로 자기를, 제자리를 모를 때 허영이요 교만입니다.

삶의 중심을 깊이 깨달아 갈수록

허영과 교만의 환상에서 벗어나 진실과 겸손에 안정과 평화입니다.

하느님이, 그리스도 예수님이 삶의 중심입니다.

“너희는 스승이라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얼마나 자유롭게 하는 말씀입니까?

참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형제들로 살 때 제자리를 깨달아 참 자유로운 삶입니다.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또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이런 삶의 중심이신 하느님과 그리스도께 대한 자각이 투철할 때

모든 세상 우상들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입니다.

바로 이게 회개의 삶이요 진실과 겸손의 평범한 삶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섬기는 사람입니다.

삶의 중심이신 하느님께, 그리스도께 충실할 때

저절로 제자리에서 ‘참 나’의 겸손과 섬김의 삶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집니다.

진정 높은 사람은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둔,

겸손한 사람, 섬기는 사람입니다.

오늘 에제키엘 예언자의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그러자 주님의 영광이 동쪽으로 난 문을 지나 주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 때 영이 나를 들어 올려 안뜰로 데리고 가셨는데,

  주님의 집이 주님의 영광으로 가득 찼다.”

마치 우리의 허영과 교만으로 떠났던 주님의 영광이

우리가 진실과 겸손한 사람으로 새로 났을 때

다시 들어오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진실과 겸손의 새 이스라엘 공동체에 빛나는 주님의 영광입니다.

주님은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해

새 이스라엘 공동체 미사 잔치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사람의 아들아, 이곳은 내 어좌의 자리, 내 발바닥이 놓이는 자리다.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영원히 살 곳이다.”(에제4,7ㄷ).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