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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여분의 기름통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27 조회수865 추천수15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21주간 금요일 - 여분의 기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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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세달 동안 한국에 들어가 휴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했기 때문에 매일 규칙적으로 하던 기도시간도 채우지 못 할 때가 많았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로마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기도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도 기도 열심히 하며 살 때와 커다란 차이를 느끼지 못하며 살았던 것 같았습니다. 이런 것을 말했더니, 한 수녀님께서, “그건 평소에 많은 기도를 해 놓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거예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맞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절대 잘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밤새 기도하시기도 하셨던 것입니다. 만약 기도할 시간이 부족한데도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면 그건 내 마음 안에 있는 여분의 기름통에 채워져 있는 기름이 있었기에 그것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현명한 처녀들과 미련한 처녀들이 등장합니다. 현명한 처녀들은 신랑을 기다리기 위해 등잔을 준비하고 기름도 예비로 따로 준비해 둡니다. 기다림에 지쳐 졸다가 신랑이 온다는 말에 깨어났을 때 열 처녀의 등잔은 모두 기름이 없어 꺼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름을 준비해두었던 슬기로운 처녀들은 그것으로 보충하여 혼인잔치에 들어가고 나머지 다섯 처녀는 결국 허둥대다가 잔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신랑이신 당신이 언제 오실지 모르니 항상 깨어있으라고 당부하십니다. 항상 깨어있으라는 의미는 매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죽음을 준비하며 살라는 뜻입니다. 한 시간 뒤에 죽는다고 했을 때 서두르지 않고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깨어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항상 깨어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살다보면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죽음이 목전에 와 있는 줄을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기름만 미리 예비로 준비해 두었다면 하늘나라 혼인잔치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기름은 누구에게 빌릴 수도 빼앗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기름은 등불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 기름은 성령님을 의미합니다. 우리 안에 성령의 기름은 기도로 채워지고 살아가면서 저절로 줄어듭니다. 성령님이 줄어들면 그 열매인 사랑, 기쁨, 평화 등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미워지고, 용서가 안 되고, 우울해지고, 걱정이 많아지며 절제가 되지 않게 됩니다.

만약 이렇게 성령님이 다 빠져나갔을 때가 나의 마지막 때가 된다면 되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항상 기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성령님이 충만한 상태에서 또 기름을 채워봐야 특별한 마음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기름이 더 많이 보충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현명한 처녀들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알아야합니다.

첫 째는 내 안에 예비 기름통이 많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아무리 많이 해도 항상 부족한 것입니다. 많이 하면 할수록 남는 에너지는 예비 기름통에 채워져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살아가다보면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없게 될 때가 반드시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겸손입니다. 교만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태어나 군대 가기 전까지 살던 집은 평택군의 한 시골이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수원으로 다녔는데 자전거를 타고 송탄시까지 나와서 봉고차를 타고 수원으로 통학하였습니다.

토요일 오후는 봉고차가 우리를 태우러 오지 않기 때문에 그 때는 수원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내려와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다 그렇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버스를 타면 곯아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한 번은 눈을 떠보니 버스가 송탄을 지나고 평택시를 막 떠나는 중이었습니다. 더 큰 일은 돌아올 차비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염치불구하고 옆에 앉은 학생에게 사정이야기를 하고 올라올 차비를 빌려줄 수 없느냐고 사정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은 돈을 주면서 갚을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 날은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절대 버스에서 자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고 내려오는 눈꺼풀을 손으로 밀어 올리며 참고 있었습니다. 오산을 지나서 다음 정거장이 송탄이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사이에 잠에 떨어져 이번에는 마지막 종착지인 천안 버스 정류장에서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날도 올라올 차비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다 내릴 때라 누구에게 사정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한 골목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한 학생이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학생을 불러 세우고 또 사정 이야기를 한 다음에 돈을 좀 꾸어달라고 했습니다. 그 학생은 겁을 집어먹었는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주었고, 갚을 테니 주소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저를 뒤로하고 괜찮다고 하며 빠른 걸음으로 가버렸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올라오면서 깨달은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제가 사람도 안 다니는 골목길에서 그 학생의 돈을 빼앗은 것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 학생은 저를 불량학생으로 알고 돈을 털어주었던 것입니다. 저는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번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다음번에는 예비로 올라올 차비를 지니고 탔어야 했는데 그런 실수는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생의 돈을 빼앗는 일까지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인생은 내 예상대로만 되어가지는 않습니다. 내 예상에서 벗어나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예비를 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기도는 아무리 하더라도 충분하지 않다는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기도할 수 없을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성령님을 더 충만하게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내 안에는 여분의 기롬통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The prayer >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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