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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이 키워주시는 사람" - 8.2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29 조회수448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8.29 연중 제22주일

집회3,17-18.20.28-29 히브12,18-19.22-24ㄱ 루카14,1.7-14

 

 

 

 

 

 

"하느님이 키워주시는 사람"

 

 

 

 

하느님이 친히 보호자 되어 키워주시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겸손한 사람입니다.

오늘 강론은 시 감상으로 시작합니다.

제목은 ‘하느님이 키우신다.’ 이고

아침 산책 중 성가정 상 주변, 달맞이꽃들을 보며 떠오른 글입니다.

 

 

 

버려진 땅

아무도

돌보고 가꾸지 않아도

하느님이 키우신다.

하여

저리도 맑고 청초하다

함초롬히

아침 이슬 머금은 달맞이꽃들

그윽한 향기

 

 

달맞이꽃 그윽한 향기는 바로 존재의 향기, 겸손의 향기를 상징합니다.

진정 그 영혼이 맑고 청초한 아름다운 사람들, 바로 겸손한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이 키우시는 사람들입니다.

겸손하면 떠오르는 게 흙입니다.

흙(humus)에 어원을 둔 사람(homo)과 겸손(humilitas)입니다.

흙같이 겸손해서 비로소 사람이란 말입니다.

흙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문명이기에

겸손의 덕도 서서히 잃어가는 현대인들입니다.

흙에서 온갖 생명들이 자라나듯

겸손의 토양에서 자라나는 온갖 덕들이기에

‘겸손은 모든 덕의 어머니다.’라고 합니다.

 

 

 

겸손한 사람들은 부단히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태생적으로 높은 자리보다 낮은 자리를,

윗자리 보다는 끝자리를,

들어나기보다는 숨겨지기를,

채우기보다는 비우기를,

모으기보다는 버리기를,

집착하여 머물기보다는 하느님을 찾아 떠나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늘 높이에서 만나는 하느님이 아니라 땅 낮은 곳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진정 하느님께 가까이 이를 때, 하느님을 닮아갈 때 겸손의 은총입니다.

겸손한 이들을 통해 투명하게 들어나는 하느님의 아름다움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예수님을 통해 투명하게 들어나는 하느님의 온유와 겸손입니다.

부드러운 흙처럼 온유한 겸손입니다.

온유와 겸손은 함께 갑니다.

겸손할수록 온유하고 온유할수록 겸손합니다.

온유와 겸손을 강조하는 다음 집회서의 말씀입니다.

 

“얘야, 네 일을 온유하게 처리하여라.

  그러면 선물하는 사람보다 네가 큰 사랑을 받으리라.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

  정녕 주님의 권능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

 

주님과 사람들의 총애를 받는 온유하고 겸손한 이들이요

이들을 통하여 빛나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겸손을 예찬하기로 하면 끝이 없습니다.

정신의 승리, 영혼의 승리, 인격의 승리,

그리스도의 승리, 하느님의 승리를 한마디로 줄이면

겸손의 승리’입니다.

위대한 영혼들은 한결같이 겸손한 사람들입니다.

모든 덕의 어머니가 겸손이라면 모든 악덕의 원천은 교만입니다.

삶을 복잡하고 힘들게 하는 부유와 교만이요

반면 삶을 단순하고 쉽게 하는 가난과 겸손입니다.

 

“거만한 자의 재난에는 약이 없으니,

  악의 잡초가 그 안에 뿌리 내렸기 때문이다.”

겸손의 토양에서 온갖 덕이 자라듯,

교만의 토양에서 자라나는 온갖 악의 잡초들입니다.

현명한 마음은 격언을 되새기고 하느님의 말씀을 끊임없이 묵상합니다.

잘 듣는 귀는 지혜로운 이들이 바라는 것입니다.

잘 듣는 이들이 겸손한 이들이자 지혜로운 이들입니다.

 

 

 

저절로 겸손이 아니라 부단한 수행의 열매가 겸손입니다.

 

하느님 은총과 자발적 수행 노력의 합작품의 열매가 겸손입니다.

영적 삶은 겸손의 여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초대 받은 이들이 윗자리를 고르는 모습을 보시며 말씀하십니다.

윗자리를 선호하는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누가 너를 혼인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앉아라.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이 말씀 안에 겸손은 하나의 의지적 행위임이 들어납니다.

윗자리에 앉고 싶은 본능에 거슬러 끝자리를 선택하는 행위요,

높아지고 싶어 하는 유혹에 거슬러 부단히 낮추는 행위의 노력입니다.

타고난 겸손도 있겠지만

이런 의지적 겸손한 행위를 통해서 겸손한 마음이 됩니다.

사실 우리의 모든 수행들은 겸손을 목표로 합니다.

믿지 않는 이들은 자신의 한계나 약점에 좌절하여 무너지겠지만,

겸손을 추구하는 이들은

자신의 한계와 약점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겸손의 계기로 삼아 하느님을 향해 일어납니다.

 

삶의 모든 시련과 고난을 겸손 수행의 계기로 삼으십시오.

병고를 통해, 죄의 용서를 통해, 하느님의 겸손에 이른다면

병고나 죄도 은총입니다.

자신의 가난을 체험할수록

주님의 온유와 겸손에 이르고 마음은 낮아져

흙처럼 개방적이고 수용적이 됩니다.

여기서 저절로 솟아나는 온갖 덕들이요, 찬미와 감사의 기도입니다.

말 그대로 마음 가난한, 겸손한 영혼들의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기도요,

또 찬미와 감사의 기도가 우리를 부단히 겸손하게 만듭니다.

하여 우리 수도자들이 매일, 평생, 끊임없이 마음을 다해 바치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미사와 성무일도가

겸손에 이르는 참 좋은 수행임을 깨닫게 됩니다.

 

 

 

겸손한 사람들은 자비로운 사람들입니다.

 

겸손의 진정성은 자선의 자비행을 통해 들어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은 겸손한 삶을 강조하신 후

자선의 삶을 강력히 권고하십니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 먼이 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

 

이런 불우한 자들에 대한 자발적 자선은

그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는 일이요, 하늘 은행에 저축하는 일입니다.

루가 복음의 다음 말씀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희는…자선을 베풀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은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

  거기에는 도둑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좀이 쏠지도 못한다.”

 

오늘 집회서에 이어지는 구절들(집회3,30-4,10)은

온통 ‘가난한 자들에 대한 자선’에 대한 말씀들입니다.

집회서 3장30절 말씀입니다.

 

“물은 타오르는 불을 끄고, 자선은 죄를 없앤다.”

 

죄의 보속에 자선의 선행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말입니다.

자발적 자선의 선행 역시 참 겸손에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많은 자선이 아니라 정도에 맞는 자선 실행의 습관화가 중요합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

할 것 다하고 자선이 아니라 할 것을 절약하여 하는 자선입니다.

 

 

 

겸손 자체가, 자선 자체가 보답입니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 보답이 아니라

하느님은 지금 여기서부터 보답해 주십니다.

 

우선 마음의 안정과 평화와 기쁨이요,

하느님 현존의 사랑 안에서 단순 소박한 삶을 살게 됩니다.

살 줄 몰라 복잡하고 어려운 삶이지

진정 겸손한 삶이라면 어디서나 단순하고 쉬운 삶입니다.

다음 히브리서 말씀을 그대로 지금 여기서 앞당겨 살게 됩니다.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 산이고,

  살아계신 하느님의 도성이며 천상 예루살렘으로,

  무수한 천사들의 축제 집회와

  하늘에 등록된 맏아들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또 심판자 하느님께서 계시고,

  완전하게 된 의인들의 영이 있고,

  새 계약의 중개자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은총으로

겸손한 삶을 추구하는 우리 모두에게

이런 종말의 하늘나라 현실을 미리 앞당겨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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