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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 9.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9-02 조회수415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9.2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1코린3,18-23 루카5,1-11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대우(大愚)가 대지(大智)입니다.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지혜들이 세상을 어지럽고 복잡하게 만듭니다.

세상이 이처럼 유지되는 것은

곳곳에서 어리석음의 지혜를, 하느님의 지혜를 사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우리 수도자들 역시 지혜롭게 되기 위해

어리석음의 길을 택한 사람들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충실한 정주(定住)의 어리석음의 길을 통해

하느님께 가는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있는 그대로’ 잘 보기는 참 어렵습니다.

마음 따라, 감정 따라 보기에 같은 사람에 대한 평가는 수시로 바뀝니다.

사람이 좋으면 다 좋게 보이고 싫으면 다 싫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상대방에 있다기보다는 수시로 변하는 나 자신임을 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착각 속에, 환상 속에 살아갑니다.

하여 사람을 ‘착각의 동물’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판단은 불완전할 수뿐이 없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됩니다.”

 

“아무도 인간을 두고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착각에, 자기 환상에 빠지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자신을 직시하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 앞에 진실 하라는 말씀입니다.

진정 자기를 아는 지혜에 이르기 위해 어리석은 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지혜가 하느님께는 어리석음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지혜에 대한 다음 주님의 말씀도 공감이 갑니다.

 

“그분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을 그들의 꾀로 붙잡으신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도 있듯이

자기 환상의 세상 지혜에 빠질 때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문명의 폐해를 지적하는 말씀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의 생각을 아신다. 그것이 허황됨을 아신다.”

 

세상의 지혜로 착각 속에 거짓 자아를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은

십중팔구 진실이 없고 허황됩니다.

진정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자기 착각, 자기 환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자 참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어리석음을 통한 참 지혜의 길을 보여줍니다.

 

“사실 모든 것이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케파도, 세상도 생명도 죽음도,

  현재도 미래도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의 어리석음이 진정 지혜입니다.

착각과 환상에서, 탐욕과 소유욕에서 벗어나

초연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보게 하고

내적 부요와 자유를 누리게 합니다.

어리석은 듯하지만 진정 지혜로운 삶입니다.

모든 것은 내 것이요 나는 그리스도의 것이요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이라는 자각이

우리에게 깊은 안정과 평화를 줍니다.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베드로가 그 모범입니다.

어리석은 듯하지만 결국은 지혜로운 베드로였습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주님의 말씀에,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베드로의 우직한 순종에 이은 엄청난 축복이었습니다.

배가 가라앉을 지경에 많은 고기에

전광석화와 같은 깨달음의 축복이 뒤따릅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스승님’의 호칭에서 ‘주님’으로 바뀝니다.

우직한 순종으로 인해 많은 고기의 축복과 더불어 주님을 발견하고

죄인으로서의 나를 발견한 베드로입니다.

대우(大愚)가 대지(大智)입니다.

어리석어 보이는 순종으로

엄청난 축복과 더불어 대지(大智)의 경지에 이른 베드로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두려움의 환상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선

베드로, 야고보, 요한 일행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는 대우의 어리석음으로

모든 것인 주님을 얻는 대지의 삶을 살게 된 제자들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모두를 버리고 모두인 주님을 모심으로

대지(大智)의 삶을 살게 된 우리들입니다.

 

“주님께 나아가면 빛을 받으리라.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34,6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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