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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속 빈 강정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9-02 조회수888 추천수16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22주간 금요일 - 속 빈 강정


 

한 신부님이 자신의 신학교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반에 ‘상투스’가 있었답니다. ‘상투스’는 거룩하다는 뜻이고 성인처럼 사는 사람을 신학생들은 “쟤는 상투스야!”라고 말합니다. 이 말 안에는 약간 비꼬는 의미도 들어있습니다.

그 신부님과 같은 반이었던 상투스는 늦게 신학교에 들어와 나이가 같은 반 신학생들보다 좀 많았다고 하는데 그 거룩한 것이 정도를 지나쳤다고 합니다.

그 상투스 형은 자신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도 열심히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주위 사람들은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기도에 늦거나 빠지거나 하면 교수 신부님들보다 그 형에게 먼저 한 소리 들어야 했고 심지어는 옆에서 졸면 가지고 다니는 바늘로 그의 허벅지를 찔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 기도 중에 배가 아픈지 그 신학생이 혼자 밖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그것도 희한한 일인데 미사와 기도가 끝날 때까지 그 형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상투스에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아침 미사가 끝나고 같은 반 학생들이 화장실로 갔더니 그 선배는 씩씩거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빨고 있더랍니다. 그것은 신학생들이 입는 흰 와이셔츠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배가 너무 아파서 대변을 보고 휴지로 엉덩이를 닦았는데 이상하게 변이 휴지에 묻어나오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다시 닦아도 그렇더라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엉덩이 밑까지 내려와 있던 흰 와이셔츠 위를 닦은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결국 와이셔츠로 밑을 닦아버린 것입니다.

결국 상투스는 남들 보기엔 거룩해 보일 수 있지만 자기의 밑도 제대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거룩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거룩한 행위를 하면 그 사람이 거룩한 것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스스로 거룩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자신과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은 단식을 하는데 왜 예수님의 제자들은 단식하지 않느냐고 따집니다. 사실 이들은 지켜야 할 모든 규정들을 다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은 신랑이고, 제자들은 그 혼인잔치에 온 친구들인데 신랑이 있는 혼인잔치에서 어떻게 단식할 수 있겠느냐고 하시며,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오는데 그 때는 그들도 단식을 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그들이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규율들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아야 하고 새 옷은 새 천으로 꿰매야 한다고 하십니다.

어떤 거룩한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거룩하게 해 준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뜻입니다. 자신이 행하고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이 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덜 거룩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어떤 때는 규율을 어기는 것이 사랑이 될 때도 있습니다. 주위에 아픈 사람을 위해 주일미사를 빠져야 했다면 그 사람을 모른 채 하고 미사에 나온 사람보다 더 큰 기도를 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고해성사는 주일미사에 빠진 사람이 보고 사랑을 저버리고 미사를 온 사람은 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행위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제가 로마에 유학 나와서 있을 때 이런 분을 또 보았습니다. 그 분은 우리의 지도 신부님이셨는데 본인 스스로 매우 거룩한 사람인 것처럼 살고 또 우리에게도 규칙대로 살지 않으면 매우 화를 내시는 분이셨습니다.

밤에 순찰을 돌고 신학생들의 방에서 나오는 소리를 엿듣거나 들어와 보기까지 하는 모든 신학생들의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제가 영성체를 하는데 그 때 그 신부님이 성혈을 찍어서 영해 주셨습니다. 그 신부님은 성혈을 찍으면서 몇 방울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그 성혈을 신발 신은 발로 쓱쓱 문질러서 닦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분들은 남들이 자신을 거룩하게 생각한다고 믿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항상 경직된 삶을 살아야합니다. 그건 사제들도 마찬가지고 수녀님들도 마찬가지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벗어버리려 해도 남들에게 ‘사제처럼’ 보여야 한다는 마음에 자신을 포장하게 만들고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는 경직되어버립니다. 스스로 거룩해지기 위해 거룩한 행위를 하지만 사실은 속빈 강정에 불과합니다.

‘속빈 강정’이란 겉은 번들번들하고 달고 맛있어 보이지만 딱딱한 겉에 비해선 속은 텅텅 비어있는 경우를 들어 하는 말입니다. 겉만 포장하며 사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텅 빈 속을 감추기 위해 그 겉이 얼마나 단단히 굳어져 있습니까?

이렇게 살다보면 형식주의의 대표적인 예인 열매 없이 잎만 무성해서 저주 받은 무화과나무처럼 되고 맙니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고 새 옷은 새 천으로 꿰매야 합니다. 각자 때와 장소에 맞는 행위가 다른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행위 자체가 거룩함을 의미하지는 않으니, 다른 사람의 행위를 자신의 기준에 따라 비판하기 보다는 먼저 내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데 더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야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행위를 비판하는 나 자신도 속빈 강정일 수 있습니다. 

<<짧은 묵상>>

여행을 하다가 한 가정집에서 며칠 지내게 되었습니다. 여행용 미사 가방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는 어렸을 때는 복사까지 하며 성당에 잘 다니다가 지금은 건장한 청년이 되었지만 냉담을 하고 있는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전에 오셨던 신부님들은 그 아들과 미사를 함께 하자고 불러내어 억지로 함께 미사를 봉헌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게 강요하는 것은 미사에 대한 저항감만 더 키워줄 뿐입니다.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절대 함께 미사하자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아들 방문 앞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 집 어머니는 “얘가 아마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일 거예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괴롭혔습니다. 제가 떠나기 전 날, 아들은 어머니를 부르더니 제가 언제 다시 오는지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아들이 담에 미사하면 함께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젠 불러주기를 바라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무엇이나 다 때가 있고 정해진 장소가 있습니다. 좋은 것이라고 절대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아르헨티나에 갔더니 하루 종일 고기만 먹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음 날 처음 먹는 것처럼 맛있고 또 먹고 싶어졌습니다. 고기가 워낙 좋아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아이들이 체하면 고기를 먹인다고 합니다. 고기가 다른 음식보다 소화가 더 잘 되어, 오히려 소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체한 아이에게 고기를 먹인다면 당장 쫓겨날 것입니다. 이렇듯, 좋은 것이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이 다 나쁜 것이 아닙니다. 떡이 좋다고 아기에게 떡을 먹이면 아기는 숨 막혀 죽습니다. 어른이 아기처럼 우유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렇듯, 새 술은 새 부대에, 헌 술은 헌 부대에 붓고, 또 새 천은 새 천 조각으로 헌 천은 헌 천 조각으로 기우라는 말씀은 모든 것은 다 합당한 때와 합당한 장소가 있으니 한 가지가 좋은 것이라고 하여 모든 것에 적용시키려고 하지는 말라는 말씀입니다.

어쩜 우리들도 오늘 복음에서 단식을 안 한다고 예수님의 제자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처럼, 좋은 것인데 왜 안 하냐며 강요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

“새벽미사하면 얼마나 좋은데 왜 안 하냐? 정말 유명한 신부님이 강의하는데 왜 안 가려고 하느냐? 묵주 기도가 참 좋은데 왜 안 하냐?”

좋은 걸 알면 그냥 자기가 하면 됩니다. 강요하지 말고 그렇게 좋은 것을 통해 자기가 얼마나 변화되는가를 보여주면 됩니다. 한 마디만 해도 내 권유를 따라 줄 바로 그 적당한 때와 장소를 기다리십시오.

 

 

< 내가 천사의 말을 한다해도 >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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