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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이 오그라든 사람'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9-06 조회수406 추천수4 반대(0) 신고
<손이 오그라든 사람>(루카 6,6-11)

     -유광수 신부-

 

 

오늘 복음을 보면 손이 오그라든 모습으로 회당에 와 있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해서 손이 오그라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무엇 때문에 손이 오그라들었을까우리 신체의 모든 부분이 다 중요하지만 특히 손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 손으로 시작하고 손으로 만들어 가고 손으로 완성시킨다. 손은 우리 인생을 엮어 가는 도구이며 무엇인가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연장이다.

 

인간은 손을 가졌기 때문에 문명을 창조하고 역사를 건설한다. 인간의 손은 발명의 손이요, 건설의 손이요, 생산의 손이요, 창조의 손이다. 인간이 만일 동물처럼 발만 있고 손이 없다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지상의 한낱 무력한 존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손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손이 오그라들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예수님은 이 사람을 치유시켜 주시기 위해서 "일어나 가운데에 서라."고 말씀하셨다. 손이 오그라든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은 큰 수치이다. 따라서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예수님은 왜 이 사람을 조용히 고쳐주시지 않고 사람들 앞에 나오라고 하셨을까? "일어나  가운데에 서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이 사람은 여러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내가 손을 펴기 위해 안 해 본 것이 없는데 당신이 뭘 하겠다고 나오라 마라 하십니까?" 라고 비웃거나 코웃음 칠 수도 있다.

 

또는 사람들 앞에 나가고 싶어도 자기의 추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용기가 없어서 축복을 받지 못할 때도 있다. 우리도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 그대로 예수님께 보여 드리자. 아니 우리의 부끄러운 면을 우리가 먼저 볼 수 있어야 하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이 나의 오그라든 모습인지를 먼저 알고 거기에서 치유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과 노력을 예수님께 보여드리자. 예수님은 오늘 우리의 오그라든 손을 펴주시기 위해 "일어나 가운데에 서라."고 말씀하신다. 우리의 부끄러움을 드러내 보일 수 있을 때 뜻밖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은 예수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에서 나온 행동이기 때문이다. 즉 믿음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착한 일과 악한 일, 사람을 살리는 것과 죽이는 것 중에서 무엇이 옳은 일인지를 구분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행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 지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는 것, 사람을 살리는 일은 행하고, 죽이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자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삶을 살펴보면 이것이 생활화되고 있지 않다. 착한 일인지 악한 일인지, 사람을 죽이는 일인지 살리는 일인지도 구별 못하고 행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럼 왜 이런 일들이 저질러지고 있는가그것은 잘못된 전통, 잘못된 교육, 잘못된 가치관, 잘못된 습관 등에 그 원인이 있으며 이런 것들로 인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오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즉 착한 일을 해야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악한 일을 하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런 모습이 바로 손이 오그라든 모습이다. 손과 마음이 오그라들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경우 착한 일을 하지 못하고 악한 일을 행할 때가 많았고 사람을 살려야 할 경우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한 적이 많았는가? 남을 도와야 할 때 도와 주지 않는 것은 상대방을 죽게 놔두는 것과 같은 일이다.

 

신앙인은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남을 도와야 할 때, 착한 일을 해야 할 때, 서슴치 말고 나서야 한다. 죽어 가는 사람을 보면 어떤 형식이나 규범에 얽매이지 말고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뛰어 들어야 한다.

 

예수님은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고 말씀하셨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손을 펴자 그 손은 이전처럼 성하게 되었다. 이 사람이 예수님의 말씀을 신뢰하지 않았으면 "손을 뻗어라."는 말을 듣고도 손을 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먼저 예수님의 말씀을 신신뢰하였다. "손을 뻗어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손을 펴는 것, 그것이 이 사람이 치유될 수 있었던 전부였다. 우리도 예수님의 말씀을 신뢰하자. 그리고 말씀하시는 대로 그대로 우리도 행하자. 그것이 오그라든 우리의 손과 마음을 펴게 할 수 있는 비결이요, 치유 방법이다.

 

예수님은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다시 일 할 수 있도록 손을 펴주셨다. 남을 도와 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었던 손을 치유시켜 주셨다. 우리도 우리의 굳은 마음이 펴지도록 우리의 손과 마음을 주님께 내어 드리자. 자신의 안으로 오그라 들었던 손을 남에게 봉사하기 위해, 착한 일을 하기 위해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펴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우리의 손과 마음이 점 점 더 이웃과 하느님을 향해서 더 넓게 더 높게 펴지리라. 마치 우리를 살리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팔을 벌리셨던 예수님처럼 우리의 오그라든 손을 활짝 펴자.

 

만일 우리가 말씀을 듣고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착한 일에 손을 내놓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손을 펴는 방법은 악한 일에서 착한 일에로, 죽이는 일에서 살리는 일에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요, 그 때부터 완고한 우리의 마음이 부드러운 마음으로 변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 순간 하느님이 쏟아 부어 주시는 은총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 각자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자신의 손을 펴야 한다. 가난한 이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손을 펴야 하고, 우리를 찾아오는 이들을 따뜻이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의 손을 활짝 펴야 한다. 삶의 의욕을 잃고 죽어 가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해주기 위해 우리의 손을 펴야 한다.

 

우리는 각자 자기가 처해 있는 곳에서 나름대로 봉사하도록 불리움 받았다. 이 부르심이 헛되지 않도록 하느님한테 받은 각자의 탈렌트를 마음껏 활용하여 하느님의 나라가 건설될 수 있도록 우리의 손을 활짝 펴자.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손을 뻗어라.".  

 

사람은 태어날 때 손을 꽉 쥐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에는 손을 펴고 죽는다.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은 사는 동안 착한 일, 옳은 일,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손을 펴는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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