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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2-3세기의 전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0 조회수1,974 추천수0

[전례 배움터] 2-3세기의 전례

 

 

지난 호에서 ‘신약 예배의 실천적 측면’을 공부한 후, ‘초기 교회의 전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순교자들의 시기’인 2-3세기의 전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 2-3세기의 전례

 

그리스도의 복음은 2-3세기에 히브리어와 아람어를 사용하는 유다지역으로부터 서서히 희랍어-라틴어 세계로 전파됩니다. 다신교 체제의 로마제국에서 유일신 신앙을 표방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자신의 절대성 때문에 즉시 배척과 박해를 받게 됩니다. 이런 험한 주변 상황에서 2-3세기 그리스도교는 ‘피로 신앙을 증언하는 순교’, ‘호교론의 형성’ 등이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2-3세기의 그리스도교 전례에 대해 로마의 클레멘스(교황·순교자),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우스(주교·순교자), 스미르나의 폴리카르푸스(주교·순교자), 카르타고의 테르툴리아누스(교부, 후기에는 이단사상의 영향 받음), 카르타고의 치프리아누스(주교·순교자) 등의 저자들과 ‘디다케’(12사도의 가르침), 유스티누스(순교자)의 ‘호교론’, 로마의 히폴리투스(사제·순교자)의 ‘사도전승’ 등의 작품들이 알려줍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살펴본 이 시기 전례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연례적 파스카(예수 부활 대축일) : 2세기의 ‘사도들의 편지’는 이미 연례적 파스카 축일의 거행을 말하고 있습니다. 파스카 축일의 거행 시기와 원형은 유다인의 파스카와 관련되었지만, 거행 일자는 유다 파스카 축일(니산 14일)에서 벗어나 다가오는 주일 전야부터 시작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하며 밤새워 기도하고 동이 틀 때 성체성사를 거행했습니다. 그리스도교 전례가 연례적 파스카 축일로 유다의 파스카 축일을 버리고 주일을 선택한 것은 새로운 파스카의 ‘참신성’을 분명하게 자각하였기 때문입니다.

 

② 주일의 준수 : ‘디다케’ 14,1은 ‘부활하신 주님의 날’에 성찬례를 거행한다고 증언합니다. 유스티누스의 ‘호교론’ I,67,3-7은 “태양의 날이라고 불리는 날에…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로부터 부활하신 날이기 때문에” 성찬례를 거행한다고 전합니다. 또한 그는 세상 창조라는 주제와 연결시켜 주일을 “첫째 날”이라 부릅니다. 바르나바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이때부터 안식일(일곱째 날)이 아니라 주일 준수한다는 의미에서 “여덟째 날”이라 말합니다. 여기서도 그리스도교의 ‘참신성’이 드러납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주간 축일은 주일, 곧 부활하신 주님의 날이 됩니다.

 

③ 성품성사 : 히폴리투스의 ‘사도전승’은 주교서품(2-3장), 사제서품(7장), 부제서품(8장)에 관한 기도문을 소개합니다.

 

④ 기도, 시간전례(성무일도) : ‘디다케’ 8,3은 하루에 세 번 기도한다고 말하며, 히폴리투스의 ‘사도전승’은 저녁기도(25장), 아침기도(35장, 41장), 계속해서 이른 아침기도, 낮기도 3시경, 6시경, 9시경, 밤기도, 새벽기도(모두 41장)에 대해 전합니다. 이 기도들은 전부 공동체적 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모든 시간경을 다 지키지는 않았습니다. 테르툴리아누스의 ‘기도’ 24장, 25장은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를 전통적(의무적) ‘공동기도’로 간주하고 그 외의 시간경은 덜 엄격하게 취급합니다. 공동기도는 교회의 기도이지만 모든 구성원이 전부 모이기가 힘들어서 가족별로 또는 개인적으로도 기도드렸습니다. 기도는 모든 신자의 의무이기는 했지만, 초기 교회의 열정이 식어가는 3세기 후반부터는 완덕을 지향하는 열심한 신자들과 동정녀들이 중심이 되어 기도하게 됩니다.

 

⑤ 그리스도교 입교성사의 단계 형성 : 초기의 단순한 세례식은 이때부터 조금 더 성대한 예식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디다케’는 “두개의 길”(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에 관한 예비신자 교육과 입교성사(세례-견진-성체성사)에 대해 전합니다. 유스티누스의 ‘호교론’ I,66,2에서는 입교성사 각 단계의 토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편 히폴리투스의 ‘사도전승’ 15-21장은 그리스도교 입교성사의 완전한 단계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1)예비신자로 받아들여지기 전의 준비기간, 2)예비신자 기간, 3)세례에 가까운 준비기간, 4)성대한 세례예식, 세례를 설명하는 예식 및 견진성사와 성체성사의 거행, 5)신비교육기간 등입니다. 이때 세례수축성 기도문, 단계에 따른 예식의 발전, 신앙고백과 결합된 세례, 세례를 설명하는 예식 등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새로운 예식이 나타나게 된 것은 성령의 이끄심에 의한 ‘창조성’의 결과입니다.

 

⑥ 성체성사, 성찬례의 거행 : 유스티누스의 ‘트리폰과 대화’, 41,1-3; 117,1-3; ‘호교론’ I,65장, 67장을 보면, 지금까지 “빵을 떼어 나누는 예식”이라 불리던 성체성사가 이때부터 “성찬례”(=감사제, eucharistia)라 불려집니다. 특히 ‘호교론’ I,67,3-7에 나타나는 성찬례의 요소는 1)한마음으로 모임, 2)구약 및 신약의 봉독, 3)강론, 4)기도, 5)감사기도와 아멘, 6)영성체 등입니다.

 

⑦ 성찬례 감사기도문의 형성 : 구약의 축복기도문인 ‘베라카’는 1)하느님 이름의 찬미, 2)하느님이 행하신 놀라운 일들의 기념(찬미의 동기), 3)찬미송(영광송) 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새 파스카의 ‘참신성’은 유다 기도문의 형태를 참고하면서도 성령의 이끄심에 의한 ‘창조성’으로 새로운 내용의 그리스도교적 감사기도문을 작성하게 해줍니다. 초기 감사기도문의 흔적은 ‘디다케’ 9-10장 및 히폴리투스의 ‘사도전승’에서 입교성사 부분과 주교서품 부분에 나타납니다.

 

감사기도문을 기도하는 방법에 대해 유스티누스는 ‘호교론’ I,67,5에서 “주례자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기도를 바친다고 전합니다. 또한 동방의 오리제네스는 기도의 규범은 있지만 신앙에 위배되지 않으면 그 문장에 엄격히 얽매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참조. 헤라클레이드와 대화, 4,24-5,7) 히폴리투스는 ‘사도전승’ 9장에서 “감독자는 앞에서 규정한 바대로 감사기도를 바칠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기도를 바칠 필요는 없으며,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암기하여 바치도록 힘써야 하겠지만, 각자는 자기 능력에 따라 기도할 것이다.”라고 전합니다. 여기에는 주례자가 자유롭게 기도를 바칠 수 권리로 ‘자발성’을 인정합니다. 이 ‘자발성’은 전통적 구조와 신학적 내용의 일정 노선을 충실하게 지킬 것을 전제로 하였기에, 주례자의 ‘자발성’에 의한 감사기도문은 동시에 ‘전통에 충실하며 보편성’을 갖춘 것이었습니다.

 

⑧ 전례어로 라틴어를 도입 : 초기 교회 공동체의 공용어는 아람어와 히브리어를 거친 후 코이네 희랍어(그리스어)였습니다. 기원 후 40-50년경 세워진 로마 공동체도 그 구성원 대다수가 유다, 그리스, 동방 계통이었기 때문에 그리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했습니다. 테르툴리아누스, 치프리아누스 등 아프리카 교부들과 다른 교부들의 라틴어 작품은 교회 공용어가 서서히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옮겨감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천 과정 중에서도 그리스어는 여전히 전례어로 사용된 듯 합니다. 로마 공동체의 전례어가 라틴어로 바뀌게 된 것은 교황 다마수스(305?-384) 시기였습니다.

 

⑨ 전례건축 : 초기 교회의 신자들은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해 가정집에(사도 2,46), 다락방에(사도 1,13; 마르 14,15; 사도 12,12) 모였습니다. 이러한 공동체를 “자기들 집에 모이는 교회”(1코린 16,19)라 불렀으며, 공동체가 모이는 장소는 ‘교회의 집(domus ecclesiae)’이라 불렸습니다. 신자들은 하느님께서 건물의 성전이 아니라 교회, 즉 신자 공동체에 현존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집’의 흔적은 로마의 요한과 바오로 성당, 체칠리아 성당, 클레멘스 성당, 푸르덴찌아나 성당의 지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 글을 맺으면서

 

지금까지 2-3세기의 전례를 살펴보면서, 구약성경의 예배에 비교하여 분명하게 드러나는 ‘참신성’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담아 표현하는 ‘창조성’으로 나타남을 공부하였습니다. 또한 ‘자발성’은 전통의 ‘보편성’을 전제로 함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교 신앙에 입각한 ‘창조성’에 따라 각자의 삶에서 특히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참신성’을 일구어야 할지 묵상하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월간 빛, 2006년 6월호, 장신호 요한보스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전례꽃꽂이연구회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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