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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0-09-13 조회수952 추천수16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9월 13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
 
 
 
 
I am not worthy to have you enter under my roof.
Therefore, I did not consider myself worthy to come to you;
but say the word and let my servant be healed.
(Lk.7.6-7)
 
 
 
제1독서 1코린 11,17-26.33
복음 루카 7,1-10
 
한 젊은이가 수술을 받기 직전에 침대에 누워 수술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어떤 자매님께서 이 젊은이를 위로하기 위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젊은이는 이 자매님께 자신의 심정을 말했지요.

“지금 저는 매우 불안합니다. 사실 이번 수술이 난생 처음으로 받는 수술이거든요.”

그러자 그녀는 위로하듯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불안해하지 마세요. 아마 형제님보다도 제가 더 불안할꺼에요. 사실 당신을 수술할 의사가 저의 남편인데 그도 이번 수술이 처음으로 하는 큰 수술이거든요.”

우리는 보통 위로의 말을 전하기 위해, 자신 역시 큰 어려움 속에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 자매님 역시 그러한 의도로 말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 젊은이의 심정을 어떠할까요?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힘이 되어주는 말, 상처를 주지 않는 긍정적인 말을 통해서만이 우리는 진정으로 위로를 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용기를 잃게 만드는 비관적인 말을 할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이렇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의 차이는 믿음의 차이에서 나옵니다. 즉, 믿음 있고 없고에 따라서 말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백인대장의 청원이 나옵니다. 이방인이었지만 예수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보여주지요. 그는 친구들을 통해 이렇게 전합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이는 우리의 영성체 전례 때에 들어있는 구절이지요.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니,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너무나도 많은 죄로 인해 주님께 감히 청할 자격이 없는 우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 앞에 나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자비와 사랑이 가득한 말씀 한 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굳은 믿음을 통해서 이러한 말이 나올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자신의 청원이 실제로 지금 당장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들, 주님께서 내 앞에 직접 나타나거나 이야기하셔야 한다는 말들, 나에게는 절대로 나쁜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말들... 그 모든 말들이 쉽게 흔들리는 나약한 믿음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었습니다.

겸손한 마음을 갖고 주님께 온전히 의탁할 수 있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때 우리의 입에서는 주님의 마음에 쏙 드는 예쁘고 아름다운 말들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듣고, 또 듣고, 또 들어라. 귀가 열리고, 가슴이 열리고, 영혼이 울릴 것이다(존 스탠리).




통장 메시지(이해정, ‘빅마마꽃이 피었습니다’ 중에서)

지난 30년 동안 남편은 생일날 꽃다발 한 번 안겨 주는 법 없이 통장에 돈을 입금하는 걸로 대신했다. 심지어 어떤 해는 슬쩍 지나가기도 했다. 사실 꽃을 한 번도 안 받아 본 건 아니다. 평생 딱 한 번 받아 봤다. 아마 결혼 20주년이던 해였을 것이다. 남편이 저녁에 뭔가 덜렁덜렁 들고 왔다. 들여다보니 신문지에 아무렇게나 뚤뚤 만 장미 한 송이였다. 기왕이면 예쁘게 포장이라도 해 주지, 아쉬웠지만 꽃을 주는 남편 표정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말로 하는 애정 표현은 결혼 초보다 오히려 요즘 좀 오가는 편이다. 그렇다고 요즘 사람들처럼 직설적인 건 아니고, ‘통장 메시지’로 은근슬쩍 전한다. 생일날 남편은 옷이나 구두를 사 주는데, 직접 데려가서 사 준 적은 한 번도 없고 대신 통장에 돈을 넣어 준다. 그런데, 돈을 입금할 때 메시지 란에 ‘예쁘다고’ 네 글자를 찍어 보낸다. ‘예쁘다고’가 ‘예버서’일 때도, ‘열심히 일해서’일 때도, ‘생일 축하해’일 때도 있다. 나는 ‘예쁘다고’라는 말이 좋아서 수시로 통장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한번은 구두를 사 달라고 했더니, 구두 값을 입금하면서 ‘비싼 구두’라도 메시지를 찍어 보냈다. 비싼 돈을 주고 구두 사는 게 영 마땅찮지만 이렇게 보내 준다는 말을 네 글자로 압축한 것이다. 어찌나 재미있던지 통장을 보며 한참 웃었다.

여자는 늘 로맨스를 꿈꾼다. 결혼을 앞두고 연애하는 여자도, 신혼 초의 새댁도, 결혼 생활 30년쯤 한 여자도 마음은 다 똑같다.


 
 
 
Hymne A L`Am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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