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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0-09-20 조회수885 추천수12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If anyone would come after me,
he must deny himself and take up his cross daily and follow me.
(Lk.9.23)
 
 
제1독서 지혜 3,1-9
제2독서 로마 8,31ㄴ-39
복음 루카 9,23-26
 
어제와 그제, 이틀 동안 저는 부여성당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사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미사도 하고 미사 강론 시간에 1시간 정도 하는 특강이었기에 평소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우선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특강을 한다는 것이 어려웠지요(보통은 하루 종일 하거나, 최소한 3시간 정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똑같은 내용의 특강을 매 미사 때마다 해야 한다는 것이 저를 더욱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마지막 특강 때였습니다. 살살 꾀가 나더군요. 마지막 시간이니까 조금 빨리 끝낼까? 더군다나 부여에서 인천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니 빨리 끝내는 것이 저를 위해서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해서 그런지 배도 살살 아파옵니다. 괜히 방구도 뽕뽕 나옵니다. 또한 신자들도 길게 하는 것보다는 짧게 하는 특강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해 봅니다.

그래서 미사 시작 전, 복사를 하는 꼬마에게 “신부님이 미사 상당히 길게 할 건데 괜찮니?”하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꼬마는 “괜찮아요. 저희는 미사 길게 하는 것 좋아해요.”라고 제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는 다시 “신부님이 강론을 1시간 넘게 할 거야. 그래도 괜찮아?”라고 물었지요. 그래도 꼬마는 “괜찮아요. 재미있으면 1시간이 넘어도 좋아요.”라고 말합니다.

이 꼬마의 말 때문에 저는 짧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욱 더 열심히 하다 보니 생각보다 더 길게 특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특강 후 인천까지 올라오느라 많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만약 짧게 그리고 성의 없이 마무리 지었으면 아마 무척 후회를 했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타협을 하려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어느 기준에 맞춰 타협을 하려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즉, 내 기준이 아닌 주님의 기준에 맞추어 나아갈 때에만 참 진리의 길로 걸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은 우리 한국 교회 신앙의 뿌리를 제공해주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기념합니다. 그런데 이 순교자들의 삶을 생각해보십시오. 이들은 결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주님의 기준에 철저히 맞추려고 했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까지도 바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주님의 기준을 철저히 따랐기에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큰 영광을 얻으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주님을 따를 때에는 주님의 기준에 철저히 맞춰야지만 가능합니다. 나만의 잘못된 기준에 맞춰서는 절대로 주님을 따를 수 없음을 기억하면서, 우리 새벽님들이 나를 버리고 주님께로만 향하는 현대의 순교자들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사랑은 메마른 폐허에서도 희망을 품게 하고 훈훈한 향기를 퍼뜨린다(플로베르).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손택수, ‘나무의 수하학’ 중에서)

구름 5%, 먼지 3.5%, 나무 20%, 논 10%
강 10%, 새 5%, 바람 8%, 나비 2.55%
돌 15%, 노을 1.99%, 낮잠 11%, 말 2%
(여기에 끼지 못한 당나귀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함)
(아치, 지렁이도 있음)

제게도 저작권을 묻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작가의 저작권은 물론이고 출판사에 출판권까지 낼 용기가 있다고도 합니다 시를 가지고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한 어느 방송국 피디는 대놓고 사용료 흥정을 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때 제 가슴이 얼마나 벌렁거렸는지 모르실 겁니다 불로 소득이라도 생긴 양 한참을 달떠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참 염치가 없습니다 사실 제 시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나무와 새인데 그들에게 저는 한 번도 출연료를 지불한 적이 없습니다 마땅히 공동 저자라고 해야 할 구름과 바람과 노을의 동의를 한 번도 구한 적 없이 매번 제 이름으로 뻔뻔스럽게 책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작자 미상의 풀과 수많은 무명씨인 풀벌레들의 노래를 받아쓰면서 초청 강의도 다니고 시 낭송 같은 데도 빠지지 않고 다닙니다 오늘은 세 번째 시집 계약서를 쓰러 가는 날 악덕 기업주마냥 실컷 착취한 말들을 원고 속에 가두고 오랫동안 나를 먹여 살린 달과 강물 대신 사인을 합니다 표절에 관한 대목을 읽다 뜨끔해하면서도 초판은 몇 부나 찍을 건가요, 묻는 걸 잊지 않습니다 알량한 인세를 챙기기 위해 은행 계좌 번호를 꾸욱 꾹 눌러 적으면서 말입니다

 
 
 
 
 
 
Leibesl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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