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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상의 하모니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9-26 조회수467 추천수4 반대(0) 신고
 
 
 
 

 

천상의 하모니 - 윤경재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 그러다 그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어 묻혔다.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부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제발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저에게 다섯 형제가 있는데, 라자로가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아브라함이 이렇게 일렀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루카 16,19-31)

  

 

요즘 TV프로에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가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성인 남자들이 자기 분야에 몰두하다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새로운 일을 할 기회가 없다고 포기하고 있을 때, 그동안 마음속에서 하고 싶었거나, 꼭 해야만 하는 일 101가지를 추려 하나씩 도전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동안 마라톤을 하였고, 눈 덮인 지리산을 종주했으며, 록 앤 롤 보컬 그룹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요사이는 출연자들이 혼성 합창대회에 참가하려 합창 연습을 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나오는 지휘자 박칼린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거의 순 초보자들을 이끌고 합창단 연습을 시키는 그녀의 언행이 인터넷 검색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합니다. 

음악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초보자들을 이끌고 하나씩 가르쳐가며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도록 만드는 그의 지도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성악의 발성법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등허리에 힘을 주고 혀뿌리를 삼키는 듯이 노래하라는 가르침은 저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팁이었습니다. 같은 음을 내더라도 자칫 음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니 주의를 기울이라는 지적은 처음 마음먹은 대로 일을 추진하지 못하고 작심삼일 하는 보통 사람들의 결점을 지적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한참 유행하는 박칼린의 어록에서 압권은 “자기 소리만 뱉으려 하지 말고 남의 소리를 들으세요. 그리고 딴 데 보지 마시고 저를 보세요.”라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노래를 하다보면 자기 음악에 취해 자기 소리에만 귀 기울이고 뱉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합창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남의 소리와 반주 소리에 집중하여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휘자에게 눈길을 떼지 말고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 부자와 라자로의 예화는 현대인이 읽기에 조금 생소한 감이 듭니다. 자기가 열심히 일해서 얻은 부를 알아서 쓰는 데 무슨 잘못이 있으며, 딱히 그 부자가 라자로에게 잘못한 일도 없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세에서 복락을 누렸으니 내세에서는 고통을 받고, 현세에서 고생을 하였으니 내세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논리도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그 전체를 곧이곧대로 납득하기에는 무언가 비약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죽어서까지 천당과 지옥 사이에 큰 구렁이 있어 건널 수 없다는 말도 어쩌면 위협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박칼린이 말한 어귀를 살펴보면 부자의 잘못이 어디에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부자는 자기 소리에 취해 마음껏 내지르는 우를 범한 것입니다. 그는 지휘자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으며 반주 소리에는 아예 귀를 닫았던 것입니다. 그의 이런 태도는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계속되었습니다. 건널 수 없는 구렁은 사실 부자가 스스로 판 결과입니다. 하느님께서 골탕 먹이려고 그 깊은 구렁을 파 놓으신 게 아닙니다. 현세에서 스스로 조금씩 파 놓은 결과가 그렇게 크게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부자는 뒤 늦게 자신의 처지만 후회하였으나 자신의 탓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감히 라자로를 보내 도와 달라고 청을 합니다. 그리고 뒤에 남은 형제들을 위해 또 다른 지휘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합니다. 지휘자를 아예 의식도 하지 않았던 자신이 또 다른 지휘자를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모순을 범했습니다. 

전문가로서 박칼린의 지도력은 단원들의 부족한 면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데서 나옵니다. 그녀는 또 멋진 멘토로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자주 꾸지람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성을 내기 위해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을 위해 꾸중을 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그녀의 꾸중을 들어도 짜증이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두 고맙게 받아들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도 그 꾸중을 자신에게 주는 교훈처럼 받아들였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꾸중법’을 실천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예화도 당시 여러 사람을 꾸중하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 예화 역시 우리에게 약이 되는 꾸중 방법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보다 더 정확하고 절실하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제일가는 멘토이자 지휘자이십니다. 이제 우리가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분명해졌습니다. 어디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확실해졌습니다. 이렇게 실천 할 때 천상의 하모니가 이루어지는 하늘나라가 구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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