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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치의 세계
작성자심경섭 쪽지 캡슐 작성일2010-10-02 조회수328 추천수1 반대(0) 신고
 
가톨릭 교회교리서를 꼼꼼히 살펴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정리해보면 "유형 무형한 모든 만물의 근원은 신에게 있다. 단 악은 제외한다."  황당한 이야기죠.. 그렇다면 악의 근원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사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악의 근원에 대한 질문에 매우 소극적입니다.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사탄.. 즉 악마의 존재를 실체로 인정할 경우 이원론에 말려들 수 있고,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신플라톤주의을 끌어들여 악을 '선의 결핍'으로 이해할 경우에는 성서해석에서 악마등장의 부분이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고 또한 '플로티누스의 결핍론'을 신학적, 철학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악이란 존재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가치의 세계에서만 존재합니다. 가치의 세계.. 참으로 짜증나는 세계입니다. 어느 철학자의 주장처럼 없는 것은 없는 겁니다. 세계는 오직 '있음 하나'라는 이야기죠.. 그런데 골치아픈건 그게 머릿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변산 농부철학자 윤구병교수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세상은 둘도 있고 셋도 있고 여하튼 '여럿'이라는게 가능해지는 순간 모순에 빠지고 맙니다. 여럿은 모순입니다. 여럿의 최소단위가 둘이지 않습니까.. 여기 a와 b가 있습니다. a와 b는 다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a에 없는 무언가가 b에는 있고, b에 없는 무언가가 a에는 있다는 이야깁니다. 하지만 없는 건 그냥 없는 겁니다. 없다는 언어도 사실은 사용할 수 없지 않습니까? 결국 여럿을 이야기하려면 '없음'이 필요합니다. '결핍'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없는 건 없는 겁니다. 따라서 파르메니데스의 말처럼 시간과 공간을 비롯한 가시적인 모든 세계는 황당한 허구입니다. 오직 하나의 '있음'(철학자들의 취향에 따라 '존재', '일자', '절대자', '신' 등으로 다양히 표현되어졌음)이 영원하고 무한한 방식으로 사유속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짜증나게도 우리는 사유속에서만 살지 않습니다. 존재의 세계에서만 살고있지 않습니다. 눈을 떠 세상을 보면 '여럿'도 있고 '결핍'도 있고 '시간'도 있도 '공간'도 있습니다. 더욱기 '악', '고통', '죽음', '추함'.. 등등 이러한 찌질이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습니다. 우리의 육체만해도 모순의 결정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우리는 영원하고 무한한 오직 하나의 있음으로 귀결되는 '존재의 세계'와 모순과 우연에 가득찬 '가치의 세계'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습니다.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꿉꿉함속에 인간은 무규정적으로 던져저 있습니다.  

사실.. 인간은 평가하고 가치를 따지는 존재자입니다. 불교에서 보자면 색수상행식의 '행'은 결국 가치평가의 '행'입니다. '저기 170센티의 긴 생머리를 가진 여자가 걸어온다'까지는 '행'이 아니죠.. 그런데 '저기 무지하게 예쁜 여자가 섹시하게 걸어온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행'이됩니다. '행'이 업을 낳고 업이 윤회를 낳고 생과 사를 반복하는 고통을 낳습니다. 결국, 불교에서는 쌓아온 모든 업을 소멸시키고 해탈하기 위해서는.. 가치평가의 행위를 멈추어야 합니다. 가치의 세계에서 벗어날 때 인간은 생과 사의 수레바퀴를 벗어나 진정한 죽음.. 즉 열반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겁니다.
  
결국 인간의 모든 고통은 가치판단에서 일어납니다.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쁘고 아름답고 추하고 판단하는 행위가 고통의 근원이라는 말씀입니다. 가령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에 대한 가치는 위력적입니다. 돈의 결핍은 그야말로 처절한 고통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의 세계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존재의 세계에서 보자면 없는 것이라는 게 참 골치아픈 시츄에이션입니다. 그저 모순과 우연에 가득찬 무규정의 어정쩡한 세계죠.. 뭐 확실한게 하나도 없는 그저 꿉꿉한.. 짜증나는 세계란 말씀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분명 가치의 세계에 걸쳐있습니다. 또한 가치판단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무수한 고통들과 기쁨들의 정체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은 인간에게 자신이 살고있는 존재의 세계의 한쪽 벽을 허물고 가치의 세계를 끼워넣고 한 번 살아보라고 밀어넣었습니다. 인간을 사랑하며 심지어 사랑자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신이 가치의 세계에.. 고통과 결핍에.. 추함과 악함에.. 모순과 우연에.. 이런 혼돈의 세계에 우리를 아무 생각없이 밀어넣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인간은 존재의 세계를 바라보며 가치의 세계에서 의미를 찾아내야 합니다. 고통속에서 왜 내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물러야 하는지 곱씹으며 살아가는 삶.. 그런 깨어있는 삶을 희망하며.. 당신에게도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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