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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하고 기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롤하이저 신부님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0-10-15 조회수471 추천수4 반대(0) 신고
몇 년 전에 한 친구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교회에 열심히 나가고 줄곧 진실한 삶을 살려고 애써 왔지만 사십 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의심이 많아지고 기도할 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하느님의 존재조차도 믿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친구는 영성 지도를 받고 의문을 풀기 위하여 영성 지도(指導)로 유명한 예수회의 한 신부를 찾아갔다. 그는 영혼의 어두운 밤을 맞게 될 때에는 어떻게 해야한다는 조언을 듣고 싶어서 그 신부를 찾아 갔지만, 여러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어두운 밤은 믿음을 굳건히 하기 위하여 찾아온다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그 신부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 크게 실망하였다. 그가 원하던 충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신부는 의심과 믿음의 어두운 밤에 대하여 깊이 묵상하도록 하지 않고 엘리사가 시리아인 문둥병 환자인 나아만(Naaman)에게 했던 것처럼 너무나도 의외의 충고를 했기 때문에 희망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스럽게 되었다. “향후 6개월 간 매일 30분씩 조용히 기도하도록 하십시오. 그렇게 내가 말한대로 하신다면 당신이 하느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보장할 수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기도를 할 수가 없고 하느님의 존재를 믿지 못하여 상담을 청했는데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되물었다. “하느님께서 계신다는 것을 믿지 않는데 어떻게 기도할 수가 있습니까?” 그러자 신부는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벽을 보고 말하는 것처럼 느끼더라도 하루에 30분만 기도하면서 조용히 앉아 있으십시오. 내가 충고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습니다.”하고 말했다. 그 친구는 의심을 하면서도 그 신부의 충고 대로 6개월 간 하루 30분씩 기도하면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랬더니 하느님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주님의 현존을 느끼려면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늘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을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다른 말로 하면 기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를 쉽게 생각하지만 지속하여 참된 기도를 드리면서 사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첫 영세를 받고 신앙 생활을 시작할 때와 성인(聖人)이 되고 나면 기도는 쉽게 된다. 성인이 되기까지는 기도가 무척 어렵게 된다.
 
왜 일까? 기도는 사랑과 같은 역동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처음 시작할 때 애틋하게 느껴졌다가 한 동안 무덤덤해졌다가 성숙해지고나서 다시 애틋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덤덤한 시기에는 진정으로 사랑하기가 무척 힘든다.
기도도 마찬가지이다. 젊은 사람들이 열렬히 사랑할 때처럼 처음 기도할 때에는 열심히 기도한다. 하느님께서 계신다고 생각하며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가 더 깊어지듯이 하느님과의 관계가 더 깊어지고 더 성숙하게 되면 진실이 환상을 몰아내게 된다. 하느님에 대한 환상이 깨어져서가 아니라 그 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하느님에 대한 좋은 느낌들이 실제로는 우리 자신의 제 멋대로의 느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즉 하느님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환상을 쫓아내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 우리가 열심히 기도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일종의 자기 체면에 빠져있었던 셈이다. 살아가면서 이런 환상에서 깨어나 성숙해지면 다른 사람, 또는 사랑에 빠져 있던 사람을 잘 못 알고 있었다고 믿기 쉽다. 그리고 기도할 때에는 하느님을 잘못 알고 있었다고 믿기 쉽다. 이런 때에는 모든 것이 환상이었고 잘못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서 발을 빼거나 떠나기 쉽다.
영성 생활에서 기도를 하다가 기도를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
 
그러나 이럴 때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예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자랑하게 되고, 따뜻한 마음이 없어지고, 따분하게 느끼고, 매사가 불투명하게 보이고, 자신에게 아무 매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나 기도에서 이런 상태가 더 심해지면 자신을 더욱더 못 믿게 되는데 이것이 성숙의 시작이다. 즉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기도해야할지 모를 때 비로소 과연 사랑이 무엇인지 기도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따라서 무신론자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친구에게 예수회 신부가 한 충고 이상 더 좋은 것은 없다. “시작하기만 하여라.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겸손하게 묵묵히 앉아 있기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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