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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 - 10.2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10-20 조회수303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10.20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에페3,2-12 루카12,39-48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

 

 

 

왜 사느냐?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무기력한, 무의미한 삶이 되지 않기 위해 매일 삶의 의미를 물어야 합니다.

 ‘왜’를 잃어버리면 삶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왜가 또렷할수록 활력 넘치는 삶이지만

왜가 희미해질수록 무기력한 삶입니다.

어제 어느 자매의 말이 평범하지만 잊혀 지지 않습니다.

 

“남편이 함께 있을 때는 든든하면서도 답답했는데,

  얼마동안 자리를 비우니 텅 빈 것 같고 참 허전했습니다.

  새로운 깨달음이었습니다.”

 

듣는 순간

‘삶이 좀 어려워도 마음이 웬 지 든든한 것은

  하느님이 함께 계시기 때문이구나.

  하느님이 계시지 않으면 얼마나 허전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삶의 의미입니다.

 

이 점은 사도 바오로의 고백을 통해서도 분명히 들어납니다.

 

“형제여러분,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나에게 주신 은총의 직무를 들었을 줄 압니다.”

 

퍼뜩 마음에 와 닿은 말마디는 ‘위하여’였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삶은 온전히 하느님을 위한, 우리를 위한 삶이었습니다.

‘위하여’가 없어 무기력한 삶입니다.

우리를 위해 일하시는 하느님께 응답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 살 때 활력 넘치는 삶입니다.

하느님을, 그리스도를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의 삶은

역설적으로도 바로 나를 위하여의 삶이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온 힘을 다해 일하는 충실한 자매들만 봐도

‘위하여’의 삶을 실감합니다.

주님을 위하여, 주님 때문에, 가족을 위하여, 가족 때문에

그렇게 힘을 다해 일하는 것이지

자기를 위하여 라면 그렇게 일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복음의 일꾼으로 자기 신원을 또렷이 자각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힘을 펼치시어 나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에 따라,

  나는 복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우리 역시 주님께서 주신 은총의 선물에 따라

내 맡겨진 일에 충실하며 주님의 일꾼으로 살면 충분합니다.

과연 여러분은 무엇을 위하여 사십니까? 왜 사십니까?

 

하느님을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의 삶은 막연하거나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주어진 자리에서 주어진 사명에, 책임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이런 이들이 평범한 성인들입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주인은 그대로 주님을 상징합니다.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으로 주님의 시험(test)에 합격하여

주님께 큰 신뢰(trust)를 받은 집사는 행복합니다.

물론 여기서 집사는 교회의 지도자들을 의미하지만

넓게 보면 우리 모두 주님의 일을 위탁받은 집사들입니다.

각자 탤런트대로 위탁 받은 일을 충실하고 슬기롭게 행하면 됩니다.

바로 이것이 주님을 위한, 이웃을 위한 삶이자 나를 위한 삶입니다.

사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내 삶의 자리에서 충실하고 슬기롭게 내 맡겨진 일을 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 사랑이요 이웃 사랑입니다.

바로 내 삶의 자리가

주님을 만나는 구원의 자리, 행복의 자리임을 깨닫습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보아주든 말든,

남의 자리나 탤런트와 비교할 것 없이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을 위해 내 맡겨진 일을

충실하고 슬기롭게 행할 때 비로소 안정과 평화입니다.

결코 외적인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삶의 자리에서 항구히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이 되어 사는 것,

바로 이게 우리 분도수도승들의 정주서원이 목표하는 바입니다.

사실 여기 수사님들은 이렇게 살아갑니다.

 

행복은 저기 어딘가에, 또 언젠가 미래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을 살지 못하면 어디서도 살지 못합니다.

지금 여기서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면 어디서도 만나지 못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주님은 분명히 행복의 소재를 밝혀주셨습니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지금 여기서 맡겨진 일에 충실함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방심하지 말고 늘 깨어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이 되어

맡겨진 일에 책임을 다하며 살라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께 담대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게 가장 확실한 구원의 길이자 행복의 길, 성인이 되는 길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은총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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