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참 삶의 길" - 11.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04 조회수425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11.3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필리2,12-18 루카14,25-33

 

 

 

 

 

"참 삶의 길"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니십시오.

바로 여기서 하느님의 힘이 나옵니다.

이래야 우리가 헛되이 달음질하거나 헛되이 애쓴 것이 되지 않아,

그리스도의 날에 자랑할 수 있습니다.

아침 성무일도 독서 중 마음에 와 닿은 구절입니다.

 

“작은 군대가 큰 군대를 쳐 이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구원하시려고 하면 군대가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전쟁의 승리는 군대의 다수에 달린 것이 아니고,

  하늘이 내려 주는 힘에 달려있다.”(1마카3,18-19).

 

어찌 전쟁뿐이겠습니까?

농사나 삶에서의 성공도 하늘이 내려주는 힘에 달려있습니다.

요즘 깊어가는 가을과 더불어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도 더욱 영롱한 빛을 발합니다.

하늘 가득 빛나는 별들,

그대로 하느님 가슴 안에 무수히 빛나는 믿음, 희망, 사랑의 별들 같습니다.

과연 우리 마음의 창공 안에도

무수히 빛나는 믿음, 희망, 사랑의 하느님의 별들이 있는지요.

 

어제 광주에서의 작은 체험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장례미사 때 제의를 입기 위해

양복 상의에 있는 지갑을 꺼내 잠시 형제에게 맡겼습니다.

미사 후 얼마 동안 지갑을 받지 못했을 때,

그리 큰돈은 들어있지 않았지만

왼쪽 안 호주머니에 지갑이 없으니

허전한 느낌을 좀처럼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잠시 후 지갑을 받아 넣으니 즉시 마음 든든한 느낌이었습니다.

왼쪽 안 호주머니에 돈 지갑이 들었을 때 마음 든든하듯,

왼쪽 가슴 안에 하느님이 계실 때 역시 마음 든든할 것입니다.

잃어버린 돈 지갑에는 그렇게 허전해하면서도

가슴 속 잃어버린 하느님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도

참 많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마음 든든한 것은

가슴 안이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요,

삶의 공허로 영혼의 몸살을 앓는 이들은

바로 가슴 안에 하느님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왼쪽 안 호주머니 돈 지갑에도 돈이 있어야겠지만,

왼쪽 가슴 안에도 늘 하느님으로 꽉 차 있어야

허무에서 벗어나 안정과 평화의 삶일 것입니다.

 

자주 지갑의 돈을 점검하듯

가슴 안 역시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는 지,

믿음, 희망, 사랑의 하느님 별들로 반짝이는 가슴 하늘 인지,

혹은 하느님 없는 텅 빈 공허한 가슴은 아닌지

자주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

가슴 안에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샘솟는 내적힘에 내적평화입니다.

그러니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 자신의 구원을 위해,

늘 가슴을 하느님으로 가득 채우도록 힘쓰십시다.

하느님은 당신 호의에 따라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어, 의지를 일으키시고

그것을 실천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열정과 원의, 노력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하느님의 은총을 깊이 깨달아 갈 때 저절로 집착에서 벗어나

우리 본연의 성소에, 주님의 제자 직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제자직의 조건을 셋으로 요약합니다.

제자직의 수행이 쉽지 않기에

망대의 비유와 전쟁의 비유를 들면서

과연 전적으로 주님을 따를 수 있는지

심사숙고한 후 실천에 옮기라 하시며 세 조건을 제시하십니다.

셋 모두가 우리 삶의 본질적 요소입니다.

 

 

 

첫째가 가족 관계입니다.

 

아무리 사랑스런 가족도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집착은 사랑이 아닙니다.

주님께 집착하는 사랑일 때

누구에게나 집착 없는 순수한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도,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사랑으로 집착해선 안 된다는,

인간의 본능적 사랑에 역행하는 지극히 실천하기 힘든 말씀 같습니다.

그러나 가족 간의 사랑 관계를 끊으라는 게 아니라

주님보다 이들을 더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누구보다도 주님을 사랑할 때

눈 먼 이기적 육적 사랑에서 벗어나

집착 없는 사랑, 깨끗한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래야 비로소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가 자기와의 관계입니다.

 

자기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이런 자기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집착은 사랑이 아닙니다.

집착할 때 너도 나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기에 집착할 때 무수히 일어나는 불평불만입니다.

이들에 대한 사도 바오로의 충고가 참 적절합니다.

 

“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그리하여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자기로부터 이탈하여 참 자유로운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주님 역시 자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을 알려주십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자기를 미워하라는 말씀, 바로 자기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자기에 집착할수록 마음의 상처도 크게 받습니다.

아무리 소중한 자기도 상대화하여 거리를 두고 바라보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여 제 책임의, 제 운명의 십자가를 지고

충실히 주님을 따를 때 온전히 통합된 참 나의 실현이요

자기로부터 이탈의 자유입니다.

바로 이게 진정 자기를 사랑하는 길이요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는 길입니다.

 

 

 

셋째가 소유물과의 관계입니다.

 

소유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탐욕입니다.

탐욕은, 집착은 사랑이 아닙니다.

가족에 대한, 자기에 대한 탐욕과 집착을 버림은 물론

마지막으로 소유에 대한 탐욕과 집착을 버리라는 말씀입니다.

모두 인간 본능에 역행하는 말씀이나

참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길은 이 길뿐입니다.

과도한 탐욕과 집착으로 망가지는 사람들 얼마나 많습니까.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액면 그대로 다 그 소유를 버리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주님이 요구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재물에 집착하지 말고 무소유의, 무욕의 영성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재물에 노예 되어 살지 말고 재물의 주인이 되어

좀 더 자유롭게 살라는 말씀입니다.

사람에, 자기에, 소유물에 집착으로 매이지 않고,

주님 사랑에 매여 자유롭게 살라는 말씀입니다.

그 무엇도 주님 사랑보다 앞세우지 않고,

항구히 주님을 따를 때

비로소 가족으로부터, 자기로부터, 재물로부터 자유로운 이탈의 삶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탐욕과 집착을 치유해 주시어

주님을 따르는 제자직의 삶에 충실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