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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이 듦과 자연 (흥부놀부) -홍성남 신부-
작성자조현탁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05 조회수822 추천수7 반대(0) 신고

 

나이 듦과 자연 (흥부놀부)

-홍성남 신부-


간음한 여인이란 제목으로 아주 유명한 복음이 있습니다.

이 복음을 읽어드리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간음한 여인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땅바닥에 뭘 쓰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어떤 본당신부가 신자 분들에게 예수께서 땅바닥에 무엇을 쓰셨을까 하는 문제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돌을 든 사람들의 「죄」를 쓰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돌을 든 놈, 너는 무슨 죄. 너는 무슨 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지은 죄들을 적어가시자 쑥스러워서 돌을 내려놓고 갔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많이 나온 답은 사람들을 상대하기 싫으셔서 아예 딴전을 피우시느라

그냥 낙서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아이가 내놓은 답 하나가 사람들을 뒤집어놓았습니다.


답은 “뭘 봐. 짜샤.” 였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땅바닥에 무엇을 쓰셨는지는 그리 중요한 묵상거리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왜 나이든 사람들부터 돌을 내려놓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의 이분법적 대비는 육체적 연령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정신적 성숙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자신과 타인의 한계를 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수많은 경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여러 가지 일들을 겪습니다.

그중에는 좋은 일들도 있지만 좋지 않은 일들도 적지 않습니다.

즉,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모순들과 부딪치고,

세상 사람들이 가진 불합리한 면들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때로 자신이 가진 불합리한 모순 때문에 남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간의 욕망과 인간의 한계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한계와 다른 사람의 한계를 알게 되면 얻게 되는 것은 어떤 것인가?

자기와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관대해지면서

두려움 때문에 억압해오던 욕망을 허용하고 풀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자신의 욕망에 더 솔직해지고, 충실해지고, 과감해지며

욕망을 즐기고, 활력 있게 살 수 있는 힘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즉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이렇게 되는 것인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같이 나이를 먹어 가는데 어떤 사람은 어르신 소리를 들으면서

대소사에 조언을 들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접하는 분이 있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늙은이니 어쩌니 하고 비양 거리는 소리를 듣고

사람들로부터 나이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시간동안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그렇게 달리 불려지는 것입니다. 


그럼 사람이 나이 들면서 성숙해지려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많은 영성가들이 말하기를 「자연을 가까이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고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만큼 환경에 예민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식물들이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대단하다고 합니다.

심리학자들이 식물과 범죄율의 관계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녹지가 포함된 주거지역이 콘크리트지역보다 범죄율이 훨씬 적다고 합니다.

식물이 반사회적 행동을 감소시킨다는 것입니다. 


또한 식물이 사람의 창조성을 증가시킨다는 것도 입증되었습니다.

Robert Ulrich라는 사람은 작업장에서 창조성에 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사무실 두 군데에 한쪽에는 화분을 여러 개 두고, 다른 방에는 아무 것도 두지 않은 채

사람들을 일하게 하였는데, 8개월간 관찰해보니

화분이 많은 방 직원들이 다른 방 사람들에 비해 아이디어 제안건수가 15%나 증가하고,

문제에 대한 괜찮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어린아이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이들을 콘크리트바닥이 아닌 나무가 울창한 곳에서 놀게 했을 때

아주 창조적이 된다고 합니다. 


봉쇄관상수도원을 방문한 분들은 수도자들의 모습이 애기 같다, 맑다 하는 말들을 하십니다.

평생 밖에 나가지도 못한 채 마치 감옥살이 하듯이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어떻게 그렇게 훤한 것인가?

봉쇄수도원은 반드시 숲을 끼고 짓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자연과 더불어 살기 때문에

수도원생활이 오래될수록 마음들이 애기 같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럼 사람은 왜 자연환경 속에 있을 때 심리적으로 편안해지고 성숙해지는 것인가?

진화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나무는 먹을 것이 있음을 알려주는 존재라서

나무가 많으면 사람들이 안도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가 없는 도시사람들은 불안감 때문에 돈이 많아도 인정머리 없이 차가워지는 것이고,


시골에서는 나무와 풀이 우거진 곳에서 살아서 돈이 없어도 인정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럼 나무와 화분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을 초록색으로 도배해도 된다고 합니다.

「초록」이라는 색깔만으로도 사람은 마음의 안정감을 얻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흥부와 놀부이야기 아시지요?

흥부는 제비 덕택에 부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밭에 나가 농사를 짓고

나무그늘에서 땀을 식히는 농부생활을 하다가 조용히 죽었고,

놀부는 동생 잘 된 것이 샘나서 홧술을 마시다가 화병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이 같이 천당지기인 베드로사도 앞에 가게 되었는데

베드로사도 앞에 웬 통이 두 개가 있는 것입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한쪽에는 ‘똥’, 다른 한쪽에는 ‘꿀’이 가득 차있는 것입니다.

베드로사도가 말하길 “옷을 벗고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하여 들어가라.”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자마자 놀부는 흥부를 밀쳐서 똥통 속에 처박아버리고 자기는 얼른 꿀통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베드로사도가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라.” 하시더니

“지금부터 상대방 몸이 백옥같이 깨끗해지는 그날까지 서로 핥아주어라.”

그래서 놀부는 웩 웩 거리면서 동생 몸을 핥아주게 되었는데

그러다 문득 눈을 들어보니 자기 마누라와 흥부마누라가 베드로사도에게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부마누라도 자기 남편과 똑같이 흥부마누라를 밀어 재끼더니

자기가 꿀통 속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본 놀부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안돼... 똥통 속으로 들어가...”

놀부마누라는 의아했지만 남편이 하도 소리를 쳐대므로

하는 수 없이 코를 막고 똥통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베드로사도 왈, “이제부터 남편들은 자기 마누라의 몸을 핥아주어라.”

했다는 야그입니다.


금년에 종파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스승이자 아버지이셨던 두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우리 교회의 어른이셨던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불교계의 어른이신 법정스님...

이분들이 돌아가신 후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분이 가진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자연을 사랑하셨다는 점입니다.

-법정스님은 산골에 사셨고, 김 추기경님은 자주 북한산을 등산하셨다고 합니다.-

 늘 자연 속에서 하느님과 대화하고, 부처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셨기에

나이가 드실수록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났던 것입니다.

방안에 작은 화분 하나 갖다 놓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늘 자연을 가까이 한다면 마음이 더 많이 풍요로울 것입니다. 

늘 산으로 기도하러 가셨던 주님처럼

늘 자연을 가까이 하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법정스님처럼

자연을 가까이 하셔서 마음의 평화 얻으시기 바랍니다.


*홍성남(마태오)신부: 가톨릭 1급 영성 심리 상담가

                              평화 방송, 평화 신문 영성 심리 상담

                              서울 대교구 가좌동 주임

                            저서; 너나 잘해1,2,3

                                   쉬다 가소, 힘드시죠

                                   달리다꿈,  에파타  등 다수


상담카페; 도반모임  htt//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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