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써니와 노조미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10 조회수370 추천수5 반대(0) 신고
 
 우리 집 식구가 늘었다. 석 달 전쯤에는 강아지가 한마리 들어 왔고 지난 주에는 아는 분의 어머니께서 잠시 우리 집에 머무시게 되었다. 어머니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써니와 또 연관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린이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강아지를 좋아하고 강아지를 갖고 싶어한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졸라 왔지만 우리집을 사게 되면 강아지도 사자고 약속을 했었다. 약속을 해 놓고도 사실 오랜 시간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 아는 언니가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며 생일 선물로 꼭 엄마에게 강아지 사 달라 못을 박아버렸기에 할 수 없이 오래된 약속과 함께 그 언니의 반강제적 약속으로 강아지를 사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강아지를 사려고 이리 저리 알아보다 써니-sunni-를 발견하고 주인과 연락 후 부리나케 보러 갔다가 그 자리에서 데려 왔다.
 
 써니는 5개월 때 우리집에 와서 지금은 7개월이 되었다. 강아지라고 하기엔 덩치가 너무 커서 우리 집에 오는 분들은 강아지로 생각해주지 않지만 행동은 영락없는 강아지다.
 
 식구들을 보면 반가와서 겅중겅중 뛰어 오르고 쉴새없이 놀고 싶어한다. 꼬리를 흔들며 벌러덩 드러누워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 폼새를 보면 마치 사랑 받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과도 같다.
 
 울 이쁜 써니 덕분에 한준이와 한승이는 뒤뜰에서 뛰어 노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똥을 치우고 밥을 주는 등 그에 부합하는 책임감도 더 늘게 되었다.
 
 사실 강아지를 구입하게 된 것은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이루어진 일이지만 내가 써니를 키우는 이유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내게 조카가 생겼다. 피로는 맺어진 인연이 아니나 그보다 더 끈끈한 사랑으로 맺어진 이모와 조카 사이다.아마 작년 이맘 때쯤 노조미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매일 매일 슬픈 기분에 삶의 활력을 찾지 못하고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그날 그날 별 의미 없이 보내고 있을 때 노조미는 내가 도와 주어야하는 대상으로 다가 왔다.
 
 어릴 적 예상치 못한 사고로 시력을 잃은 노조미를 만나게 되었다. 노조미의 엄마는 한국인, 그리고 생물학적 아빠는 일본인이어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일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암튼 노조미가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대학교의 음악대학 피아노과에 3년 과정�� 공부를 하러 왔다.
 
 노조미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작은 도움을 주면서 나는 다시 일어서게 되었다. 눈이 보이지는 않지만 너무나 밝고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느꼈던 허무한 죽음에 관한 생각, 다른 이로부터 받았던 소외감, 구역장 역할을 하며 느꼈던 힘겹고 답답했던 마음, 그 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것은 내 마음에 사랑이 없어지는 듯해서 절망스러웠던 날들이 마치 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지인의 댁을 방문했다가 아파트로 데려다 주기 위해 주차장에 내려주었을 때 뒤돌아 서서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쪽 팔은 엄마의 팔짱을 끼며 지팡이와 엄마에게 의지하며 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참 많이도 울었다.
 
 내 마음에 그간 쌓였던 절망감, 미움, 죄스러움 등 하나도 가치 없는 일이며 나를 지배할 이유가 없는 듯했다. 또한 그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 눈물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이후로 내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엄마 없이 혼靡� 씩씩하게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노조미를 도와주기 시작했�.
 
 엄마는 가끔씩 노조미를 보러 오신다. 먼 여행길을 거쳐서…
 
 지난 주에 노조미 엄마가 오셨다. 나에겐 사랑하는 언니다. 내일은 노조미와 언니와 함께 병원에 갈 것이다. 그리고 함께 아름다운 가을 정원에 가서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노조미를 도와주고 있고 그 중 나는 아주 미약할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사랑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고백하는 노조미와 엄마의 말에 나 또한 주님의 희망을 내 것으로 다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내가 준 것보다 내가 받은 것이 더욱 많다. 노조미와 언니는 물론이고 하느님께 감사 드린다.
 
 써니는 지금 우리집의 식구로 자라고 있지만 혹 노조미가 미국에서 계속 살게 된다면 맹인견으로 주고 싶다. 그래서 처음 어떤 강아지를 데려올지 고민할 때 맹인견으로 이름이 난 골든 리트리버를 선택한 이유도 그래서이다..
 
 우리 아이 아이들에게 ‘써니 잘 키워서 노조미 누나에게 주자.’라고 했더니 부정도 긍정도 아닌 아쉬움을 가득담아 ‘Awwww~’ 라고 하긴 했지만 어떻게 될 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사랑하는 일에 애를 쓰다 보면 더 사랑할 사람이 내게로 오는 듯하다. 그만큼 나도 더 큰 사랑을 받게 되고.
 
 오늘 작은 아이를 픽업하고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아름다운 해무리가 보였다. 아침 미사에서 내 안에 모신 주님 성체 같았다. 그것도 무지개 빛깔로 원을 그린 커다랗고 빛나는 모양이었다. 너무 아름다와서 아이들과 함께 하느님이 오늘도 참 아름다운 선물을 우리에게 주셨다며 행복해했다.
 
 주님의 성체가 이 세상에서 무지개빛으로 아름답게 빛을 발하도록 내일도 또 주님을 사랑하는데 이웃을 사랑하는데 아낌없기를 소망하며 오늘의 기도를 맺는다.
 
 
 
 
 참 아름다운 해무리여서 사진찍어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쉬워요. 다음엔 꼭 사진기 들고 다니며 제가 만나는 아름다운 감동도 나누어 드릴께요.
 
 해무리는 보여 드리지 못해도 찍어 두었던 우리 강아지 써니 보여 드릴께요. 그럼 오늘도 주님 안에 아름다운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해무리같은 날 되세요.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바쁜 하루를 마감하며 휴식하러 갑니다. 많은 이들의 좋은 글들에 댓글로 인사 못드려 죄송하나 사랑하는 제 마음 이 글로 대신합니다.
 
 로사가 남기고 갑니다.
 

(이건 써니 우리집 올 때 사진이구요 지금은 엄청 커졌어요. 다음에 또 찍어 보여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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