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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가정과 행복 -홍성남 신부-
작성자조현탁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10 조회수642 추천수11 반대(0) 신고
 

 


성가정과 행복


-홍성남 신부-


주임신부로 처음 발령받은 신부가 냉담중인 교우들 집을 방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먼저 기선을 제압할 요량으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냉담자부터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이 냉담교우는 혼자서 신학공부를 한 사람이어서

교회교리에 관하여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자기를 방문 오는 신자들과 교리논쟁을 벌여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무패경력을 자랑하는 내공의 소유자인지라

역대 본당신부들이 모두 방문하기를 꺼려하였는데

이번 본당신부는 신학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지라

막장 토론으로 냉담교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성당에 끌고 나올 요량으로 방문키로 한 것입니다. 


방문 전날 본당신부는 그동안 공부한 교리자료를 다시 훑어보면서

그 냉담교우가 던질 질문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는,

다음날 구 반장을 대동하고 냉담 교우 집으로 쳐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가보니 웬일로 대문이 열려 있고 방석까지 깔아놓고

냉담교우가 아주 다소곳이 앉아서 새로 온 본당신부를 환영해주는 것입니다.

이에 본당신부는 의기양양해졌고

신자들은 새로 온 본당신부님의 내공이 대단한가보다 하고 칭찬에 덕담까지 늘어놓았습니다. 


본당신부가 냉담교우에게 “그래 언제쯤 성당에 나오실 겁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냉담교우가 무릎을 꿇고 공손한 자세로 말하기를

“제게 아직도 풀리지 않는 교리문제가 있는데

그것만 대답해주시면 다시 성당에 나가겠습니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묻기를 “천주교에서는 예수, 마리아, 요셉 세분의 가정이 성가정이라고 하면서

본받자고 하는데...... 세상에 사는 제가 보기에는 그 세분이야말로

팔자가 기구하기 이를 데 없는데 무엇을 본받으라는 건지요?

우선 아들 예수님은 나이 먹도록 결혼도 안하고 어중이떠중이들과 떠돌아다니면서

정치운동이나 하다가 십자가에서 객사하셔서

자기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은 불효자식에다 장가 못 간 총각귀신이 되었고,

양부이신 요셉성인은 자기 마누라 손목도 제대로 못 잡아보고

자기 자식도 아닌 자식을 돌보다가 소리 소문 없이 돌아가신 분이시고,

어머니인 마리아는 일찌감치 과수댁이 된데다

아들은 당신이 보는 앞에서 처형당하는 꼴을 보셔야 했고

당신 자신도 고향땅이 아닌 이국땅 터키의 외진 산골에서 돌아가신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인데 도대체 우리에게 뭘 본받으란 말인가요?”

이 말을 들은 본당신부가 기가 막혀서 말을 못하고 있는데

냉담교우가 무릎 꿇은 자세에서 갑자기 양반다리 자세로 바꾸더니

“돌아가서 공부 좀 더 하고 오시게. 젊은 양반.” 하는 바람에

본당신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쪽팔림을 당했다는 그런 야그입니다.


성가정은 사실 그 냉담교우 말처럼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는

식구 각자가 기구하기 짝이 없는, 말 그대로 각기 자기의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살았던

팔자 드센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성가정을 본받으라고 하는 것인가요?

성가정의 무엇을 본받으라는 것인가요?

성가정의 가치관은 「진정한 행복 찾기」입니다.

세분은 각자 당신들의 인생에서 최선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추구하셨던 분들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선택에 대하여 후회하지 않으셨던 분들이시기에

오늘날에도 본받을 가정으로 추앙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강론 주제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으로 잡아보았습니다. 


어떤 강의시간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일까요? 하고 물었더니

거의 대부분이 ‘돈이 많아서 늘 모자람 없이 넉넉하고 푸근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대답하더군요.

사실 돈에 쪼들리면서 사는 사람 꼴은 ‘참 아니올시다’입니다.

그러면 수중에 돈이 남아돌 정도가 되면 정말 행복해지는가?

그건 또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노인상담가분이 강의시간에 사례 하나를 얘기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당신이 거의 이십년을 상담해준 자매가 있는데 상당히 부자 집 마나님이었답니다.

그런데 첫 상담시간에 와서 푸념하기를 자기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돈을 못 버셔서

하고 싶은 것 제대로 못하고 갖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가져봐서

나름 노력해서 부잣집아들한테 시집을 갔는데,

빛 좋은 개살구라고 집만 부자지 시아버지가 구두쇠 깍쟁이에다 인색하기 이를 데 없어서

갖고 싶은 걸 제대로 못 갖는 건 똑같다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한지 모르겠다. 하면서

펑펑 울더랍니다.

그렇게 펑펑 울어대기를 십년.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편이 사업을 인수받아서 이제 좀 살맛나는가보다 했더니

남편은 더한 자린고비라서 힘들어죽겠다고 또 십년을 펑펑 울더랍니다.

결국 그 자매는 십년은 시아버지 원망, 십년은 남편 원망하면서

불행하게 자기 인생을 까먹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시아버지나 남편이나 검소하긴 했지만 인색하진 않아서

그 자매가 해달라는 건 웬만큼 다 해주었는데도

늘 성에 차지 않아하고 늘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바람에 아주 곤욕스러워했다는 것입니다. 


물질적 충족에 의한 행복은 아주 짧고 허망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좋은 물건은 항상 있기 마련이고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싶은 욕구도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를 행복하게 했던 물건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을 보는 순간에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하지요.

희랍의 철학자 ‘메네대모스’는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큰 행복인데

그보다 더 큰 행복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억지논리를 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사람이 정말 행복감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

런던타임스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설문지를 돌렸는데

답글 중 1위는 모래성을 막 완성한 아이, 2위는 아기 목욕시킨 엄마,

3위는 공예품을 다 만든 목공, 4위는 어려운 수술을 성공리에 마친 의사였다고 합니다.

이 답의 결론은 우리가 정말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해낸 순간,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참으로 필요한 존재이고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낀 순간이라는 것입니다. 


또 런던대학의 포드사비 박사팀이 일만 명의 사람들에게

삶의 만족도에 대해 일곱 단계로 나누어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성공적인 인간관계」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종합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자기 일에 만족하고 좋은 친구를 많이 가진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신자 분 중 성격이 아주 대조적인 두 분이 있습니다.

한분은 정말 제가 강론한 것처럼 당신 일에 만족하고,

특히 사람 사귀는데 아주 탁월하신 분입니다.

이분 핸드폰은 끊임없이 울려댑니다. 한잔 하자고...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이분은 늘 웃고 즐겁게 사셔서

보는 사람의 기분도 좋게 해줍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분은 돈은 엄청 많은 부잣집영감님인데

성격이 괴팍하기 이를 데 없어서 친구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분은 화투를 쳐도 혼자 치고 술도 혼자 마시면서 삽니다.

돈만 많았지 불행하기 짝이 없는 분입니다.

대조적인 두 분을 보면서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 세분은 이런 관점에서 가장 행복한 분들이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공경을 드리는 분들이니까요.

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가.

그리고 나는 나를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좋은 친구를 얼마나 많이 사귀고 있는가?

한번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홍성남(마태오)신부: 가톨릭 1급 영성 심리 상담가

                              평화 방송, 평화 신문 영성 심리 상담

                              서울 대교구 가좌동 주임

                            저서; 너나 잘해1,2,3

                                   쉬다 가소, 힘드시죠

                                   달리다꿈,  에파타  등 다수


상담카페; 도반모임  htt//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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