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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험 불안에서 벗어나기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12 조회수466 추천수4 반대(0) 신고
 
 

시험 불안에서 벗어나기 - 윤경재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사람이 들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루카17,26-37)

  

매년 11월이면 우리 아이들이 대학 수능시험을 치르느냐 홍역을 앓습니다. 높은 점수를 획득해야 미래가 보장된 학교와 학과에 진학할 수 있다는 기대 덕분에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는 초긴장 상태를 유지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웬만한 성당에서도 수능시험 백일 전부터 합격기원 기도와 미사를 거행합니다. 용하다고 소문난 몇몇 성지에서는 일정액의 봉헌금을 미리 받는다고도 해서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지원자는 넘치고 뽑는 인원수는 한정돼 있으니 무언가 객관적인 잣대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려니 시험을 보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이제 대학 수능시험은 수험생과 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사회가 열병에 시달리는 사회현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시험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 국민이 경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 폐해가 적잖이 큽니다. 올해만큼은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서 성적을 비관하여 자신의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더는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시험은 아무리 많이 치러보았다 해도 막상 닥치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력이 날만도 한데 면역이 전혀 생기지 않나 봅니다. 

요즘 시험이 주는 불안을 감소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지 그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시험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첫 번째가 지나친 각성 상태라고 합니다. 긴장을 너무 풀어도 덜렁대어 실수를 많이 하게 되고, 반대로 긴장을 지나치게 하면 당황하여 실력발휘를 못 해 아는 문제도 틀린다고 합니다. 저도 중요한 시험일수록 긴장이 지나쳐 평소에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깜깜하게 느낀 경험이 여러 번 있습니다. 시험 중에 중간 단계의 각성 상태를 유지할 때 결과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라고 합니다. 걱정이 우리 머리를 맴돌면 다른 생각을 떠올릴 여지를 줄여버리고, 문제를 풀어야할 심리적 에너지를 쓸데없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에 낭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험 시간이 촉박하게 됩니다. 그 결과 시험을 망치게 되고 이런 경험이 한두 번씩 쌓이면 심리적으로 ‘어두운 기대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결국 ‘자기 충족적 예언’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가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준비부족입니다. 시험을 제대로 치를만한 준비를 소홀히 했을 때 겪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이 가장 근본적입니다. 다른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문제가 쉽다고 느낄 때는 각성 상태가 높을수록 획득점수가 높고 문제가 어려울 때에는 각성 상태가 높으면 오히려 오답을 고를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문제가 쉽다고 느끼게끔 준비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준비가 철저하면 시험이 쉬울 것이고 그럴 때는 긴장이 오히려 도움 된다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의 날을 미리 준비시키는 말씀을 하십니다. 어찌 보면 시험을 준비시키는 부모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그 말씀을 잘 살펴보면 위에 언급한 세 가지 불안 요인을 미리 대비시키신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먼저 노아와 롯의 때를 예로 들어 제자들에게 겁을 주어 적당히 긴장하게 합니다. 최적의 각성 상태에 들도록 유도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포로 여기는 노아와 롯의 이야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숨은 사연이 하나 있습니다. 하느님의 천사가 그런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경고를 주러 방문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아무 예고 없이 갑작스레 치신 것이 아니라 들을 자세가 된 사람에게 알려주러 미리 찾아오셨다는 사실입니다. 아브라함에게는 나그네의 모습으로 찾아오셨고 롯에게는 아브라함이 있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를 방문했고, 예수께서 이 세상에 들어오신 것도 하느님 방문 사건의 일환입니다. 

롯의 아내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제자들에게 준비를 철저하게 하라는 말씀입니다.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 말씀 속에 진리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제자들이 걱정하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라고 그들에게 이르셨습니다.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감으로 공연히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는 충고입니다. 독수리 떼가 모여드는 것을 보고 큰 사건이 벌어진 것을 유추하듯이 ‘자기 충족적 예언’을 실행할 능력과 자세를 키우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사실 깨어 준비하는 자는 어떤 시험이 와도 불안하거나 당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단계 성숙하는 기회가 된다고 즐거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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