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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대로 된 기도와 응답을 받는 길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13 조회수415 추천수4 반대(0) 신고
 
 

제대로 된 기도와 응답을 받는 길 - 윤경재

 

예수님께서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제자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고을에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 재판관이 있었다. 또 그 고을에는 과부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줄곧 그 재판관에게 가서, ‘저와 저의 적대자 사이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하고 졸랐다. 재판관은 한동안 들어주려고 하지 않다가 마침내 속으로 말하였다.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주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라.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루카18,1-8)

 

  

천주교 교우들이 어려워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개신교 신자만큼 자유기도를 익숙하게 하지 못 한다는 사실입니다. 성경 공부 시간에 마침 기도라도 부탁하면 무척 부담스럽게 여깁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모습이 안쓰럽기조차 합니다. 그저 영광송과 성호경만으로 끝내자니 허술한 것 같고 무엇인가 더 말해야 하겠는데 의욕이 앞서 중언부언할까 봐 두렵기도 한 것입니다. 기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 하고 있다는 말이죠.

기도는 사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자세의 표현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살펴보면 그 뜻이 분명해집니다. 주님의 기도는 크게 두 문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아버지 간구’라고 부르는 대목이 나오고 후반부에 ‘우리 간구’가 나옵니다. 이 두 대목을 하나로 아우르는 문장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는 간구일 것입니다.

어느 신부님 강론에서 참다운 교회가 되려면 주어는 주님이 되어야 하고 동사는 교우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한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가 상응하고 제 자리를 지켜야 온전한 글이 되어 올바른 뜻이 전달됩니다. 교회의 역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주어가 되거나 주님께서 동사가 되라고 요구한다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흔히 교우들이 기도하는 내용과 자세를 보면 주어와 동사가 헷갈린다는 거죠. 주님께 일만 죽어라 시키고는 자신은 손 하나 까닥하기를 꺼린다는 말이죠. 그러니 주객이 전도되어 교회에도 자신에게도 혼란만 가져온다는 지적입니다.

기도는 먼저 아버지께 뜻을 묻고 그 뜻을 알아들었으면 그대로 행동에 옮기겠다고 결심하는 자리입니다. 이런 기도의 모범을 예수께서 분명히 보여주셨습니다. 겟세마니의 기도가 완벽한 모범입니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마태26,39.42)

이 겟세마니의 기도 뒤에 예수께서는 아버지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 피의 잔을 마시셨습니다. 

흔히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라고 말합니다. 매 순간 우리는 하나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정말 올바른 길이 어느 쪽인지 헷갈릴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때가 바로 기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제대로 된 기도는 우리에게 하나의 길을 가리켜 보일 것입니다. 

가끔 주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신다고 말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 속뜻은 주님께서 보여 주신 길을 선택하기 싫어서 주저하고 있다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동사가 되어야 할 내가 주어가 되려고 우기니 제대로 된 기도가 성립하지 않은 것입니다. 

모든 선택은 포기이다.’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천 원의 돈을 갖고 빵을 샀다면 그것은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다른 물건을 포기했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물건을 사지 못한 것을 후회하거나 안타까워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자라고 불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도는 선택의 기로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보여주신 길 외에 다른 것은 포기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기도는 포기의 순간입니다. 이럴 때라야 제대로 된 기도와 응답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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